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30. 07:50ㆍUX 가벼운 이야기
최근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혁신에 나선 한 제조사의 ‘내부 조직의 UX 역량을 높이기’ 위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제조 공정에 필요한 장비 시스템 디지털화가 진행 중이었고 '사용하기 편한' 화면에 대한 관심, 수많은 데이터 테이블을 쉽게 옮기는 데에 대한 고민을 막 시작하는 단계였습니다. 프로덕트 개발에 일부 참여하는 것과 동시에, 이 조직이 좀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조직의 성장 관점에서 고민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UX 성숙도에 대해 학습하고 적용했던 내용을 과정 중심으로 공유하려고 합니다.
UX 성숙도 모델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사와 외부 전문가인 저희 팀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서로의 목표를 파악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고객사의 UX에 대한 이해도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외부 전문가가 고객사의 역량을 과대 평가하면 고등학생만 가르치던 과외선생님이 같은 언어로 한참 어린 학생을 가르치려 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는 고객사가 스스로의 역량을 과대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학생의 학부모가 과외 선생님에게 단시간에 고등학교 과정까지 선행학습을 시켜달라고 요구하는 난감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과외선생님 모두가 보람 있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학습된 정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프로젝트가 모두의 이해를 만족시키고 명확하게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고객사의 UX 수준을 명확히 진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조직도 현재 역량 수준을 명확히 파악하고 얼마나 넓게 혹은 얼마나 깊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를 수립해야 합니다.
UX 성숙도란 무엇인가?
UX 성숙도는 조직 내 UX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프레임입니다. UX 성숙도를 설명하는 다양한 모델이 있지만 “인식-도입-활용-내재화"라는 큰 틀에서는 대부분 유사합니다. 먼저, 몇 가지 UX 성숙도 모델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a. Corporate UX Maturity, Nielson Norman Group 1)
닐슨 노만 그룹에서는 UX 성숙도를 8단계로 설명하였습니다. 각 단계의 특징을 ‘UX에 대한 인식,’ ‘조직 구성,’ ‘예산 편성,’ ‘이 과정에서 해야 할 일,’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해야 할 일’로 구분하여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1단계: Hostility Towards Usability (UX에 대해 경계하는 상태)
2단계: Developer-Centered Usability (개발자 주도 하에 UX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
3단계: Skunkworks Usability (특정 프로젝트에 실험적으로 UX를 도입해 보는 단계)
4단계: Dedicated Usability Budget (UX 전담 예산이 생기는 단계)
5단계: Managed Usability (프로세스 전반에서 UX를 적용하는 단계)
6단계: Systematic Usability Process (UX 적용을 시스템화하는 단계)
7단계: Integrated User-Centered Design (조직 전반에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 적용되는 단계)
8단계: User-Driven Corporation (조직이 사용자 중심 사고를 하는 단계)
b. UX Maturity Model, InVision 2)
존 마에다는 Design in Tech Report 2019에서 인비전의 UX 성숙도 모델을 ‘Masterpiece’라고 소개했습니다.3) 인비전의 UX 성숙도는 UX의 역할을 중심으로 구분했습니다. UX 조직의 역할이 UI 디자인을 넘어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데 지향점이 있다고 시사합니다.
1단계: Producers (디자인을 생산하는 단계)
2단계: Connectors (디자인과 주변 이해관계자를 연결할 수 있는 단계)
3단계: Architects (팀을 운영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는 단계)
4단계: Scientist (콘셉트를 만들고 분석할 수 있는 단계)
5단계: Visionaries (시장을 예측하고 크로스-플랫폼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
c. UX Maturity Model, Yury Vetrov 4)
러시아의 디자이너 Yury Vetrov는 UX 성숙도를 3단계로 구분하였습니다. 성숙도에 따라 조직이 UX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관점으로 구분합니다.
1단계: Operational (UX는 팀 단위로 디자인을 수행하는 역할로 인식되는 단계)
2단계: Tactical (UX가 다양한 조직과 연계하여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가는 단계)
3단계: Strategic (UX가 시장 차별화 전략으로 이용되는 단계)
우리 조직만의 UX 성숙도 모델이 필요할까?
