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케이스의 런랩 프로젝트-강의실 의자 혁신 사례
2013. 1. 10. 07:00ㆍ리뷰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보는 UX 디자인(인간을 생각하는 공간,제품,서비스의 5단계 사용자 중심 디자인 프로세스, 김동환,배성환,이지현 지음) 책을 읽다가 매우 흥미로운 혁신 사례를 알게 되었다. 바로 스틸케이스Steelcase의 런랩 프로젝트 LearnLab Environments의 결과로 나온 Node라는 일체형 책상-의자이다.
스틸케이스社는 사무 가구 세계 1위 회사인데, 한때 유명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아이디오(IDEO)의 최대 투자자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 수 있듯이 혁신적인 디자인에 매우 많은 투자를 하는 회사이다. 사무 가구를 디자인하기 위하여 사무 환경에 관한 리서치를, 병원 가구를 위해 병원 환경에 대한 리서치를 많이 하듯이, 학교 가구를 위해서 교육 환경에 관한 리서치를 많이 하는데, 런랩 프로젝트는 교육 환경 중에서도 고등 교육에 맞춰 리서치를 진행했다고 한다.강의실이나 교육 환경은 지난 200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최근 여러 가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신이 경험 디자이너라고 한다면, 대학교 강의실에서 무엇을 제일 먼저 바꾸고 싶은가? 스틸케이스가 런랩 프로젝트를 통해 1년여에 걸친 심도깊은 조사를 하고, 사용자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진 끝에 만들어낸 신제품은 미국의 유명 대학들에 실제 적용되어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p 79) 웹사이트를 통해서 정보를 접하면 단순하게 결과만 보고 끄덕이게 되겠지만,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보는 UX 디자인"책을 보면서 사례를 따라가다보면 프로세스에 따라 같이 고민하고 답을 내 볼 수 있어 더 많은 점을 배울 수 있다.
책을 읽을 계획이 있는 분들은 즉시, 이 글을 그만 읽고 책을 먼저 보시길 권한다. 이 글은 다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이 사례를 제일 흥미롭게 보았기 때문에 블로그를 통해 스토리의 엔딩을 소개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유혹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우선 스틸케이스의 홈페이지에서는 "Workspace Futures" 팀이 진행한 두 개의 교육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1. Classroom 2.0
2. Learnlab
이 때 사용한 방법론은 별도의 보고서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1. 이해(Understand, 기초적인 연구와 전문가를 만나보고 트렌드를 이해하는 단계)
2. 관찰(Observe, 대학에 가서 학생들과 교수들, 관리자들을 관찰하는 단계)
3. 종합(Synthesize, 관찰과 연구로부터 이야기를 공유하고 패턴을 발견하여 디자인 원칙을 만드는 단계)
4. 구현(Realize, 디자인 원칙으로부터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공간에 대한 새로운 컨셉을 만드는 단계)
5. 모형(Prototype, 모형을 만들어 실제 강의실에 배치해 보고 고객으로부터 반응을 얻는 단계)
6. 측정(Measure, 비디오/사진 촬영과 정성적 조사를 통해 효과를 측정하는 단계)
로 이루어진다.
연구자들은 학습의 전형적인 형태를 유형화하고, 그러한 다양한 학습 형태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몇 가지 솔루션 중에서 먼저 구현된 것이 Node라는 의자 겸 책상이다. 먼저 기존 대학 환경에서 일체형 책상-의자 강의실의 문제를 살펴보자.
* 일체형 의자가 좁게 배열되어 있고, 가방을 내려 놓을 공간이 없다.
* 책상이 너무 좁아 공책도 어렵지만, 노트북 컴퓨터를 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 전원이 부족하다
* 강의/전체 토론/조별 토론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하기에 매우 불편하다.
(p 106-107)
런랩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인사이트를 선별하고, 디자인 원칙을 세울 수 있었다. 이 디자인 원칙들이 한 줄 한 줄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뒤에 보면 알겠지만, 디자인 원칙이 원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실제 디자인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이 된다.
