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20. 07:50ㆍUI 가벼운 이야기
사용자를 관찰하고 인터뷰하는 이유는 사용자의 문제에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디자인 과정에서 집중해야 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행동 패턴'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사용자 조사의 목적으로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이로부터 인사이트를 얻기'라고 명시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하고 쉽게 생각을 했다가, 고민을 하면 할수록 '행동 패턴'이라는 용어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행동 패턴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하며, 어떻게 발견해야 하는 것일까요?
행동 패턴이란 무엇인가?
우선 '패턴(pattern)'이라는 말을 이해해야 합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패턴이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요소를 지닌 규칙성'으로 정의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벽지나 옷감의 반복적인 규칙의 문양과 같은 것입니다. 무엇이 반복되는지에 따라 '줄무늬 패턴, 땡땡이 패턴, 꽃무늬 패턴'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반복되는 규칙을 발견할 수 없을 때 '일정 패턴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면 '행동 패턴이란 반복되는 행동의 규칙성'을 말합니다. 사용자 조사를 통해 우리는 사용자의 반복되는 행동을 발견하고 그 규칙성, 조건, 목표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행동 패턴의 형성
사용자가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는 사용자 입장에서 그것이 필요하고 또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유 없는 행동은 없습니다. 반복되는 행동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우리가 매일 아침에 일어나 물 한잔을 마시는 행동, 식사 후에 이를 닦는 행동, 외출하기 전에 창문으로 바깥 날씨를 확인하거나 일기예보를 찾아보는 행동 등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습관적인 모든 행동은 필요에 의해 습관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모든 행동은 패턴으로 고정되기 전에, 처음 행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즉, 어떤 상황이 발생하여 이에 반응하거나 대처하는 과정을 통하여 나름의 효과적인 방법을 찾게 되고, 반복적인 상황에 대응하면서 패턴이 되었을 것입니다. 역으로 행동 패턴을 발견하여 패턴이 형성된 과정을 이해하고 사용자가 원했던 대처의 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면 더 좋은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자 관찰을 통해 행동 패턴을 발견하고 맥락적 인터뷰를 통하여 어떤 계기로 행동 패턴이 형성되었는지 이해하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행동 패턴이 왜 중요한가?
반복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면 사람들은 이를 보다 능률적으로 잘해 내고 싶어 합니다. 아침마다 잠에서 깨어 목이 말라 물을 마시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면, 자기 전에 머리맡에 미리 물을 떠다 놓을 것입니다. 다음 날 아침까지의 시간 동안 물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물컵 덮개를 씌우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잠결에 손을 뻗어 물컵을 잡다가 물을 쏟지 않도록 하단이 넓은 안정된 형태의 컵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작은 쟁반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마땅한 게 없다면 적당한 제품을 구입하려고 쇼핑몰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한편, 이와 같은 현상이 많은 사람에게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이고, 이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이 없다면 시장에서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눈치 빠른 사업가는 얼른 이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UX 디자이너라면 사람들의 니즈, 불편사항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잠에서 깼을 때의 갈증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 더 나아가 '목마르지 않은 만족스러운 수면 경험'을 고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행동 패턴을 발견하고 이해함으로써 기존의 경험을 더 낫게 만들 수도 있고 새로운 경험으로 재창조할 수도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행동 패턴이 아니라, 아직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행동 패턴들을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기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행동 패턴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요인들이 변함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질 수 있고 새롭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의 물리적인 변화뿐 아니라 관계, 의미가 변하면 행동 패턴도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서비스나 제품의 경험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이해의 토대 위에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로부터 기회요소를 포착해야 합니다. 이로부터 사람들이 진정 원했던 것을 알 수 있고 미래의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행동 패턴은 어떻게 발견하는가?
