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디자이너의 일본 UX/UI 프로토타이핑 디자인 특강 후기(1/2)

2019.05.27 07:50UI 가벼운 이야기
by 강유정(yujeong.kang)

들어가며

지난 5월 6일, 독일 디자이너 Marcel Helmer님의 UX/UI 디자인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여러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비평적 디자인과 추측적 디자인란 무엇이며, 이러한 디자인을 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하면 좋을지 공유해주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와 더불어 연사님이 디자인 관점과 Deisign baggage 개념을 함께 소개합니다. 

 

 

About design

(1) Design is about communication always

디자인은 언제나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그래픽 디자인의 경우 더욱더 그러하며, 그렇기에 배경색이나 서체를 어떻게 사용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적절한 배경색 혹은 글자색을 선택하지 않으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품 디자인을 할 때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인데요. 어떤 재료와 형태로 제품을 만들 것인지, 제품을 잡았을 때 어떤 질감과 느낌을 전달할 것인지 고려해야 합니다. 아이폰을 떠올려 보면 고유의 가치와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소재와 무게를 선택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랙션 디자인을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가 제품을 접했을 때 어떤 반응을 하게 될지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용자를 고려한 디자인이라면, 사용자가 매뉴얼을 읽어 보지 않고도 어떻게 제품을 사용할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Design baggage

'디자인 배기지(design baggage)'는 디자인된 대상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이는 왜 이런 색과 모양, 재료를 사용하여 디자인했는지, 디자인 요소가 함의한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는 무엇인지, 회사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영향을 준 정치적 이념은 무엇인지를 포함합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바콘(Traffic Cone)을 떠올려 봅시다. 고깔 모양과 주황색, 그리고 줄무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미 이 사물이 '교통'과 관련된 표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인에 이 라바콘의 색이나 줄무늬를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그 디자인을 보고 '교통'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상이 의도한 바가 아닐지라도, 사람들이 디자인을 어떻게 인지할지 고려해야 합니다. 때로는 이러한 예상을 뒤엎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의 두 의자를 살펴보면, '어떠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 사진에 보이는 형태를 갖게 되었는지' 등의 디자인 배기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출처: Objects of desire

첫 번째 의자는 빅토리아 시대의 주인과 하인의 관계가 반영된 의자입니다. 당시에는 사회적 계급에 따라 상류층에 속하는 주인이 큰 규모의 집에 거주하며, 수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살았습니다. 의자는 조각 장식으로 화려하게 디자인되었지만, 쿠션이나 방석이 없기 때문에 딱딱하고 앉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의자가 출입문 바로 옆에 놓여 하인들이 잠깐 앉았다 일어나 손님을 맞이하는 용도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주인의 입장에서 의자는 보기 위한 것일 뿐, 앉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편안함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출처: Objects of desire

두 번째는 의자는 이미 친숙한 제품과 새로운 기술을 연결한 것입니다. 라디오가 들어있는 안락의자인데요. 초창기의 라디오는 기술 집약적 제품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 때문에 당시의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라디오를 사용자에게 쉽게 다가가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습니다.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는 친숙한 제품에 기술을 결합하는 방법을 떠올렸고, 두 사물을 결합한 의자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Critical design & Speculative design

(1) Critical design

비평적 디자인은 사회적, 정치적 관점을 살펴보고, 기술과 미디어, 디자인의 변화에 따라 생긴 문제에 관해 비평적 메시지를 던지는 디자인입니다. 이는 방법론이라기보다는 태도나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요. 디자인을 통해 어떤 의사소통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자체의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비평적 디자인을 하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문제를 찾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대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왜 작동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아서일까?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잘 보이지 않아서인가? 그렇다면 왜 잘 보이지 않을까? 잘 보이지 않게 만든 이유는 맥락에 따른 것인데, 그 맥락은 맞는 것일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Statistical Clock, 출처: dunneandraby.co.uk

위 사진은 Anthony Dunne과 Fiona Raby의 대표적인 비평적 디자인 작품입니다. 디지털 매체로 뉴스를 접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자 수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뉴스는 분마다 시계로 연결됩니다. 4명의 사망자가 난 사고가 발생하면, 작품이 '1명, 2명, 3명, 4명…….'과 같이 그 숫자를 소리로 알려줍니다. 