› Design for multiple rhythms in the same classroom
› Allow everyone to be seen and heard
› Take advantage of new media
› Support the dynamic presentation of information
› Design for mentoring and apprenticeship
› Design for temporary ownership of space (p157)
특정 장소를 찾는 학생들의 목적에 맞는 사용 형태를 유도하는 융통성 있는 공간 구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수업의 성격에 따라 교실의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면 학생들의 창의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과 자신의 생각을 활발하게 교류하고 협력하도록 돕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룹으로 과제를 할 때 개인용 노트북의 화면을 쉽게 공유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을 통해 일방형 교육을 토론형 교육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또한 기술적 트렌드를 반영하여 노트북 컴퓨터를 위하여 무선 인터넷 등을 지원하고, 조별 활동에서 프리젠테이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교수가 학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도움을 주거나 학생과 상호작용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교수가 학생들 사이에 좀 더 쉽게 섞일 수 있도록 해 주는 면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일시적이나마, 그 공간의 주인이 되도록 해 주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감동적인데, 자신의 자리가 있는 회사원이나 대학원생과 달리 늘 돌아다녀야 하는 학생들은 일시적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붙일 곳이 필요하다. 도서관 등에서 프라이버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조별 활동에서도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p126-128)
이제 이렇게 만들어진 디자인 솔루션들을 하나로 모아 제품 컨셉을 만든다. 여러 가지 제품 컨셉이 있지만, 특히 일체형 책상-의자인 노드(Node)를 소개한다.(p142)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스포일러다...
노드는 책상과 의자의 일체형 디자인으로 기능적인 필요성을 충족시켰을 분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의 방법까지 지원하는 가구이다.
[노드의 특징: 책 p143에 나오는 이미지를 저자의 허락을 받고 스캔하였음. 영어 원본]
노드는 교수들이 학생들 사이를 지나다니기 어렵게 만들던 가방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받침대를 두었으며(Design for mentoring and apprenticeship), 노트북도 올려 놓을 수 있는 충분한 넓이의 책상을 제공한다. 사진에는 없는데 옵션으로 컵홀더를 제공하기 때문에 간단한 음료를 엎을 걱정없이 강의실로 가져갈 수 있다(Design for temporary ownership of space).
아울러 학생들이 서로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회전하는 의자를 만들었으며(Allow everyone to be seen and heard), 수업의 목적에 맞게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바퀴를 달았다(Design for multiple rhythms in the same classroom). 위 그림에서 보듯이 일반적인 강의를 하다가도 쉽게 대규모 토론이나, 조별 토론이 가능하도록 설계하였다. 특히 아래 사진을 보면 책상 4개를 붙였을 때, 새로운 하나의 책상이 생기는 느낌이 나도록 하였다.
여기에 노드의 장점을 살리는 실험적인 수업 방식도 가능한데, 조별로 진행하는 동안 별도의 프로젝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Support the dynamic presentation of information). 혹은 아래 비디오에서 보듯이, 바퀴가 달린 화이트보드를 두어 그룹 내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우면서도 각 개발 그룹의 공간 지배감은 더 확대하여 그룹 간의 간섭이 줄어드는 효과를 준다(p. 144)
스틸케이스는 미시간의 한 고등학교와 파트너십을 통해 실험을 한 결과 무려 97%에 이르는 교실 경험 만족도라는 뛰어난 결과가 나왔고, 단순히 가구의 변화가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었으며, 교사들도 학생들을 조별로 나누어 토론 시켰다가, 다시 전체 강의를 하는 등 다양한 학습 방법을 시도할 수 있었다.(p154)
결과적으로 IDEA 실버 수상하는 등 많은 디자인상을 받았다. 물론 가격이 비싸다. (의자와 책상만 50만원 정도) 하지만 이미 많은 미국 학교들이 채택하여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보는 UX 디자인' 책에 나오는 스틸케이스-런랩 사례를 책에서 소개하는 순서에 따라 스틸케이스의 홈페이지와 인터넷에서 모은 자료들로 보충하여 설명해 보았다. 이 사례는 사용자 조사와 이를 통한 인사이트로 어떻게 제품과 서비스에서 사용자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지를 너무 잘 보여주고 있다.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들은 책을 꼭 읽어 보길 권한다.
노드 제품 페이지
한국 판매 페이지(서울 논현동과 방배동)
IDEO의 프로젝트 소개 페이지
리서치 동영상(약 3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보는 UX 디자인" 책에 관한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