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8. 07:50ㆍBlockchain UX 이야기
블록체인 세상에서 ‘나의 활동’을 증명하는 토큰들
Tokens as Proof of What I Do in the Blockchain World
들어가며
블록체인상의 데이터는 누구에게나 공개되고 조작할 수 없다는 특성이 있어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은 소유권, 이용권, 이력 등을 증명하는 증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유의 가치(ID)를 갖는 NFT는 블록체인이 상용화된 이후 증명 용도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죠. NFT의 상세한 활용법은 pxd-WEMIX team의 ‘NFT, 어디로 가고 있을까?’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최근 토큰의 활용 범위가 더욱 다양해지면서 위 아티클의 사례 외에도 오직 증서로만 쓰이는 NFT들이 계속해서 발행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글에서는 Proof of Attendance Protocol(이하 POAP)과 Soulbound Tokens(이하 SBT)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참여 증명을 넘어 소셜 활동까지 지원할 수 있는 POAP
POAP는 정식 명칭대로 특정 행사, 단체, 활동 등에 참여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프로토콜이자, 이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발행된 토큰을 의미합니다(이하 프로토콜은 참여 증명형 프로토콜, 토큰은 POAP로 표기). POAP는 ERC-721 표준에 따라서 NFT로 발행되며 행사 개요 및 일시, 사진 등의 정보를 담고있습니다. 행사 현장에서만 받을 수 있으므로 POAP 보유 자체가 해당 행사에 참석한 증거가 되는 것이죠. POAP는 주로 운영 또는 주최 측에서 사용자의 참여율을 확인하고, 참가자에게 감사 의사를 전하기 위해 무료로 배포됩니다. 중복 참석 방지를 위해 하나의 지갑에 하나만 받을 수 있으며 이벤트 입장권 또는 QR 코드, NFC 칩을 스캔하면 자동으로 발급되죠. 이러한 자동 배포 방식 외에 발행 방법에 따라 POAP는 서비스 사용률을 높이는 데에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더리움 파운데이션이 진행한 <2022 Devcon 6>에서 이더리움 도메인에 명칭을 붙여주는 ENS(Ethereum Name Service)와 블록체인과 연결되는 굿즈를 생산하는 IYK, 그리고 POAP의 협업을 들 수 있습니다. 세 회사는 ENS 소유자(Wallet)에게 POAP 발급 권한을 부여해 사용자 간의 소셜 활동을 지원하고, 각 사 서비스의 사용률도 높였습니다. ENS 소유자에게 자신의 ENS 정보가 새겨진 실물 IYK 카드가 주어졌고, 카드 안에는 NFC 칩이 있어 스마트폰으로 카드를 스캔하면 POAP가 발급돼 참가자 간에 서로의 만남을 증명하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예컨대 A가 B를 만났으면 B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IYK 카드를 스캔하도록 해 ‘나는 B(ENS ID)를 만났습니다(I met B)’라는 POAP를 발급받는 것이죠. B 또한 A와의 만남을 증명하려면 A가 B의 IYK 카드를 스캔해 줘야 합니다. 이날 Devcon 6 현장에서 총 5,941개의 IYK 카드가 발급됐으며 1만 8,743개의 POAP가 발행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세 회사의 협업으로 발행된 POAP가 단순히 참여 증명을 넘어 참가자 간의 만남과 소통을 도움으로써 소셜활동까지 지원한 것입니다.
