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 사진전, THING
2014. 1. 28. 00:04ㆍGUI 가벼운 이야기
매우 독특한 느낌의 사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히로시 스기모토'보다 훨씬 더 흥미로왔는데요, 일본 현대 미술의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자 현대 사진의 거장으로 평가되는 '히로시 스기모토'와 비교한다면 무식하다 소리 듣기 좋지만, 뭐 제 개인적은 느낌이 그랬다는 것이고요.
히로시 스기모토 - 사유하는 사진전
2013.12.5 - 2014.3.23
삼성 미술관 리움
>http://leeum.samsungfoundation.org/html/exhibition/main_view.asp?seq=29&types=2
2013.12.5 - 2014.3.23
삼성 미술관 리움
>http://leeum.samsungfoundation.org/html/exhibition/main_view.asp?seq=29&types=2
이정진 사진전 - THING
2014.1.15 - 2014.2.16
신세계 백화점 본관
>http://www.shinsegae.com/culture/gallery/displayinfo/displayinfo_view.jsp?store_cd=D01&seq=3362
2014.1.15 - 2014.2.16
신세계 백화점 본관
>http://www.shinsegae.com/culture/gallery/displayinfo/displayinfo_view.jsp?store_cd=D01&seq=3362
물론 양쪽 다 홈페이지의 이미지만으로는 절대 그 느낌을 알 수 없습니다. 그 크기로, 직접 봐야만 알 수 있죠.
스기모토의 작품 중 번개나 초상 시리즈는 사실 별로였고, 마음에 드는 건 '바다' 시리즈. 세계 곳곳의 장소를 돌아다니며 바다 사진을 찍었는데, 장시간 노출로 인해, 언제 어디에서 찍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느낌이 되어 버려 아련히 생각하는 근원적 '바다' 자체가 되어 버린 부분이 상당히 느낌이 좋았습니다. 사진은 '찰라의 예술'이라는 관념을 완전히 바꾸어린 것이죠. (반면 그의 번개치는 들판 시리즈는 그야말로 찰라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고요)
이와 비슷하게, 1시간-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한 것도 느낌이 좋았습니다.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영화를 (어쩌면 영화관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하여간 반면, 이정진이 주는 느낌은 굉장히 다른데, 똑같이 아이디어의 번뜩임이나 과학적 실험 같은 부분이 연관되어 있기는 하지만 굉장히 따뜻하고 본질적인 느낌을 줍니다.
일반적인 인화지를 사용하지 않고, 한지에 감광액을 바른 다음 필름을 노출시켜 만든 사진인데, 촬영부터 배경이나 그림자를 지우는 포토샵 작업까지 모두 철저히 그 '물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작품의 제목에 그 물건의 구체적인 보통 명사를 사용하지 않고, 단지 THING 이라는 단어와 숫자만 나열하는데, 그 이유는 배경이나 그림자 뿐만 아니라 언어와 연관된 고정관념 조차 연결되는 것이 싫다는 것이겠죠. 대표작과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을 옮겨 보았습니다.
01 THING 03-04, 2003, 한지에 사진 유제, 한지 배접, 140x195cm 출처:신세계백화점 12 THING 05-37, 2005, 한지에 사진 유제, 한지 배접, 74x100cm 출처:신세계백화점
매우 큰 한지에 사진인듯 그림인듯 한 물체 하나만 거무스름 남아있고 그것이 무엇임을 알려주는 다른 단서 없이 모양과 질감만으로 표현했는데, 한지 본연의 질감 위에 잘 어울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상 물체들은 이제 쓸모 없어진 것들입니다. 한지의 여백, 검지만 질감이나 터치가 살아있는 선, 그리고 그 안에 작가이 사유까지, 동양의 수묵화가 현대에 사진으로 진화한 것만 같은 독특한 느낌의 사진전이었습니다.
[참고##전시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