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함께 성장하기 - 디자이너, 커리어 밋업 발표 회고

2019. 7. 22. 07:50UI 가벼운 이야기
위승용 uxdragon

 

예전에 SDS 프로젝트로 함께 했던 지인의 소개로 동네 디자이너 크-럽 에서 '디자이너, 커리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게 되었다. 동네 디자이너 크-럽 밋업은 이번에 두 번째 치러지는 행사이고, 특정 주제와 관련한 연사들을 모셔 간단하게 Small talk을 하고, 이후 주제에 대한 각자의 경험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네트워크 시간이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행사다. (간단한 샌드위치와 다과가 제공되는데 무려 맥주가 구비되어 있다!)



발표 주제는 '회사와 함께 성장하기'로 정했다.

나는 pxd라는 에이전시에서 10년을 일했다. 10년간 회사에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직을 여러 번 하면서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한 회사에 꾸준히 다니는 것이 좋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정답이 없다'였다. 인생은(그리고 커리어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한 인생이었는지가 판단이 될 것 같았다.

부족하나마 밋업에서 내가 pxd에서 10년 동안 어떤 경험을 했는지, 그리고 커리어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갔는지를 담담하게 공유드렸다. 해당 발표의 결론(?) 부분만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1. 회사 속성에 따른 장단점을 파악하라.

취업 혹은 이직을 위해 회사를 고르는데 있어 크게 스타트업, 에이전시 그리고 대기업이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 한 회사에 있어서 다양한 유형의 회사를 경험해보진 못했다. 내가 경험한 에이전시 그리고 pxd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이런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이 장단점이 모든 에이전시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밝힌다.)


에이전시 x pxd의 장점

-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경험해 볼 수 있다.
- 프로젝트 리딩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 자유로운 문화, 복지제도가 있다.
-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에이전시 x pxd의 단점

- 야근이 상대적으로 많다.
-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다.
- 성장에 대한 압박이 심한 편이다.
-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상당한 피로감이 있을 수 있다.
- 주변 사람들이 회사 이름을 모른다. (거기 뭐 하는 회사야?)

에이전시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장단점을 잘 알아야겠다. 이를테면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에이전시가 잘 맞을 수 있다. 반대로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에 대해 부담이 있거나, 그 외의 다른 가치를 높게 본다면 비 에이전시(이를테면 대기업)가 잘 맞을 수 있다.


2. 스스로의 성격과 장단점을 잘 파악하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일단 내가 뭘 잘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지, 그리고 내가 뭘 잘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나의 경우 pxd의 이전 그룹에 있었을 때 선행과 양산 프로젝트를 함께 잘해야만 했기 때문에 힘들었었다. 현재 pxd 그룹에서는 UI 양산 업무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일이 적성에 맞고, 또 주변 동료의 피드백을 들어보면 잘한다고도 한다.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좋아하는 일을 집중해서 하는 게 한 회사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비결이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면 요즘에는 MBTI, 내마음보고서 같은 내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유형, 심리검사가 있으니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하면 나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주변 동료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들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3. 스스로를 변화시켜라.

회사를 다니다 보면 으레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나의 경우 한 회사 내에서 조직을 옮겼고, 학교 강의, 외부강의 그리고 블로깅 등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를 변화시키는 다른 방법으로 '의도적 수련'이라는 개념이 있다. 애자일 컨설팅의 김창준 님이 쓰신 글 중에 '당신이 제자리걸음인 이유'라는 글을 보면 의도적 수련을 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의 경우 '의도적 수련을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은 건 아닌데 돌이켜보면 의도적인 수련을 했던 것 같고, 이를 통해 수영 실력을 향상했다.


4. 마지막으로 회사를 변화시켜라.

pxd 멤버는 개개인의 전문가가 모인 집단이다. pxd에 다니는 위승용이 아니라, 위승용이라는 전문가가 pxd에 다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게 나와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디자이너들은 보통 회사를 옮기기 전에 이직을 고민해 본다. 그러나 회사에 대한 불만을 가지기 전에 내가 다니는 회사를 좋은 회사로 만들기 위해 나 스스로가 어떤 노력을 했나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만약 회사가 나에게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과감히 회사를 옮겨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10년간 정신없이 달려왔었다. pxd에서의 전반기 5년은 성장의 시간이었고, 후반기 5년은 성숙의 시간이었다. 필명처럼 작은 동작을 꾸준히 연마해서 필살기를 쓸 수 있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나 스스로를 계발하려고 한다.

 

 



이번 밋업을 준비하고 발표하고 피드백받는 과정에서 정말 힘들기도 했지만 평소 일만 해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SDS 조재성 님이 아니었더라면 이 발표를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발표 자료 준비과정에서 이전 pxd 동료 조준희 님께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내용을 다듬을 수 있었다. 발표 준비 및 이후에도 피드백을 아낌없이 주신 그룹장님도 있었다. 그리고 나란 사람의 발표를 듣고 싶어서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와준 여러 업계 동료분들, 한경대 강의로 인해 인연이 된 제자분들(구 제자, 현 업계 동료)의 긍정적 피드백을 듣고 발표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쓴 pxd 블로그 글이나 브런치 글을 누가 보는지 그리고 보기나 하는지 상상이 잘 안 갔다.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쓴 경험 공유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영감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반면에 잠깐 발표한 게 대수라고 이렇게 감성적이냐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나란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어려운 도전이었다. (궁금하시다면 직접 해 보시는 것을 적극 권한다) 썩 잘 해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해냈다는 점에 만족한 시간이었다.


PS. 다른 연사님들의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잘 정리된 다른 후기도 읽어보시면 좋겠다. 

@이선주 https://brunch.co.kr/@pliossun/109

 


*이 글은 브런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uxdra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