Wallet에 귀속되는 SBT
SBT는 지난 2022년 5월 비탈릭 부테론의 논문을 통해 처음 소개된 개념이자 기술입니다(Weyl외 4인, 2022). SBT는 보유자의 Wallet 정보를 포함해 처음 Drop된 Blockhcain Wallet에 귀속돼 최초 발행된 이후 거래나 양도를 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금전적 가치가 없으며 토큰을 지갑에서 제거하기 위해서는 Revoke라고 불리는 발행 취소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SBT는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활동 방안이나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최초 발행 이후 거래 및 양도를 할 수 없어 보유자의 이력을 더 명확히 증명할 수 있죠. 이런 특성 때문에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네트워크에서 SBT를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PFP 프로젝트인 Pudgy Penguin은 최근 프로젝트의 기념비적인 이벤트 또는 행사에 대한 참여를 증명하는 SBT를 두 차례 발행했으며, 세 번째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1차는 프로젝트 1주년을 기념해 Pudgy Penguin NFT 프로젝트의 PFP 소유자를 대상으로 첫 SBT인 truePengu을 배포했으며, 2차 발행은 소더비와 협업으로 진행한 경매에서 Pudgy Penguin PFP 낙찰자에게 penguPins SBT를 함께 주었습니다. 3차는 올 3분기로 예정돼 있죠. SBT 발행을 통해 Pudgy Penguin 프로젝트팀은 SBT 홀더가 더 이상 Pudgy Penguin PFP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Pudgy Penguin의 1주년을 함께 기념했고, 소더비 경매에서 PFP를 구매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이를 통해 추후 SBT 홀더들에게 별도의 보상이 주어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겠습니다.
SBT 발행을 시작한 메인 네트워크도 있습니다. Binance는 발 빠르게 자체 SBT인 BAB(Binance Account Bound Token)를 발행했습니다. 기존 SBT는 각 메인넷의 지갑에 귀속돼 하나의 메인넷에서도 지갑이 여러 개 있다면 각각의 지갑에 SBT를 발행 받을 수 있지만, BAB는 이름에도 나타나 있듯 Binance의 계정을 증명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BNB 체인에서 지갑이 여러 개여도 바이낸스 계정 하나당 하나의 BAB만 발행 받을 수 있죠. BAB를 받기 위해서는 바이낸스 계정으로 자체 인증인 KYC(Know Your Customer)를 통과한 뒤 발행 받을 지갑을 연결하고 서명까지 완료해야 합니다. 한 계정에 하나의 BAB만 발행해 사용자 개인을 증명하는 환경을 만든 것이죠. Binance의 SBT 발행 방식은 여러 지갑을 만들어 투표하는 식의 부정 투표행위를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증명을 변주할 수 있게 하는 POAP와 SBT
POAP와 SBT는 발행 목적이 분명한 토큰입니다. POAP는 참여를, SBT는 Wallet Address를 증명하죠. 그러나 본질적으로 NFT인 POAP는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 또는 양도를 할 수 있어 현재 POAP를 보유한 사람이 해당 POAP가 배포된 행사, 단체, 활동에 참여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SBT는 토큰 거래는 불가능하지만 토큰이 담긴 블록체인 Wallet Address 자체를 양도할 수 있어 허위 증명에 쓰일 수 있습니다. 지갑 혹은 계정 변경, 토큰취소(Revoke)가 가능해 해당 계정이 부정하게 또는 범죄용으로 쓰였던 것도 알 수 없죠. 즉, 두 토큰은 모두 증명을 위해 등장했지만, 발행 초기이다 보니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여러 프로젝트와 네트워크에서 POAP와 SBT를 실험적으로 발행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목적 또는 의도에 맞춰 개선해 발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OAP는 발행 방법과 주체를 바꿔 증명의 범위를 단순 참여 증명을 넘어 소셜 활동으로까지 확장했습니다. 또, 토큰 발행량을 늘리고, 협업한 기업들의 서비스 사용률도 높였죠. SBT는 Wallet에 귀속된다는 점을 바탕으로 발행처에서 증명하고 싶은 대상 또는 사실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기념 NFT를 받았던 지갑에만 발행하거나, 부정행위 방지용으로 한 계정의 여러 지갑 중 한 개에만 발행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두 토큰은 목적에 따라 증명의 대상과 범위를 정할 수 있고, 맞춤 개선이 가능해 앞으로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글은 Blockchain UX / Web 3.0 UX 디자인 관련 전문 채널 'pxd-The WEMIX Team'에서 영문과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작성. 김채원 — UX Researcher
글 편집. 최은주 — UX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