디자인 과정에서 사용자 조사를 통하여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행동에 대해 이것이 패턴인지 의심해보고 이를 유발하는 상황과 사용자의 문제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해법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사용자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어떤 행동이 반복되어 행동 패턴이 되었다면 그 이유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사용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환경과 맥락, 내면의 동기 등 다각도로 이해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 점은 디자이너의 주관, 선입견이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디자이너가 알고 있던 방식, 익숙한 방식(이것도 디자이너의 행동/사고 패턴일 수 있습니다)으로 접근하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숙련된 디자이너일수록 성공적인 분석과 이해의 패턴을 많이 가지고 있고 이는 디자인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여줍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익숙한 패턴에 의해 새로운 기회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선입견 없이 발견하기 위해서 행동 변수(behavioral variables) 추출과 행동 패턴 매핑(behavior patterns mapping)이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사용자 행동 변수 추출
사용자의 특정 행동 패턴이 드러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사용자들은 행동의 유형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를 행동 변수라고 한다면 행동 패턴은 '변수로서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행동 값'이 됩니다. 사용자들이 특정 행동을 반복적으로 선택할 때에는 직접적인 불편(pain point) 또는 필요(needs)와 함께 맥락(context)과 사용자의 태도(attitude)가 작용을 합니다. 사용자 조사 과정에서는 이에 대한 다각도의 이해와 해석을 통하여 행동 패턴을 발견합니다.
사용자 조사 결과에 따른 '주요 행동의 많고 적음, 빈도, 증감' 등 정량적으로 표현되는 활동내역이 기본적인 행동 변수가 될 수 있는 항목들입니다. 정량적 항목에서 출발하여 행동의 이유와 목적을 이해하다 보면, '선호-비선호, 능숙함-서투름 등 태도, 적성, 동기' 등으로 표현되는 정성적인 항목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이 가로축으로 '행동의 정도를 매핑'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빈도 높음 ------------- 빈도 낮음
많음 ------------- 적음
능숙함 ------------- 서투름
관찰된 행동에 대해 팀 토론을 하면서 위와 같은 행동 변수들을 20~30여 개 정도가 되도록 추출합니다. 몇 개를 추출하는 것이 적당한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단편적인 정량적 항목을 추출한다면 개수가 훨씬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확신이 없다면 많이 추출해도 괜찮습니다. 논의의 과정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합쳐지고 버려지면서 적정 수준을 찾아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추출된 행동 변수 항목은 사용자 행동의 주요 특질(Critical Characteristics : C.C)라고도 표현을 하는데, 이 항목을 기준으로 행동이 나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행동 변수를 추출하는 경험이 쌓이면 추출의 정확도는 높아지면서 변수 항목의 개수는 줄어들게 됩니다. 이 경우 여러 개의 행동 변수들이 의미에 따라 합쳐지면서 단순히 '많고 적음'과 같은 양적 기준이 아닌 복합적이고 질적인 기준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서비스 중심 ------------- 가격 중심
필요시에만 ------------- 즐기기 위해
여러 개의 항목을 의미에 따라 통합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위와 같이 복합적인 성격의 행동 변수 항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숙련된 디자이너라면 핵심적인 4~5개 내외의 복합적인 행동 변수 항목으로도 충분히 행동 패턴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행동 패턴 매핑(Behavior Patterns Mapping)을 통한 '해석'
사용자의 주요 특질(C.C)이 잘 표현된 행동 변수 항목의 리스트가 완성되었다면, 사용자 조사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U1, U2, U3... 와 같이 구별 가능한 방법으로 포스트잇에 표시하여 가로축 위에 매핑을 합니다. 처음에는 실제로 조사했던 사용자들이 해당 행동 변수 항목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다른 사용자들과의 상대적인 위치는 어떤지에 따라 매핑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특정 사용자 U1, U2.. 의 실제 행동'의 매핑을 통하여 '그 행동 패턴을 가진 사용자 집단의 행동 패턴'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U1, U2 사용자의 A라는 행동의 빈도가 높다고 매핑했다면, '그 A라는 행동의 빈도가 높은 사용자 집단이 배후에 존재하고, 실사용자 U1, U2는 그 사용자 집단의 샘플'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면, 실제로 관찰한 사용자 U1, U2를 통해 특정 사용자 집단으로 확대할 수 있는 행동 패턴을 찾아내는 과정인 것입니다. 따라서 매핑을 하는 과정에서 리서치 데이터에 대한 활발한 팀 토론이 필요합니다. 각각의 사용자의 상대적인 위치, 순서, 간격 등을 조정하면서 사용자 집단의 행동 패턴에 대한 논의와 해석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일러준 순서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일정한 결과가 나오는 수학 공식'이 아닙니다.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드러내고 해석하기 위한 도구일 뿐, 해석은 사람의 몫입니다.
