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3. 13:51ㆍBlockchain UX 이야기
들어가며
2022년 상반기, 다양한 NFT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NFT에 대한 높은 관심은 자연스레 ART NFT 분야로도 이어졌고, 동시에 여러 이슈가 양산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NFT로의 완전한 전환을 위해 자신의 실물 작품을 소각하는 파격적인 시도도 있었습니다(출처).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라고 불리는 가상자산 시장의 하락과 함께 NFT 거래량도 크게 줄었습니다. NFT 데이터 분석 업체 논펀지블닷컴의 2022년 3분기 NFT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거래량은 전 분기 대비 77% 감소했으며, NFT 평균 가격도 76%가량 급락했습니다.
ART NFT 거래량도 전 분기 대비 74.9% 떨어져 ART NFT 시장 또한 크게 위축됐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며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꼽히던 NFT 시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조정에 들어가면서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매우 가파르게 성장하던 NFT 시장이 단 1분기 만에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각각의 프로젝트는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고,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습니다.
대표적인 NFT Marketplace ‘Opensea’와 다른 길을 걷는 사례들
2021년 이후 여러 NFT Marketplace(이하 마켓플레이스)가 등장했으나 대부분 Opensea와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Opensea가 소위 가장 잘나가는 마켓플레이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Opensea와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는 두 NFT 프로젝트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Ethernity와 SuperRare입니다.
다른 NFT 마켓플레이스들이 자체 토큰을 발행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자체 토큰인 ERN과 $RARE를 발행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NFT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민팅(발행)에 제한을 두고,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되는 NFT 컬렉션에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하게 발행되고, 잊혀간 수많은 NFT들과는 다르게 두 마켓플레이스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thernity
저명한 인물이 보증하는 한정판 인증 및 라이센스를 통해 ‘희소가치'를 갖는 Art Collection을 NFT로 발행해 거래하는 플랫폼
Ethernity는 주로 유명 스포츠 선수의 모습을 움직이는 형태의 Art Collection으로 출시하고, 경매 및 2차 판매를 통해서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수가 고인인 경우에는 관련 재단과 협약을 맺어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세계적인 권투 선수인 무하마드 알리의 경기 중에 전설로 꼽히는 ‘The Fight of the Century’의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The Ali Foundation과 협업해 NFT 컬렉션을 발행한 바 있습니다.
Ethernity는 희소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명 인사와 협력해 독점적인 한정판을 출시하는 전략을 펼칩니다. 유명 인사와 그의 특별한 사건을 통해서 ‘상징성'과 확실한 ‘보증'을 확보하고, 소량 한정판 출시를 통해 Ethernity에서 발행되는 NFT의 ‘희소가치'를 만들어갑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Ethernity에서는 ‘보증된 NFT’라는 의미로 aNFT(authenticated NFT)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aNFT의 희소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토크노믹스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aNFT를 구매한 경우 거래에 지급된 ERN 토큰(Ethernity chain의 유틸리티 토큰)의 75%는 2년 동안 자동으로 스테이킹 되며, 더 많은 NFT가 판매될수록 더 적은 수의 토큰이 시중에 유통되도록 해 토큰의 가격을 유지합니다. 또 희귀 NFT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Stones를, ERN 토큰을 파밍(유동성을 공급한 대가로 코인을 받는 것)해 얻을 수 있도록 DeFi 서비스를 갖추고 있어 단순한 NFT 거래뿐만 아니라 자체 토큰과 NFT를 연계한 금융 상품을 확보해 유용한 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SuperRare
전문적인 큐레이션(Curation)으로 까다롭게 선별한 작품의 ‘희소가치'를 만들며, DAO를 통해서 새로운 예술 시장을 혁신하는 프로젝트
손쉽게 NFT를 민팅할 수 있는 Opensea와 달리 SuperRare는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단일 NFT 에디션을 보유한 아티스트를 선택해 민팅합니다. 이처럼 이른바 ‘물관리’를 통해 고품질의 작품을 보유한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민팅을 원하는 작가는 지원서 및 자기소개 영상과 함께 작품을 접수합니다. 접수된 작품은 SuperRare 자체 운영팀이자 큐레이터인 Space Operator에 의해 선택 및 승인돼야만 NFT 민팅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SuperRare는 현실 세계의 예술 작품 거래 운영 방식을 그대로 Web 3.0으로 가져왔습니다. 예술품 거래는 상당수가 전시를 통해 이뤄지는데, 전시를 특정 테마에 맞춰 기획하기 위해서 큐레이터를 두고 있습니다. 큐레이터는 전시물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뛰어난 안목과 예술적 감각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시물을 수집해올 수 있는 인맥과 정보력을 두루 갖춘 사람을 가리킵니다. SuperRare는 이러한 큐레이터가 디지털 미술품 전시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공간(Space)을 주고,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자신의 공간에서 민팅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있습니다.
