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3. 07:50ㆍUI 가벼운 이야기
UX리서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기획, 프로덕트 디자인과 개발팀의 협업에 단단한 근거를 더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사용자 관점에서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pxd에서는 그간 다양한 스펙트럼의 리서치 과제를 진행해 왔고, 올해부터는 리서치 분야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간 진행했던 수 건의 리서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리서치의 범위, 방법, 해석 등에 대한 생각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들어가며
비즈니스, 서비스, 프로덕트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검증하는 것을 리서치라고 합니다. 그중 UX리서치는 사용자 관점에서의 탐구와 검증을 위한 과정입니다. 그간 여러 스펙트럼의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지만, 각각의 리서치가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 서비스, 프로덕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구조화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해 봤습니다.
최근 pxd에서 진행했던 리서치 프로젝트 A, B는 그 목표가 매우 달랐습니다.
프로젝트 A의 목표는 ‘코로나 이후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기회 요소를 찾기’로 사회, 경제, 기술의 변화가 사용자의 실제 라이프스타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깊게 탐구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해외 3개국 사용자들의 생활환경을 다양한 방법으로 들여다보았습니다. 프로젝트 B의 목표는 ‘금융 앱의 사용성 평가를 통해 급변하는 금융 시장에서 개선점을 빠르게 드러내기’로 금융 앱을 사용하는 다양한 사용자들이 앱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하였습니다.
UX리서치의 범주는 리서치의 목적에 따라 i) 발견적 리서치(Discovery Research), ii) 평가적 리서치(Evaluative Research)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A는 탐색적 리서치, B는 평가적 리서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 리서치의 범위를 구분할 때 Generative - Evaluative Research로 구분하곤 합니다만, 저는 단어의 친숙성, 번역의 용이성, 그리고 저희 프로젝트 사례에 대한 적합성을 고려하여 Discovery - Evaluative Research로 구분하려고 합니다.
UX리서치의 유형은 어떻게 구분될까?
발견적 리서치(Discovery) - 평가적 리서치(Evaluative)
발견적 리서치는 사내에서는 보통 ‘선행연구’*로 불리는데 디지털/논-디지털 환경에서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를 파악하는 조사입니다.
* 바로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콘셉트를 먼저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말합니다.
발견적 리서치는 조사의 목표 자체가 추상적입니다. 예를 들면, ‘10년 후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환경에서 나올 법한 사용 경험은 뭘까?’, ‘미래의 주방환경은 어떤 방향으로 바뀔까?’와 같은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말 그대로 ‘발견’하는 게 목표입니다. '발견'의 국어사전 정의는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못 찾아낼 수도 있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못 발견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의미 있는 결과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최대한 구체화된 기회를 드러내고 창의적이고 열린 자세를 통해 모호함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평가적 리서치는 디지털/논-디지털 환경에서 기존에 존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나 사용성을 파악하는 조사입니다. 각종 프로덕트의 사용성 테스트를 통해서 사용자 관점에서의 불편함을 찾아내고 숨겨진 니즈를 확인하는 것이 대표적인 프로젝트 과정입니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커넥티비티 앱을 사용자는 어떻게 사용할까?’, 또는 ‘AI 스피커와 사용자가 실제로 대화가 잘 되고 있을까?’ 등과 같은 질문들이 평가적 리서치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달성해야 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기에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론과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견(Discovery) - 탐색(Exploratory) - 정의(Definition) - 검증(Validation)
그런데 사실상 pxd에서 수행했던 리서치 프로젝트는 이 두 스펙트럼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하게 발견과 검증으로 나뉘어 지지 않는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발견과 평가 외에 더 세분화된 프레임이 있는지 찾아봤고, 그중 발견-탐구-정의-검증 (Discover-Exploratory-Definition-Validation) 4단계의 유효성을 설명한 NCredible Framework*을 토대로 조금 더 세분화된 리서치 범위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NCredible Framework에서 설명하는 4단계는 새롭게 정의되 것은 아니고, UX Research 관련 자료에서 꽤 오래전부터 언급이 되었었습니다.
이 프레임은 리서치의 목표와 리서치 결과의 쓰임새를 2개의 축을 통해 구분되는 4사분면의 각 영역을 정의한 것입니다.
가로축은 리서치의 목표를 나타냅니다. ‘영감을 얻기’ 위한 리서치인가, ‘정보를 얻기' 위한 리서치인가로 먼저 구분합니다. 세로축은 리서치 결과물의 쓰임새를 나타냅니다. 리서치 결과물이 ‘고정된, 즉 특정한 영역에 완료된 형태로' 제공되어 사용될 것인지, 또 ‘유연한, 즉 폭넓은 영역에 시작점의 형태로' 사용될 것인지에 따라서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A 같은 경우는 유연한 결과물로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리서치로 클라이언트 사의 각 프로덕트 팀에서 이 리서치 결과물을 토대로 후속 과제를 진해할 가능성이 높고, 프로젝트 B 같은 경우는 고정된 결과물로 사용성 평가 결과를 곧바로 금융 앱 개선에 적용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각 4분면의 특성
이렇게 해서 나뉜 4사분면이 발견-탐색-정의-검증이고, 다시 한번 풀어써보면 아래 표와 같이 설명해 볼 수 있습니다.
pxd의 UX리서치 프로젝트들
그렇다면, pxd에서는 어떤 UX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까요? 위의 프레임에 저희가 진행했던 대표적인 리서치 프로젝트를 대입해 봤습니다. 보통 pxd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질문을 받으면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일을 한다고 얘기하는데 역시나 모든 분야를 걸친 다양한 일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네요.
* 모든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아 pxd는 어느 영역의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한다 등의 통계적인 의미는 없습니다.
이렇게 pxd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매번 명확한 프로젝트의 목표와 쓰임새가 다릅니다. 매번 프로젝트의 목표를 설정하고 어떻게 쓰일지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것이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이죠.
UX리서치의 목표와 쓰임새를 어떻게 정의할까?
이렇게 매핑을 하면서 간단하게 프로젝트를 회고해 보니 내가 하는 리서치의 목표과 결과물의 영향력에 대해서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리서치 방법을 정하거나 산출물의 수준을 정의하는 등 후속 프로세스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특히 발견적 리서치, 탐색적 리서치의 경우 목표와 범위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간의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간단한 프레임으로 프로젝트 초반에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구성원과 공감대 형성하기
우리는 모두 빠르게 결론을 내고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일부 리서치 프로젝트는 처음은 발견을 목표로 했지만 끝은 아이디어를 정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폭넓은 영역에서 시작점의 역할을 해야 할 리서치 결과물이 아이디어로 전달이 되게 되면 그 결과물 자체가 제한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본래의 ‘발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자 워크샵을 통해 목표와 결과물의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만듭니다.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 보고 함께 목표를 함께 설정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리서치의 목표는 영감을 받기 위함인가요? 정보를 얻기 위함인가요?
우리 리서치의 산출물은 프로젝트 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앞으로 진행할 프로젝트의 시작점으로의 역할을 할까요?
프로젝트 결과물을 받아 활용할 이해관계자와 공감대 형성하기
프로젝트 팀 뿐만 아니라 리서치 결과를 활용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리서치의 결과를 받아서 활용하게 될 다양한 부서의 담당자들과 리서치의 역할에 대해 분명히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리서치의 목표와 결과물을 4 사분면으로 시각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동일한 목표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며
이번 글을 쓰기 위해 그간의 프로젝트를 돌아보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의 현재 좌표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은 너무나 기초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프로젝트 기간 내내 매일 되새겨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가지기도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목표에 따른 리서치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