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2. 07:50ㆍBlockchain UX 이야기
들어가며
pxd 구성원들은 요즘 위믹스 생태계의 신규 서비스 기획, 디자인부터 운영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각 위믹스 플랫폼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덕트를 교차 사용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서비스를 경험해 보는 일은 너무도 중요하지만, 서로 관여하고 있는 프로덕트 외에 따로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위믹스 생태계 서비스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내부에선 문득 ‘내가 디자인하는 서비스를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실제 서비스를 이용해 보며 사용자 입장에서 이 서비스를 경험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에 UX리서처 1명과, 프로덕트 디자이너 3명으로 구성된 저희 팀은 제작자로 서비스를 대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온전히 사용자의 시각으로 서비스를 파악해 보는 ‘Dogfooding’의 시간을 갖기로 했는데요. 조사를 계획하면서 저희는 내 돈으로 내가 테스트한다는 의미에서 ‘내돈내테'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흔히 광고가 아닌 직접 구매하여 사용해 본 리얼 후기를 쓸 때 ‘내돈내산'이라는 표현을 쓰죠. 저희도 유저로서 경험해 보기 위해 각자의 사비를 들여 소량의 WEMIX를 구매하고 조사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아무래도 '내 돈'을 쓰다 보니 조금 더 사용자로서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포인트가 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재미있었던 포인트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UX리서처 등 각자의 직무, 주요 업무에 따라 화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리서처는 화면 속 전달되는 수치정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탐색하는 반면 디자이너는 설명적 요소보다는 3D그래픽 등 디자인 요소에 집중하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었죠. 그래도 이렇게 관점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도 모르게 좋다고 느낀 부분에 대해 그 이유를 서로의 관점을 통해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이 관점들이 모여 위믹스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하는 DeFi(Decentralized Finance) 서비스, WEMIX.Fi를 이용해 본 경험 후기를 전달드려볼까 합니다.
*WEMIX.Fi는 WEMIX 메인넷의 공식 DeFi 플랫폼입니다.
Home
WEMIX.Fi의 첫인상은 흔히 접하던 금융 사이트, 앱과 비교해 보아도 상당히 깔끔하게 느껴졌습니다. 비교를 위해 간략하게 써보았던 여타 DeFi 서비스의 경우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둡다', ‘사이버틱', ‘긱(geek)함'이었던 것에 비해 WEMIX.Fi는 기존 금융 서비스와 유사하게 ‘깔끔하고 투명’하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각 기능을 표현한 3D 모션 그래픽이 잘 모르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N명이 함께 예치하고 있다’거나 ‘100WEMIX를 1년간 예치하면 얼마의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등의 문구를 보고 정확한 수치를 기반으로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신뢰감이 들었고, ‘N명이 예치 중이다’ 같은 표현을 보고는 실제 수치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활성화되어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Swap
Swap을 포함해 서비스 전반적으로 초기 사용자가 궁금해할 만한 부분에 툴팁이나 가이드 문서로의 진입점을 제공하고 있어 세심하고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DeFi 서비스 특성상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분명히 학습이 필요한 개념들이 있지만 서비스 내에서 제공된 문서와 글들을 찬찬히 공부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wap에서는 특히 '슬리피지’를 '거래 허용치'라는 단어로 의역해서 제공하고 , '거래 가능성'이라는 일반적인 용어를 이용해서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초보자 입장에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서 말한 요소들 덕분에 Swap은 비교적 빠르게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자신이 받을 코인 수량과 코인 최소 지급 수량을 정확히 맞추려면 받을 코인 수량을 어림짐작해 여러 번 입력해야 하는 과정은 다소 번거로웠습니다. 다른 DeFi 서비스인 유니스왑(Uniswap)의 경우 수령할 코인의 수량을 입력하면 이에 맞추어 자동으로 필요한 코인 수량(최대 이체수량, Maximum Sold)을 표시해 주다 보니 한 번에 원하는 수량의 코인을 거래할 수 있었습니다. WEMIX.Fi도 이처럼 최대 이체수량을 보여준다면 스왑을 더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겠죠.
