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30. 07:50ㆍUX 가벼운 이야기
앞서 발행된 독일 디자이너의 일본 UX/UI 프로토타이핑 디자인 특강 후기(1/2)에 이어 Marcel Helmer님이 실제 현업에서 비평적, 추측적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Marcel Helmer님은 현재 일본 교토의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인 회사 SoftDevice에서 Communication Designer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SoftDevice는 Microsoft, Panasonic, Toyota 등 글로벌 대기업 클라이언트와 함께 프로토타이핑 디자인에 중점을 둔 에이전시입니다. 프로토타입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 디자인 작업을 많이 하며 아이디어를 재가공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내 지하랩실입니다. 공간이 커서 자동차 응용 디자인, 자판기 디자인 또는 수술 시 사용하는 로봇 디자인 등을 이곳에서 진행합니다.
개발 주기입니다. 실제로 개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시각화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Sketching은 시각화 단계로 실제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기 전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마지막 완성품을 만들기 전에 각각 부품들의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고급 디자인을 위해서는 이 단계에 가장 많은 초점을 둡니다. 초기 단계의 사용자 테스트와 리서치는 Softdevice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고객사가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 제작하는 부분을 함께 진행하기도 합니다.
관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관찰은 사용자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찰하는 데서 출발하고 Ideation, Sketching, 실행(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 순으로 진행됩니다. 이 사이클을 여러 번 반복하며 프로토타입을 여러 사람들이 사용해보고 수정하는 단계를 여러 번 거친 후 최종 완성품을 만듭니다.
프로젝트 소개
직접 참여한 두 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개발이 어떤 단계로 이루어지는지,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 비평적/추측적 디자인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번째 프로젝트 : 병원 라디오 프로젝트
나고야 대학 연구자들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노인 환자의 연결 - 병원 라디오에 대한 이론과 실습’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기반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환자, 독거 노인분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회 활동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돕기위해 노인과 환자 두 계층이 병원 라디오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라디오 호스트와 청취자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대화식 미디어로 '라이브 스트리밍 시스템'을 설계 했습니다. 또한 민성 문제나 시각 장애와 같이 신체 장애가 있는 환자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쉽게 사용 할 수 있게 제작했습니다. 사용자의 사용 피드백을 실제로 받아볼 수 있었는데요. 일본 후쿠이의 양로원에서 라디오 진행자와 청취자의 사용성 테스트 및 인터뷰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 : 도요타 모터쇼
2017년 도요타 모터쇼를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컨셉, 프로토타입 그리고 워크샵과 실제 제작까지 고객사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자율주행 컨셉카의 내부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요타에서 원한 것은 자율 주행으로 사람들이 더 이상 운전을 안 한다면, 내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이 자동차는 총 4개의 자율주행 단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네 번째 단계의 경우 가장 높은 단계로 탑승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율주행 상태입니다. 이때 차 내부 공간을 사무실 환경처럼 만드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창문은 프레젠테이션하는 스크린으로 활용하고, 더는 운전할 필요가 없으니 좌석을 회전시켜 회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운전대는 대시보드와 완전히 밀착되어 있으며, 운전대 안쪽 대시보드에는 개인화된 AI가 있습니다. 창에는 어떤 사람들이 탑승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무드·환경·상황에 따라 조명이 자동으로 조절됩니다. 또한 모두에게 자신만의 AI가 부여되어 다른 차를 타도 자신의 AI를 가지고 다른 차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AI는 그 사람이 어떤 스타일로 운전하는지, 조명을 어느 정도로 원하는지, 어디를 많이 가는지 등의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개념적인 측면에 대해서 더 살펴보겠습니다. 자동차가 자율주행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비평적인 재조정 단계를 생각해봅시다. 미래기술을 기반으로 삼는 제품을 만들 경우, 제품 자체를 생각하기보다 먼저 미래에 어떤 시나리오 속에서 이 제품이 사용되게 될지 생각해야 합니다. 사례로 일본에서 비디오 게임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눴던 일화를 들 수 있습니다. 당시 그 개발자 분은 가상현실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고, 미래에 개발되는 모든 게임은 가상현실 게임이 될 거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오래된 기술을 대체하게 됩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예로 의사소통의 진화를 살펴봅시다. 200년 전, 사람들은 편지를 사용해 의사소통했습니다. 그 이후 전화가 개발되었고 더 빠르게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지만, 사진을 전달하거나 저장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있었을 때도 편지는 계속해서 존재했습니다. 그다음 이메일이 생겨났고, 사진도 전달할 수 있게 되었죠. 이메일이라는 새로운 수단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전화와 편지는 계속해서 존재했습니다. 왜 편지는 없어지지 않았을까요? 비평적 재구성을 통해 왜 아직도 편지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미래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편지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이메일은 편지만큼 감정을 강하게 전달할 수 없습니다. 러브 레터를 받는다면 편지가 기쁠까요, 이메일이 기쁠까요? 여러분이 개발하는 제품 또는 기술의 장단점을 따져볼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개발된 것이 오늘날에는 어떤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다시 자동차로 돌아가 진화의 과정을 떠올려봅시다. 과거에 자동차 운전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을 위해 필요했던 걸까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제는 자동차를 다른 형태로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이용하던 기존의 방식을 더는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일까요? 실제로 '운전하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에 기존의 자동차를 모두 대체하고, 100% 자율 주행으로 움직이는 시대가 올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사회 관점 등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미래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 혹은 제품을 개발한다면, '기술이 미래에도 오늘날과 똑같이 사용될지, 같은 상황일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비평적으로 접근하고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러분이 만든 시나리오 안에서만 제품과 기술을 바라보게 되면, 완벽한 환경 자체를 만들어 놓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위험 요소들이 있을지 잘 바라볼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물론 미래가 어떤 모습 일진 100% 예견할 수는 없지만 분명 오늘과 같은 형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creating an entry point based on existing experiences.'
아이디어를 제공할 때 최대한 확장해본다면 얼마만큼 확장할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아이디어 자체가 나쁘고 좋고를 떠나 이 아이디어가 사용될 때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프로젝트를 할 때 여러분들만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 배기지를 어떤 형태로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고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