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서비스 리서치와 사용자 이야기

2024. 11. 12. 07:00Blockchain UX 이야기
정우재(ChungWooJae)

지난 2022년 여름부터 블록체인 기반 게임 플랫폼의 개편을 시작으로 약 2년 동안 블록체인 산업에 관한 리서치를 진행했습니다. DeFi(Decentralized Finance), NFT(Non-Fungible Token) 시장 서비스 등을 조사하며 많은 사용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죠. 조사와 별개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사실을 배운 순간들은 매우 유익하고 즐거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사용자들과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블록체인 게임을 왜 할까?

 

타운스타라는 게임은 보통 100~1,000만 원 정도로 처음에 투입하는 금액부터 달라요.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는 NFT를 사지 않으면 수익 없이 게임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있어요. - 국내 사용자 A 씨

 

블록체인 게임 사용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기존의 온라인 게임과 달리 몇백만 원의 초기 투자금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기존에는 게임에 재미를 느끼며 캐릭터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료 아이템을 구매했다면, 블록체인 게임에서는 시작하기 전에 단계별 플레이 방법, 다른 사용자의 수익률, 초기 투자 비용 등을 철저히 학습하는 것이 필수였습니다. 게임을 시작한 뒤에 사용자들은 일정 주기와 레벨에 따른 수익률을 기록하며 플레이했죠. 

 

I would stop playing MIR4 if the exchange rate goes down. It is waste of time.(게임 재화와 암호화폐의 교환 수익률이 떨어지면 MIR4를 중단할 겁니다. 시간 낭비예요.) - 필리핀 사용자 B 씨

 

블록체인 게임 사용자들은 수익이 줄면 하던 게임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새로운 게임을 남들보다 먼저 시작해 최대의 이익을 거두는 것이 게임을 즐기는 것보다 중요했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커뮤니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국내의 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의 구조를 사용자 중심으로 개편할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수익성을 기대하고 게임을 선택한다는 점을 반영해 게임 검색 과정을 게임 중심으로 구성하고, 토큰의 가치와 변동성을 함께 판단할 수 있도록 게임과 토큰의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했습니다. 게임 플레이 방식과 게임별 토큰 획득 방법을 플랫폼 외부가 아닌 게임 내에서 알 수 있도록 게임별 가이드도 강화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게임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사용자들을 플랫폼 내에 머물게 하기 위해 게임 추천 페이지에 신규 게임뿐만 아니라 토큰 가치 상승 게임도 노출되도록 했습니다. 이익으로 얻은 게임 토큰을 플랫폼 내 DeFi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각 상품의 수익성을 강조하고 해당 서비스로 이어지는 진입점도 마련했죠.

인터뷰한 사용자 모두가 항상 투자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불확실한 영역에 남들보다 먼저 발을 들여 투자하는 모습은 용기와 뚝심이 있어 보였습니다. 

 

노력, 그리고 또 노력

블록체인 게임 사용자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이용 방식을 알아가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들이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것을 넘어 지갑을 생성하고, 스테이킹에 참여하고, NFT를 구매하는 등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 큰 노력이 필요했을 겁니다. 

 

블록체인 분야에 투자할 때 대부분의 서비스 시스템이 매우 생소했어요. 그런데 정보를 얻을 백서나 대부분의 자료가 영문으로 돼 있어서 파악하기 어려웠죠. 매뉴얼이 없다 보니 투자 방법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 블록체인 투자자 D 씨

 

그럼에도 그들은 새로운 정보를 얻고, 발 빠르게 투자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대단했죠. 사용자들이 꼼꼼하게 자산 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한 순간도 있습니다.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정보 습득과 투자에 어려움을 토로했던 D 씨는 전체 자산 현황, 개별 프로젝트에 관한 기록, NFT를 보유한 지갑 주소, 가치 변동 등을 매일 기록하며 관리했습니다. 

투자자 D 씨의 블록체인 자산 관리 내역(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

 

투자 초기에는 문어발식으로 이것저것 다 투자를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자 투입한 금액과 수익이 얼마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지갑과 거래소도 여러 개를 쓰니까 관리가 안 되고, 아예 존재를 까먹는 것들도 생겼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저만의 틀을 만들어서 그때부터 하나하나 기록했어요.  - 블록체인 투자자 D 씨

 

암호화폐 에어드롭에 여러 개의 계정으로 참여하는 E 씨는 에어드롭과 상장 일정, 참여한 지갑 주소 등을 정리해 확인하고 있었죠. 다른 투자자 F 씨는 학습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유튜브와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에어드롭과 관련된 최신 정보 및 참여 방법을 공유했습니다.

투자자 F 씨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

투자 일지를 쓰는 것은 주식, 채권과 같은 기존 금융 상품 투자자들에게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데요. 하지만 변화가 빠른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새로운 네트워크나 서비스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미리 정보를 찾아보고, 공부해야 합니다. 플랫폼마다 에어드롭을 받는 방법도 달라, 모든 과정을 새롭게 익혀야 하죠. 따라서 블록체인 분야에서의 투자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자는 보안이나 네트워크 등의 이유로 여러 지갑에 자산을 분산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관리하고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불필요한 노력을 줄여줄 서비스가 필요해 보였고, 사용자들도 그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 같은 배경 덕분에 암호화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서비스의 필요성을 제안할 수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서비스도 결국, 사용자 경험

 

블록체인이 현재로서는 뭔가 와닿지 않는 개념인 것 같아요. 기술이나 서비스 자체가 생소하고 어려워서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분야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에 심리적 장벽이 생겨요. 투자만을 위한 투자 같다는 느낌을 아직은 많이 받아요. - 암호화폐 투자자 H 씨

 

약 2년간 블록체인 서비스와 관련된 리서치를 하면서 블록체인 서비스가 막연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를 많이 만났습니다. 저 또한 처음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같은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무엇보다 매번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간 블록체인 산업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지갑을 만들고 복구 구문을 저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소셜 로그인 기반으로 쉽게 지갑을 생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월렛 내에서 카드나 계좌이체를 통해 암호화폐도 구매할 수 있게 됐죠. 

이러한 변화는 블록체인 산업에서도 사용자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기술인 만큼, 맹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투명한 기록과 신뢰와 같은 긍정적인 가치를 적절히 적용해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권기태 - UX 리서처
편집. 최은주 - UX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