Pool
Pool 이용가이드와 예상 수익률 등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Pool 예치 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설명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비영구적 손실‘은 Pool예치 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손실로 예치 전 꼭 이해가 필요한 개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홈 화면 하단에서 가이드 문서 링크로 들어간 뒤, 동작원리를 찾아 읽은 뒤에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DeFi 상품 투자는 처음이라 상품의 안전성 및 위험성에 대한 정보가 궁금했는데, 해당 정보의 접근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Binance의 경우 Pool 예치화면에 진입하면 팝업을 통해 위험성을 고지하고, 비영구적 손실 계산기 같은 부가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이러한 요소들이 유저가 스스로 위험성을 판단하고 투자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 은행 상품처럼 관련 용어에 대한 설명과 위험성을 각 상품 페이지에 함께 고지하는 방법 또한 고려해 볼만한 형태일 것 같습니다.
Staking
‘현재, Swap에서 6.65% 더 싸게 stWEMIX로 교환 가능합니다.’라는 LIQUID Staking의 알림 배너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stWEMIX를 구매하려고 들어온 사용자라면 Swap에서 더 싸게 교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번거롭게 매번 화면을 번갈아 가며 비교해 보아야 했을 텐데, 이런 정보를 제공해 주니 '세심하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각 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리워드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기존 Sass 사이트들은 아래와 같이 Pricing 비교 화면에서 각각의 상품의 특징을 표로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화면처럼 예치기간, 리워드 종류, 추천 대상 등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제공한다면 사용자들이 더 편리하게 상품을 고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ashboard
아직은 블록체인 생태계 내의 DeFi 서비스 보다는 기존 금융 서비스가 더 익숙하다 보니 ‘리워드‘의 뜻이 수익 이외에 창출되는 보상의 개념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나 WEMIX.Fi에서 ‘리워드’는 상품을 통해 얻는 수익을 의미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블록체인보다는 기존 금융 서비스에 익숙할 사용자를 위해 통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는 유지하는 것이 사용자 경험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래에선 각 서비스의 투자 비율에 대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할지 파악되지 않은 초기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 부분은 현재 어떤 상품에 많이 투자하고 있는지 전체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실질적으로 내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Portfolio
가장 먼저 시선이 간 건 총 자산이었습니다. 내가 지갑에 보유하고 있는 금액과 다르게 보여서 혼란스러웠는데요. 알고 보니 총자산이 내가 상품에 예치한 자산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투자를 목적으로 한 서비스이기에 금액과 관련된 용어는 좀 더 명확하게, 예를 들어 ‘상품 총 자산’과 같이 표현해 주거나, 상품에 예치하지 않고 보유 중인 코인의 현황까지 종합적으로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또한 상단에 자산을 확인하는 영역에 ‘상품’과 ‘코인’으로 나뉘어 내가 현재 어떤 비중으로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프로 한눈에 볼 수 있게 제공된다는 점은 참 좋았지만, 정보의 관점으로는 최초의 입금 자산 대비 어떤 상품으로 얼마만큼 벌었는지를 알 수 있다면 투자자의 손익 파악에 용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ashboard와 Portfolio를 살펴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용자가 투자한 자산 관리를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적극적으로 제공되고 있지 않는 타 DeFi 서비스와 달리 위믹스 파이에선 다양한 상품의 이용현황과 더불어 내가 투자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블록체인이 아닌 기존 서비스에서는 흔하게 제공되는 방식이라 그런지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안전하게 내 자산이 보유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초심자도 조금은 경계심을 허물고 투자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며
제작자의 관점을 떠나 사용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니 개선점을 파악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제작할 때 고려해야 할 우선순위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 화면을 설계할 때는 가독성을 고려하거나 그래픽 혹은 아이콘이 의미를 잘 전달하는지를 중심으로 생각했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수익을 내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 생소한 용어가 어느 시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는지, 내 자산현황을 필요한 시점에 확인할 수 있는지 등 이용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점들이 더욱 중요하게 와닿았습니다.
유저에게뿐만 아니라 저희에게도 익숙지 않은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정 속에서 플랫폼 내 각 서비스들이 구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저의 입장에서 경험해 보고 전체적인 서비스의 흐름을 경험해 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각기 다른 직무를 가진 동료들과 함께하며 각자의 관점에서 서비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글 작성.
권기태 — UX Researcher
박안나 — Product Designer
이어진 — Product Designer
진의준 — Product Desig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