위 사례 외에도 많은 이론이 존재합니다. 기존의 모델을 조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 제품의 형태, 업무 프로세스를 면밀히 파악하여 우리 조직에 적합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델 커스터마이징
어떤 조직은 UX 성숙도를 10단계로 정의하기도 하고, 어떤 조직은 3단계로 정의하기도 합니다.각기 관점은 달랐지만 다양한 이론을 간단하게 종합해 보고 하나의 테이블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표가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조직은 이미 “3단계: 실행" 단계에 도달했지만, 4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는 다음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장시간의 노력과 에너지에 지치지 않도록 3단계를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또 다른 조직은 2단계에 위치하고 있지만 단시간 내에 5단계로 도달하려고 합니다. 이럴 경우,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과중될 뿐 아니라, 밟아야 할 단계를 탄탄하게 밟지 못해 업무의 수준이 들쑥날쑥 할 수 있습니다. 각 조직의 특성에 맞춘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UX 관련 역량을 정량화하기
우리 조직이 현재 몇 단계의 성숙도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우리의 UX 수준을 내부에서 공감할 수 있는 형태의 정량적 지표로 만들어야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설문에 대한 응답을 분석하여 성숙도를 측정합니다.
UX 성숙도 측정을 위한 도구들
UX 성숙도, 디자인의 영향력, 조직의 혁신성 등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이 여러 가지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중 몇몇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a. McKinsey Design Index 5)
맥킨지 디자인에서는 2019년 The business value of design 6)을 발표하면서 MDI(McKinsey Design Index)를 발표했습니다. 4개의 큰 주제 하에 100개가 훌쩍 넘는 문항에 응답함으로써 조직의 디자인 수준을 진단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Analytical leadership (디자인 역량을 이끌어 내고 측정할 수 있는)
Cross-functional talent (모든 임직원들이 사용자 중심 디자인을 할 수 있게끔 하는)
Continuos iteration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 테스트하는 것을 반복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이는)
User experience (디자인 분야에 상관없이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는)
b. Innovation Culture Assessment, SAP 7)
SAP는 조직 문화 혁신의 관점에서 진단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UX 조직을 깊게 받아들이기 위한 문화 형성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문항은 크게 3개의 주제로 구분됩니다.
인적 자원
프로세스
공간
c. Design Maturity Survey, Artefact Group 8)
Design Maturity Survey는 다섯 영역의 주제를 기준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디자인과 제품이 미치는 영향력을 통해 디자인의 질적 수준과 성숙도의 연관성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Empathy (고객을 얼마나 이해하는가)
Mastery (디자인이 얼마나 우수한가)
Character (조직이 디자인과 혁신을 잘 뒷받침하는가)
Performance (디자인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돕고 있는가)
Impact (제품이 문화, 사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우리 조직의 측정 지표 만들기
이제 여러 사례들을 참고하여 우리 조직에 적합한 지표와 분석 기준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 조직의 성숙도 모델에 따라 질문의 양과 질에 대한 비중이 달라질 것입니다. 아래의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따르되 정확한 분석을 위해 분석과 기준을 반복하여 수정하여 최종 기준을 도출합니다.
- 설문지 구성
- 문항에 따른 가중치 부여
- 설문 응답자의 Role에 따른 가중치 부여
- 응답 점수와 성숙도 단계에 대한 관계 정의
- 시범 설문 운영
- 문항 및 분석 방법 수정
제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도 시범적으로 설문을 돌려보고 응답에 크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UX에 대한 이해가 낮았기 때문에 (우리는 1단계나 1.5단계로 평가했습니다) 설문 문항을 잘못 이해한 경우도 있었으며, 배경 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우리 조직의 UX 성숙도 높여 나가기
이제 대대적인 설문 결과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조직의 현재 위치를 밝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그 결과를 내부 구성원에 대해 공유할 시점이 왔습니다.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는 이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넥스트 스텝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현 위치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갖춰야 할 프로세스, 인프라, 역량, 경험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공유하고 관리해 나가야 합니다.
Design Value Scorecard 9)와 같은 툴을 사용하여 디자인 프로세스의 각 단계의 성숙도를 별도로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며
조직의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UX 성숙도 모델을 통해 객관적인 진단을 내리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구성원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사용자 중심의 접근이 익숙하지 않은 조직이 많이 있습니다. B2B 혹은 B2E 대상 프로덕트를 만드는 조직이나 프로덕트를 만들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하는 인사 조직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한편, 대고객 서비스를 운영하며 이미 UX가 미치는 비즈니스 효과에 익숙한 조직도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조직의 성장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입니다. 본 글에서 다룬 UX 성숙도에 대한 이해가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Reference
1) Nielson Norman Group, Corporate UX Maturity: Stage 1-4, Stage 5-8
2) InVision, Design Maturity Model by InVision: The New Frontier
3) John Maeda,Design in Tech Report 2019
4) Yuri Vetrov, Applied UX Strategy, Part 1: Maturity Models
5) Mckinsey Design,McKinsey Design Index
6) Mckinsey Design, The business value of design
7) SAP, Innovation Culture Assessment
8) Artefact Group, Design Maturity Survey
9) The DMI Design Value Scorecard: A Design Measurement and Management Model, DMI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