SuperRare에서 큐레이터인 Space Operator와 운영진은 작품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바로 이들의 존재가 Opensea와 차별화된 핵심 요소입니다. 이들의 안목과 예술적 감각, 그리고 운영이 SuperRare를 더 가치 있는 마켓플레이스로 만들고, 작가의 작품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Space와 Operator는 ‘Space Race’라고 불리는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쳐 선정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Operator 활동을 원하는 사람이 제안서 양식에 맞춰 포럼에 직접 제안하고, 제안한 사항이 요구 사항에 충족하는지 커뮤니티 편집자가 1차 검토한 후 거버넌스 위원회에 전달하면 투표가 개설되고 커뮤니티 회원들의 투표에 의해서 확정됩니다.
즉 SuperRare는 $Rare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홀더를 Space의 운영, 커뮤니티 편집자, 거버넌스 투표 유권자 등 핵심적인 운영 사항의 이해관계자로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SuperRare는 예술적 가치를 잘 이해하고, 미술 시장의 혁신과 변화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로서 예술품의 새로운 ‘희소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현재의 미술 시장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일으키게 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마치며
두 사례는 작품의 ‘희소가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제한적인 민팅 방식을 사용하고 자체 토큰을 발행해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민팅을 적용하고, 이후 활용하는 방법에 있어서 전혀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thernity는 특정한 사건으로 상징성을 갖는 유명 인사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NFT를 구매한 경우 2년간 재판매가 되지 않는 ‘락업'을 강제함으로써 ‘희소성’을 확보하지만, SuperRare는 조금 더 전통적인 큐레이터의 전문성과 안목을 통한 엄선된 절차로 ‘희소성'을 유지합니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서도 두 프로젝트는 차이를 보입니다. Ethernity는 ‘EARN’ 토큰과의 연계를, SuperRare는 DAO를 통해서 탈중앙화된 커뮤니티 중심의 운영을 강조합니다.
NFT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ART NFT 분야는 2022년 2분기와 비교해 3분기의 NFT 발행량은 5.9%로 감소량은 0.08%p에 불과합니다. 다른 분야와 비교해 NFT 전체 시장의 하락세 영향이 제한적인 듯합니다. 특히 슈퍼레어의 경우 토큰 기준으로 시총이 일부 증가하기도 했습니다(출처).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NFT 시장의 전체적인 하락으로 인한 타격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Ethernity의 유틸리티 토큰인 ERN은 시총의 약 60%(2022년 하반기 대비) 하락했으며, SuperRare 또한 30%의 인원을 감축(출처)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ART NFT를 포함해 수집을 위한 NFT 프로젝트들은 소위 ‘돈 벌 수 있다더라'라는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큰 관심을 끌었으나, 거품이 꺼진 지금은 각각의 프로젝트가 살아남기 위해서 내재적 가치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ART NFT의 내재적 가치는 예술가의 명성, 작품의 독창성과 품질, 시장의 수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ART NFT의 내재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해 볼 수 있겠습니다.
- 고품질 아트 만들기: 아트의 품질은 본질적인 가치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신만의 기술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독특하고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 아티스트로서의 평판 구축: 아티스트로서 유명할수록 ART NFT의 가치는 높아집니다. 전시회, 콘테스트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작업을 홍보하며 다른 아티스트와 협력해 명성을 쌓을 수 있습니다.
- 예술품의 가용성 제한: 한정판 또는 독특한 작품은 대량 생산 예술품보다 본질적인 가치가 더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작품의 가용성을 제한해 희소성을 확보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수요와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 추가 혜택 제공: 구매자에게 향후 아트 릴리스에 대한 독점 액세스, 아트워크의 실제 인쇄 또는 개인화된 메시지와 같은 추가 혜택을 제공해 ART NFT에 가치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 평판이 좋은 아트 플랫폼과 파트너 관계: 평판이 좋은 아트 플랫폼과 파트너 관계를 맺으면 작품을 더 많은 소비자에게 노출해 수요와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플랫폼을 조사하고 아티스트로서의 가치 및 목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RT NFT의 내재적 가치는 주관적이며 예술 작품의 가치는 시장 추세, 수요 및 기타 요인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창적이며 고품질의 작품을 만들고 아티스트로서의 명성을 쌓고, 구매자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ART NFT의 내재적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큐레이터, 작가, 수집가를 커뮤니티로 연결해 ‘희소성'과 작품의 ‘내재적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는 SuperRare의 다음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또 전통적인 예술품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본격적으로 NFT 경매에 뛰어든 점도 관전 요소일 것 같습니다(출처). 높은 기대로 거품이 잔뜩 낀 불확실성의 NFT 시장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내재적 가치를 높이고 두각을 보일지 올 한해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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