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리서치의 임팩트를 극대화하는 방법

2021. 6. 24. 07:50UI 가벼운 이야기
Yoonyoung Jung

들어가며

경험리서치팀에서는 최근 Rosenfeld Media가 주최한 Advancing Research 2021 콘퍼런스에 참석했습니다. UX 분야에서 리서치가 갖는 역할을 정의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한 관점과 사례의 소개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두 세션을 통해 리서치의 잠재적인 임팩트를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 점을 공유합니다.

# 리서처의 역할 명확히 하기

요약

“Get the Most out of Stakeholder Collaboration” by Anna Poznyakov & Richa Prajapati

Salesforce의 두 리드/시니어 리서처 Anna Poznyakov와 Richa Prajapati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 리서치팀이 신뢰받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과정을 소개합니다. 이 과정에서 리서처로써 만나게 되는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성이 리서치 진행 방식과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합니다. *Salesforce 내부에서의 경험이며, 조직마다 리서처의 역할에 대한 이해는 상이하는 점을 참고해달라고 첨언하였습니다.

애자일 방법론을 추구하는 IT 대기업에서 리서치라는 스킬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전략에 필수적인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이 해당 세션 화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합니다. 수시로 진행되는 제품 업데이트에서 리서처들의 역할은 개선점 검증/평가만 반복하는 수행 조직으로 전락되어 팀으로써 보유한 스킬과 강점을 내세우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과거 Salesforce 리서치팀의 업무 아젠다 (출처 : Salesforce Research & Insights Medium / Anna Poznyakov & Richa Prajapati 작성)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은 먼저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의를 새로이 정립한 뒤 리서치 견적을 내는 방법을 고안합니다. 이는 이해관계자들이 누구인지 식별하고, 그들 중 리서치 업무/결과에 ‘영향'과 ‘관심'을 갖는 자들 기준으로 관계적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입니다.

이해관계자 우선순위 맵핑 (출처 : Salesforce Research & Insights Medium / Anna Poznyakov & Richa Prajapati 작성)

예를 들어, 리서치 방향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고위 경영진/프로덕트 오너와 같은 사람들과는 가장 밀접한 협업이 필요합니다. 제품의 실질적인 구현을 담당할 엔지니어들에게는 시스템적 오류 또는 불필요한 기능 개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효율과 만족감을 높이는 인사이트를 제공해야할 것이며, 리서치 결과를 활용해 판매량을 높일 방안을 고민하는 마케팅/영업 담당자들에게는 유의미한 정보가 있을 경우 공유가 되어야겠지요. 더불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에너지를 분배해도 되지만, 경쟁 구도가 생길 가능성이 있거나 협업으로 win-win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데이터 분석/시장 조사 담당 조직은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리서치 범위를 평가에만 국한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제품 개발의 [**탐색 - 디자인 - 평가**] 주기 전체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기의 각 단계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들에게서 확인한 리서치 기회를 위 우선순위 기준으로 나열한 예시입니다.

  • [탐색] 프로덕트 오너 : 지금 개발하는 제품의 수요가 발생하는 주요 고객층은 누구이며, 그들은 왜 이 제품의 필요성을 느낄까?
  • [탐색/디자인] 엔지니어 : 새롭게 개발한 기능을 현 시점에 탑재를 한다면 활용도가 높을까?
  • [디자인] 디자이너 : 디자인 컨셉과 사용성에 대한 피드백 수집
  • [평가] 콘텐츠 담당자 : 현재 제공되는 콘텐츠는 고객들이 제품에서 필요한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고 있는가?

현재 Salesforce 리서치팀의 업무 아젠다 (출처 : Salesforce Research & Insights Medium / Anna Poznyakov & Richa Prajapati 작성)

결과적으로 이러한 노력은 Salesforce 내부에서 필수적으로 자문을 구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리서치팀의 포지셔닝을 도왔다고 합니다. 수행하는 리서치 업무 범위가 넓어진 만큼 리서치의 임팩트를 극대화한 것입니다.