 

(2) Speculative design

추측적 디자인은 기술과 사회 발전을 고찰하고, 사회적으로 큰 이슈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는 미래의 문제에 대한 메시지나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디자인입니다.

Anthony Dunne과 Fiona Raby의 책 'Speculative everything'에 따르면, 추측적 디자인은 있을 수 있는 모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가능한 미래에 대한 분류 체계'는 아래의 이미지와 같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표현하는 검은색 선이 있고, 그 위에 Probable, Plausible, Possible 카테고리가 존재합니다. Probable은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 높은 영역이고, Plausible은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은 적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정치적 상황이나 자연재해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는 디자인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Possible은 과학적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통계적으로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은 영역입니다. 이 영역을 벗어나면 공상 과학에 가까운 아이디어입니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들이 이 영역에 속하게 됩니다. 

추측적 디자인을 할 때는 제품이 어떻게 설계되고, 그 제품을 둘러싼 사회는 어떻게 작동하게 되는지를 추측하여 반영해야 합니다. 더불어 미래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지, 디자인이 사회 또는 국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합니다.

아마존의 Prime Air

몇 년 전, 아마존에서 드론을 사용하여 제품을 배송하는 비디오를 공개했습니다.  추측적 디자인 관점에서 이러한 새로운 배송 시스템을 생각해봅시다. 인구가 밀집된 맨해튼 중심가로 드론을 이용하여 배송하게 되면, 매일 10만 대의 드론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많은 수의 드론은 고층 빌딩들로 인해 비행에 제약을 받을 텐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을 디자인할 때, 드론이 건물을 통과하여 배달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건물 밖의 구멍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배송하는 것처럼요. 기술을 매개체로 건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3) Critique of critical design

비평적, 추측적 디자인은 '가능성'이라는 영역을 다룹니다. 따라서 특정 현실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세계에 대한 비평적인 사고를 하며 디자인할 수 있고,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한 것이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만든 제품 혹은 기준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비판적으로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가장 작은 규모의 상황일 때와 최대한의 규모로 확장될 때 어떻게 될지',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 어떠할지' 생각해보면서요. 더불어 기술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리고 여러 가능성을 살펴보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아이디어 일지라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ersonal design project

1) Nearness

첫 번째 작품은 친밀함을 느끼기 힘든 디지털 시대의 환경을 비평적으로 바라보고, 체온 전달이 친밀함을 느끼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작품입니다. 요즘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은 스카이프와 영상, 이메일 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과의 친밀함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사람들을 한 공간에 있다고 느끼게 하는지,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이에 대한 아이디어로 '사람 간의 접촉', '신체의 온도'를 떠올렸습니다.

위 사진의 소파 위에 놓인 공은 이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대상입니다. 공을 잡고 있는 동안, 인간적인 느낌과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이 와서 공을 잡고 있으면, 공 안의 센서들이 잡은 시간과 체온을 측정하고 기록합니다. 이후 두 번째 사람이 와서 공을 잡으면, 첫 번째 사람이 공을 잡았던 시간 동안 기록된 체온만큼 공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보여줍니다.

 

2) Technocratic Fables - of squirrels and spies

두 번째 작품은 이란의 보도 자료에 대해 의문과 비평을 제기하는 작품입니다. 2002년, 이란 정부는 '다른 국가의 첩보 기관의 스파이 장비를 가지고 있던 다람쥐 13마리를 포획했다'는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에는 다람쥐들이 어떤 스파이 기기들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했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습니다. 베일에 쌓인 부분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먹이를 파헤친 후 숨기는 다람쥐의 본능적인 행동을 활용하여 정보를 얻는 구조'를 구상하였습니다. 이를 활용하여 호두 모양의 기기에 오디오 기록 장치를 넣어, 다람쥐가 호두를 땅에 묻으면 정부기관의 정보가 녹음되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글은 독일 디자이너의 일본 UX/UI 프로토타이핑 디자인 특강 후기(2/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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