UX관점에서 본 무손실음원 서비스

2015. 8. 20. 07:27UX 가벼운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음악을 좋아하는 주변 분들을 만나 '무손실음원'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음원 가격이 비싸다."
  "차라리 헤드폰을 좋을 것으로 사겠다."
  "음질이 CD보다는 좋다고 그러는데 내 귀는 막귀라서 그다지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CD를 샀으면 샀지 음원 데이터를 돈을 주고 살 마음이 없다."

그리고 그 차이를 경험한 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비싼 게 다르긴 다르구나"
  "보컬이 내 앞에서 노래하는 것 같다"
  "악기 하나하나가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 다 연상이 된다"
  "음악을 듣는다라기보다 보는 것 같다"


위와 같이 다양한 생각이 있지만 제대로 된 환경으로 세팅하고 비교해서 들어보면 분명 그 차이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무손실음원은 대체 누구를 위한 서비스일까요? UX관점에서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는지, 또 그들은 왜 무손실음원을 이용하는지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음악을 즐기는 방식은 MP3플레이어가 나오기 전후로 조금 달랐습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이 발매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레코드 가게에 달려가서 구매하고, CD를 조심스레 뜯어보며 앨범자켓을 처음 열어보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아티스트 사진, 아티스트가 남긴 메시지, 이 곡은 누가 작곡했고 작사를 했지는 타이틀 곡뿐만 아니라 앨범의 전곡을 들어보며 아티스트의 음악이야기를 CD 한 장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가격'과 '편의성' 측면에서 장점을 갖춘 디지털 음악서비스가 출현하면서 점차 이런 가치로운 경험들이 상실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 집, 차 안, 야외에서 다양한 기기들과 연동해 인터넷만 연결이 되어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음악을 듣는데 있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편리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죠. 이에 반해 음악을 좀 다르게 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무손실 음원을 찾아 듣는 사람들입니다.

*무손실음원이란?
무손실 음원은 디지털 음원 중 원음에 가장 가까운 것을 의미하며 스튜디오 레코팅 퀄리티 수준으로, CD보다 높은 주파수 영역대를 갖고 있어서 더욱 생생한 소리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원을 말한다. 같은 의미로 고해상도음원, MQS, HD원음, FLAC, 등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하이레즈(High-Resolution Audio)라 불리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 http://www.astellnkern.com/
무손실음원 서비스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Mora, e-onkyo, Ototoy, HDMusic 등 무손실음원 사이트에서 계속해서 음원을 발행하고 있으며, SONY 제품을 주축으로 다양한 무손실음원(하이레즈) 전용 플레이어들을 생산되고 판매되고 있습니다. 문화 컨텐츠 강국이며, 음악 시장 규모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일본의 사용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일본 사용자 인터뷰 내용 일부 발췌

U1(하이레즈 이용자/46세)
"이제 음악을 파트너처럼 생각하게 되었어요. 하이레즈 음원의 차이는 모르지만 좋은 게 있다면 듣고 싶다고 생각했죠"
“세상에는 압도적인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장르가 있잖아요. 클래식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U2(하이레즈 이용자/50세)
"비교적 자동차 안에서도 집에 있을 때도 그렇고 BGM처럼 흘려들어요. 음악은 생활의 일부에요.”
“취미에 돈을 쓸 수 있는 상태에요. 이왕이면 좋은 음질로 듣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U3(하이레즈 이용자/52세)
"하이레즈를 이용하게 된 것도 사실 레드재플린의 음반이 하이레즈로 나왔다고 해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하이레즈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어요.”


U4(비이용자/53세)
“다운로드는 왠지 거부감을 느껴서 CD를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패키지(앨범 자켓 등)를 좋아하는데 LP시절부터 패키지를 포함하여 구매했고 패키지는 그 뮤지션의 주장,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U1과 U2의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음질에 차이를 알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좋은 것'이라고 하기에 이용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왜' 좋은 것에 이끌려 하는 걸까요?

과거 특정 뮤지션의 음악을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고, 그들은 곡을 연주해 보거나 흉내도 내기도 했으며 음악은 삶에 일부이자 힐링포인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인이 되면서 일에 부딪혀 음악에 대한 열정을 쏟아부을 여력도 없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음악은 자신에 삶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었죠.

시간이 흘러 자신을 돌아 볼 여유가 찾아 왔습니다. 회사에서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여서 경제적 여유와 함께 업무 외의 여가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스포츠나 동호회 활동, 영화/뮤지컬/각종 공연 등과 같이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깁니다. 비로소 자기애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런 사람들에게는 '비용'에 대한 부담은 큰 장애 요소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음악을 하나 듣더라도 제대로 듣고, 음식을 하나 먹더라도 옷을 하나 사더라도 이왕이면 좋은 것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또한, 평소에 몰입하여 듣기보다 배경음악처럼 '흘려 듣는'데도 무손실음원을 이용합니다.
필자가 생각했던 무손실음원 서비스 이용자는 음악을 몰입해서 듣고 음질에 민감한 음향기기에 대한 전문가 혹은 HIFI 마니아 일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케이스입니다.

과거 레코드 가게에 가서 원하는 음반을 구매하고 오디오 플레이어에 넣어 재생 버튼만 누르면 음악 감상할 수 있는 시절과 달리 요즘은 음악을 듣기 위해 온라인 음악서비스에 가입을 해야 하고 수 많은 음악서비스 중에 어느 음악서비스를 이용해야 할지 나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기 위해 학습해야 할 것이 많아졌습니다.

LP-TAPE-CD-MD-MP3, 레코드샵-렌탈샵-PC, DVD, 라디오, 유튜브 등. 이런 흐름을 지나면서 음악 자체는 변한 게 없는데 음악을 듣는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현재 무손실음원 서비스 대부분은 음질의 대한 차이만을 강조하고 있어 기존 음악생활에 새로운 가치와 변화를 주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무손실음원을 누가 이용하는지 또 어떤 음악생활을 추구하는지를 이해하여 그들의 음악생활을 도와줄 수 있다면 좀 더 의미있는 음악서비스가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서비스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