협업의 관점에서 리서치의 역할을 정립한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세션은 스킬로써 리서치의 필요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 리서치에 설득력 싣기

요약

“What is Research Strategy?” by Chris Geison

사업에 관여하는 대부분의 조직은 실행 전에 전략을 세웁니다. ‘리서치 전략가’라는 다소 생소한 직무 타이틀을 가진 Chris Geison은 리서치는 전략이 유독 부족한 분야라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필요한 리서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구분해 쓸데없는 리서치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전략 수립에는 의사결정 권한의 여부, 조직의 구조, 제품의 성숙도 등등 고려가 필요한 내/외부 요인과 맥락이 무수히 존재합니다. 화자는 리서치 전략에서 이와 같은 요소들의 영향을 최소화한 채 스킬 자체로써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데에 도움될 프레임워크를 제시합니다.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질문을 통한 전략 구체화라고 합니다.

리서치 목표 정의는 향후 리서치 진행에 있어 ‘하지 말아야할 것’을 고르는 초석이 됩니다. 이때

  • 리서치가 가져올 효과는 무엇일까?
  • 리서치 결과의 성공여부는 어떻게 측정할까?
  • 리서치가 제안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등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 작성된 mission statement는 간결하고 설득력 있게 앞으로 진행될 리서치의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집 단계는 리서치 조직과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질문 워크샵에 참여해 어떤 리서치가 필요한지 발굴하는 단계입니다. 워크숍은 각 이해관계자들이 1) 무엇을 모르는지/알고 싶은지 표면으로 드러내고, 2)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는 리서치 기회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기회란 필요한 리서치의 유형과 진행 방법을 뜻합니다. 일전에 pxd 블로그에서 구체적인 리서치 유형을 알아본 바가 있으니, 이를 참고 부탁 드립니다.) 앞서 소개한 세션의 화자들이 활용한 접근법과 비슷한 듯합니다. 리서치가 다방면에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젠 실질적으로 필요한 리서치가 무엇인지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평가의 목적은 리서치의 옳고 그름 / 필요 여부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는 것이 아닌, 리서치 진행에 있어 필요한 토론의 뼈대를 잡아주기 위함이라고 강조합니다. 잠재적인 이슈를 표면 위로 드러내 기록하고 조직과 함께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는 ‘평가 그리드'를 활용해 진행됩니다.아래 예시로 살펴보겠습니다.

리서치 기회 평가 그리드 (출처 : Researchstrategy.info)

좌측에 도출된 리서치 기회들을 리스트업 하고(예. Project 1), 우측으로는 리서치 방법 및 고려가 필요한 평가 항목을 나열합니다. 평가 항목과 그에 상응하는 이런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겠습니다.

  • 간단함 : 리서치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수가 들어가는가?
  • 위험요소 : 리서치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 가치 : 유저/서비스, 그리고 리서치 조직에 어떤 가치를 가져오는가?
  • Buy-in : 리서치의 필요성을 (이해관계자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가?
  • 기간 : 리서치와 리서치 분석에 필요한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 유효기간 : 리서치를 통해 발견한 인사이트는 얼마나 유효할 것인가?

각 질문을 상-중-하 척도로 답변하며 채워지는 그리드를 토대로 필요한 리서치의 우선순위가 정해집니다. 더불어 위 질문들은 조직 전체의 거대한 전략에 기반해 도출된 질문이기 때문에 그 과정 자체로 타당성이 생기게 됩니다.

화자는 세션을 시작하며 전략이란 목표와 그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을 뜻하며, 그 기저에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고르는 것이 깔려있다고 설명합니다. 확실한 목적없이 ‘정치적으로 편리한(politically expedient)’ 것 부터 수행하는 것은 리서치의 디폴트 전략이 되기 쉬우며, 지속된다면 어디서도 리서치의 역할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때문에 여느 사업 조직과 마찬가지로 리서치에도 하지 말아야할 것을 가려내는 전략이 요구되며, 이는 결국 스킬로써 인정받고 리서치 결과의 설득력에 대한 근거가 됩니다.

마치며

제 아무리 탄탄한 리서치를 수행했다 한들, 목적과 쓰임새가 없다면 그 필요성을 주장하지 못할 것입니다. 목적과 쓰임은 제품을 둘러싼 모든 사람에 의해 발생하고, 그 범주에는 사용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적 맥락에서 제품의 문제와 기회를 식별해내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리서처의 역할이라 생각됩니다. 더불어 방향성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을 뒷받침해주는 분명한 근거를 함께 설명할 수 있어야 그 효력이 높아지겠지요.

결국 리서치는 제품과 사용자를 대변하는 옹호자, 그리고 제품을 책임지는 이해관계자들에게는 문제 해결의 촉진제가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제품 개발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이 합심하여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 리서치가 갖는 임팩트라는 점을 상기해볼 수 있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