주요 행동 패턴(Major Behavior Patterns) 도출
위의 과정을 통하여 각각의 행동 변수에 대해 사용자를 가로 방향의 스펙트럼상에 매핑함으로써 개별 행동 패턴을 도출했습니다. 다음은 주요 행동 패턴(Major Behavior Patterns)을 도출하기 위해 각 행동 변수 항목을 세로 방향으로 볼 차례입니다. 가로 방향의 각 행이 개별 행동 패턴이었다면 이를 세로 방향으로 보면 사용자의 통합적인 행동 패턴이 됩니다.
개별 행동 변수 항목들에 사용자들이 매핑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특정 사용자들이 '몰려다니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혹시 몰려다니지 않고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면 매핑된 순서나 상대적인 위치를 재검토하면서 개별 항목 내에서 최소 2개, 많더라도 4개 이내의 군집이 되도록 위치 조정을 해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사용자의 개별 행동 패턴에서 유사성을 찾아내고 이를 그룹으로 묶음으로써 주요 패턴을 발견하여 타깃의 초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입니다. 몰려다니는 사용자들의 군집을 세로 방향으로 연결을 해보면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됩니다.
위의 이미지에서는 Group 1, 2, 3으로 세 가지의 주요 행동 패턴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그룹은 도출된 모든 행동 패턴 항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각 항목의 속성을 그룹별로 '세로로 읽어보면' 자연스럽게 사용자 그룹의 특징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 모델링(Persona Modeling)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만일 특정 행동 패턴 항목에서 사용자들이 1개의 군집으로만 몰린다면 그 항목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행동 패턴으로 어떤 해결책이 나오든지 당연히 만족시켜야 하는 패턴이고, 이 경우 해당 항목을 맵에서 배제해도 무방합니다. 반대로 모든 사용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나열되어야만 하고 도저히 군집을 이룰 수 없다면, 그리고 행동 패턴 항목에서도 배제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항목이라면... 아마도 각각의 사용자를 대표로 하는 n개의 사용자 집단을 위한 n개의 솔루션이 나와야 합니다(그런데 이건 너무 극단적 예입니다, 하하)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하여
좋은 도구는 좋은 결과를 위해 중요합니다. 그러나 도구 자체가 결과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행동 패턴을 발견하고 도출하는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정말 중요하고 의미 있는 행동 패턴을 발견하는 것은 UX 디자이너의 감각과 능력입니다. 그래도 도움이 되도록 팁을 더 제시한다면, 사용자 행동 변수 항목(C.C)을 잘 포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의 행동이 어느 지점에서 나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사용자가 말하지 않는 것, 혹은 사용자도 모르지만 영향을 받고 있는 내면적인 동기와 목표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시각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팀이 중요하고 발견한 것들을 늘어놓고 치열하게 토론을 하면서 장차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단서들의 가능성에 대하여 열린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사용자를 인터뷰하고도 평범한 결과를 도출하는 팀이 있고 비범한 혁신적인 인사이트를 도출해 내는 팀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후자의 팀을 구성하는 디자이너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은 전성진의 브런치에도 발행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