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4. 07:50ㆍUX 가벼운 이야기
얼마 전 고등학생 딸과 함께 LA를 짧게 방문했습니다. 체류하는 동안 함께 웨이모(Waymo)를 2번 타봤는데 그 경험을 공유합니다.
Waymo란?
먼저 웨이모는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autonomous ride-hailing service)로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피닉스, 오스틴, 애틀랜타(곧 운행 예정) 지역에서 운행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웨이모 홈페이지(https://waymo.com)를 참고해 보세요.
Waymo Journey
웨이모를 호출해서 탑승을 종료하기까지 다음과 같은 여정이 있었습니다. 이 저니를 바탕으로 느꼈던 경험을 하나씩 나눠 보겠습니다.
‘웨이모를 타도 될까?’ 확신 갖기
LA에 가면 ‘웨이모를 꼭 타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있었어요. 유튜브로 정보를 많이 찾아봤지만, 결국 100% 확신을 갖지는 못했어요. 가장 많이 했던 걱정은 ‘사고가 나면 어떡하지?’ ‘차를 호출했는데 나를 지나쳐버리면 어떻게 하지?’ ‘내가 내리려고 한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내려주면 어떻게 하지?’와 같은 걱정들이었습니다. 첫 탑승 이후 이런 걱정은 거의 없어졌지만요.
앱으로 차량 예약하기
웨이모는 웨이모 원(Waymo One) 앱으로 호출합니다.
제가 해외에서 우버와 같은 차량을 예약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위치’ 예요. 내가 차량을 만나기 용이한 곳에 위치해 있나? 내 현재 위치가 지도에 정확하게 포인팅 되어 있나? 차가 길 건너편으로 오진 않을까? 그래서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할 때 왠지 위치가 부정확할 것 같다고 생각될 때는 기사님께 “어디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편입니다.
웨이모를 호출할 때에도 주소를 정확하게 찍어 호출했지만 내가 원한 장소에서 만나지 못할까 봐 내내 걱정이 됐어요. 배정된 차가 오는 길을 계속 체크하고, 저 길에서 오면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그럼 내가 서있는 길 건너편으로 오게 되는데? 이런 걱정을 계속하면서 차를 기다렸습니다. 불안핑 모먼트가 1-2분 정도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믿음직스러운 웨이모는 제가 원한 곳에 정확하게 도착했고 YL이라고 제 이니셜을 보여주어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탑승하기
차가 다가오자 너무 반갑고 신기해서 차로 정신없이 다가갔어요. 문 앞에 섰는데 ‘어? 문을 어떻게 열지?’하고 조금 당황했어요. 앱에 뭔가 있겠다 싶어 웨이모 원을 보니 이 차량이 제가 호출한 차량이 맞는지 확인하면 문을 열어주겠다는군요. 앱에서 버튼을 눌렀더니 바로 손잡이가 열려서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탑승을 하고 났는데 차가 출발을 하지 않네요. 좀 둘러보니 차량 내에서 액션을 취해야 출발하게 되어 있습니다. [START RIDE] 버튼을 누르면 차량 운행이 시작됩니다.
예측 가능한 맵
탑승이 시작되면 도착지까지 가는 맵과 함께 원하는 음악을 고르거나 차량 정보를 확인하는 등의 간단한 인터페이스가 제공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맵이 인상적이었어요. 주변의 차량 및 장애물들을 표시해 주면서 웨이모가 어떤 기준으로 자율주행을 하고 있는지 알려줍니다. 어떤 차선으로 주행할 건지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주행 경로를 예상하여 보여준다는 게 이렇게 믿음직스러울 수가 없었네요.
콘텐츠
주행 중에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데요 웨이모가 선별한 플레이리스트가 제공되고 제 디바이스를 연결하여 음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소름이 돋았었어요. 지금은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지만 앞으로 차량 내에서 꽤 다양한 콘텐츠/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느껴졌습니다.
몇 년 전 ‘자율주행 차량 내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업무,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등 흥미로운 시나리오를 그려봤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이런 차가 정말 상용화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했었어요. 그런데 왠 걸요. 웨이모를 경험해 보니 내가 그렸던 시나리오가 곧 만들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참고해 볼 만한 자율주행 다목적 차량 시나리오
- 도요타 e-Palette (https://global.toyota/en/album/videos/34527341)
- 아마존 ZOOX 로보택시 (https://www.zoox.com)
- 현대자동차 모바일 리빙 스페이스 (https://www.youtube.com/watch?v=HYGhruNONH8&t=222s%20)
Waymo One
이 모든 기능은 앱에서도 동일하게 제공됩니다. 음악을 선택하거나 지도를 보거나 등 차량에서 제공되는 기능이나 콘텐츠는 모두 앱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운전도 답답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잘합니다. 통행량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을 다녀서 그런지 몰라도 차선도 요리조리 부드럽게 잘 바꾸는 등 효율적으로 운전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딸은 엄마 운전보다 훨~~ 씬 낫다고…평가를 했답니다.
도착
목적지에 다다르게 되면 몇 분 후 하차한다는 정보와 함께 손잡이를 두 번 당겨야 열린다고 알려줍니다. 승차 시 문을 열 때 살짝 당황했었기 때문에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게 친절하다고 느껴졌어요.
목적지에 도착할 때 아쉬웠던 점은 즉각적인 요청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음식점을 방문하려고 하는데 해당 음식점 주소에 하차했지만 출입구가 조금 먼 곳에 떨어져 있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 우버와 같이 운전기사가 있는 경우에는 조금 앞에 조금 더 가서 세워달라는 부탁을 바로바로 할 수 있는데 그런 부탁을 하기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물론 도착지를 수정하는 기능은 있어서 기능에 익숙해지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미국과 같이 좌표 기반적 사고를 하는 문화권인 경우 사용자가 생각하는 물리적 도착과 심리적 도착 모두 목적지로 설정된 주소지에 도착하는 순간인 반면, 한국과 같이 맥락적(랜드마크적) 사고를 하는 문화권인 경우 목적지에 물리적으로 도착했더라도 심리적 도착은 아닌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요.
도착 후
목적지에 도착해 문을 닫으면 이제 저와의 인연은 끝입니다. 잠시 대기하는 듯하더니 다른 호출이 있는지 쌩~ 가버리네요.
라이드에 대한 별점을 주고 진짜 마무리가 됩니다. 해외에서 우버/리프트를 이용할 때 하차 이후에 엄청 고민하는 시점이 있습니다. 기사님께 팁을 드릴지, 드린다면 얼마를 드릴지 정하는 시간이에요. 그런데 웨이모 기사님께는 팁을 드릴 필요가 없네요! 아주 간단하게 이 과정이 마무리가 되어 정말 기분 좋게 마무리했습니다.
여기까지 저의 첫 웨이모 탑승 경험을 주욱~ 풀어 써 봤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에서 생각해 볼만한 UX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