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5. 07:50ㆍBlockchain UX 이야기
pxd UX리서치팀은 지난 17개월 동안 약 8건의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0명 이상의 팬과 아티스트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블록체인이 만드는 팬덤의 진화' 시리즈를 통해 팬 활동이 블록체인 기술을 만나 그리는 새로운 팬 활동의 모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Cycle 2] 오프라인 이벤트: 개최 ↔ 참여
WEB2: 암표와 전쟁 치르는 팬덤
공연 예술 문화 시장에 골치 덩어리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존재는 바로 ‘암표’입니다. 암표상은 아티스트를 향한 팬의 순수한 심리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고 하죠. 최애를 보기 위해 정가보다 훨씬 높은 값을 내고서라도 구매하려고 할 테니 말이죠.
암표상들은 ‘매크로'라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해 표를 예매하기 때문에 일반 팬으로써는 공정한 방식으로 표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1∼2년간 열린 공연의 가장 좋은 앞쪽 자리들은 체감상 70∼80% 정도는 암표 판매를 위한 매크로로 팔린다”는 산업 관계자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말입니다.
암표 문제를 해결하고자한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가수 아이유의 콘서트에서는 팬의 제보로 암표 티켓 정황을 발견하면 해당 암표를 취소하고, 티켓을 제보자에게 제공하는 이른바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가수 장범준은 2024년 1월 소규모로 여러 회차에 걸쳐 예정됐던 공연의 암표 문제가 심각함을 인지하자, 결국 모든 공연을 취소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와 같은 대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WEB3: 암표 근절 대책으로 떠오른 NFT 티켓
‘NFT 티켓'은 암표 근절의 대책으로 떠오르는 방안 중 하나입니다. NFT 티켓이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NFT 형태로 발행한 티켓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디지털 등기권리증’과 같은 역할을 하는 NFT는 소유권과 구/판매 이력 등의 거래 정보가 모두 블록체인에 저장돼 있어 제 3자가 위조 또는 복사할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죠. 기존의 티켓과 달리 소유권과 출처를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NFT가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말입니다.
가수 장범준은 암표로 인해 공연을 취소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카드와 함께 입장권을 전량 NFT로 발매하는 방식을 도입해 다시 공연을 연다고 알렸습니다. 그렇게 개최된 것이 바로 2월에 열린 '현대카드 Curated 92 장범준 : 소리없는 비가 내린다' 공연입니다. pxd는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참석자들을 인터뷰하며 예매 및 티켓 활용에 관련된 경험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모두에게 공평한 예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예매 절차 전 과정은 블록체인 기술로 구동되는 모바일 앱 ‘Konkrit’ 내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기존 웹사이트와 달리 매크로의 접근이 차단되는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Konkrit 계정은 본인 인증이 필수이며, 계정을 다른 기기에서 접근하려면 해당 기기에서도 다시 한번 계정 주인의 본인 인증이 필요합니다. 또한 응모 및 당첨을 통해 예매 권한이 주어지면 계정 당 1매의 티켓만 예매 가능한 정책과 더불어, 티켓의 소유권 이전이 불가하도록 설정해 둔 탓에 예매 완료된 표는 재거래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도 예매 성공자가 공연에 참석할 의도가 없거나 참석이 불가해졌을 때, 손실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예매자로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예매 취소’ 뿐입니다. 이로써 암표의 가장 큰 주범이 되는 두 가지 요인, 1) 매크로 사용과 2) 대리 티켓팅·양도가 더 이상 힘쓸 수 없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죠.
예매 절차 뿐만 아니라 실제로 티켓으로써 NFT를 활용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암표 근절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방침을 적용했습니다. 입장 시 예매자와 예매 티켓의 정보가 일치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관람객 모두 동일한 절차로 꼼꼼히 확인하기 때문에 입장 소요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반응은 있으나, 그만큼 암표상이 노릴 수 있는 빈틈 또한 사라지기 때문에 길어지는 입장 시간은 감수할 수 있다는 팬덤 여론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장범준의 콘서트는 NFT를 도입해 암표를 근절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를 드러냈으며, 실제 예매부터 활용까지 전체 과정을 거쳐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경험을 제시해 공연 예술 문화 업계에서는 주목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NFT 티켓을 활용한 공연 참석 경험이 긍정적으로 느껴지기 위해서는 아직 고민의 여지가 많아 보입니다. pxd에서는 최근 장범준 콘서트를 비롯해 NFT 티켓을 사용한 국내 공연 및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팬과 함께 NFT 티켓 경험에 대해 의견을 들어 봤는데요, 대체적으로 암표 근절 관점에서의 실효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긍정적이었으나, 기존과는 다른 생소한 방식이었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존에는 티켓이 발송되거나, 이메일로 e-티켓이 발매가 되잖아요. 근데 NFT 티켓은 그런 게 아예 없다 보니까 예매를 완료했지만 결과물이 없는 느낌이었어요. 볼 수 있는 실물 티켓이 없다 보니까, 이게 예매가 됐다는 점에 대해 실감은 안 났던 것 같아요.
결제를 하고 나서 바로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2분 정도 기다리니까 제 지갑이라는 곳에 들어와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결제를 했는데, 티켓이 어디 있는 거지? 따로 배송이 오는 것도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어디서 확인을 해야 될지를 몰라서 좀 하얘졌었죠.
이번 인터뷰에서 만나 뵌 분들은 결제 완료 후 별도의 확인 장치가 없어 예매 성공에 대한 확신을 얻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NFT 티켓은 예매 후 민팅이 되는 구조입니다. NFT가 민팅되어 마이페이지에 나타나기까지 지연이 발생해, 결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티켓으로 인지되는 실체를 가진 무언가를 바로 확인할 수 없어 불안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NFT 티켓이 미처 충족해주지 못하는 감성적인 요소도 발견했습니다. 팬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한 공간에서 호흡했던 순간에 대한 기억을 오래도록 추억하고 보관하고 싶은 마음이 공통적일 텐데요 익숙하게 손에 주어졌던 지류 티켓, 또는 e-티켓과 교환한 입장 팔찌와 같은 공연 경험을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주어지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저는 참석하는 모든 공연의 티켓을 모으기 때문에 티켓북도 따로 구비해두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장범준 콘서트는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나 따로 실물 티켓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 아쉬웠어요.
아무래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참석했다면 그걸 실물 티켓으로 추억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해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공연 다녀왔다는 걸 추억하기 위해 Konkrit 앱을 따로 열어볼 것 같진 않거든요.
이런 아쉬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19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경우 NFT 티켓 구매자에 한해 주최 측에서 공연 당일 직접 촬영/편집한 하이라이트 영상이 담긴 NFT를 추가 민팅해주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으나, 이 역시 티켓을 판매한 거래소(코빗)에 접속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죠.
NFT 티켓 사례는 그 목표에 맞게 발전 중이나, 관람객으로써 편리하게 활용하는 경험에 있어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 환경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피해 갈 수 없는 불편함이나 생소함(ex. NFT 민팅 지연, 별도 티켓 수령 절차 없음)에 대한 인지를 높여 새로운 WEB3 공연 문화 온보딩을 돕는 방식으로 말이죠. 또는 팬이라면 무시할 수 없는 감성 및 수집 욕구의 충족을 위해서 새롭게 고안해 내야 하는 장치가 뭔지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글. 정윤영, 최하은 - UX 리서처
#3편에서는 세 번째 Cycle인 '팬클럽: 모집 ↔ 가입 및 활동'에 관한 내용이 다뤄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