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모바일결제 서비스는 안녕하십니까?
2015. 4. 28. 07:50ㆍUX 가벼운 이야기
오프라인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대상으로 쓴 글이며 주로 국내의 결제 환경을 염두에 두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모바일결제 서비스 열풍이 한창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저마다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며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다. 카드사의 앱카드들, 통신사의 스마트월렛・모카페이・페이나우, 모바일 제조사의 구글월렛・애플페이, 기업들의 삼성월렛・라인페이・뱅크월렛카카오・알리페이・모바일티머니・스퀘어오더・케이페이・바통・엠틱 등 이미 출시한 서비스들만 해도 차고 넘치며, 올해 중으로 삼성페이・네이버페이・시럽페이・페이코 등 지금까지 나온 서비스보다 더 많은 서비스가 출시될 기세다.
핀테크(FinTech) 분야 중에서도 모바일결제 서비스에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쏟는 이유는 바로 결제가 돈과 가장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래 건당 조금의 수수료만 책정해도 돈이 굴러들어오니, 그야말로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올해 223조원 전후의 거래규모가 예상되는 애플페이의 경우, 거래수수료가 0.15%니까 말그대로 앉아서 약 3,000 억원을 버는 셈이다. 앞으로 모바일결제 시장의 성장세를 생각하면 3천 억은 적은 숫자일 수도 있다.
이미지 출처: goboomtown.com
하지만 으레 난개발이 많은 부작용을 낳듯, 마구 뛰어들어 내놓는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은 그 불편함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외면당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구글월렛의 경우 무려 2011년에 출시되었으나 4년간 이용률이 4%에 그치는 수준이다. 마치 초기 스마트폰들의 우후죽순과 같은 출시와 실패들이 생각난다.
결제방식도 지불방식도 천차만별이다. 결제방식의 경우 태깅 식의 NFC방식과 마그네틱방식, 스캔식의 바코드방식과 QR코드방식, 비접촉식의 BLE방식 등이며, 지불방식의 경우 충전식, 카드저장식, 소액결제방식, 포인트방식 등 너무나 많다. 심지어 자신들은 다 된다며 여러 방식을 다 지원하는 서비스도 있다. 그럼 A매장에서는 NFC만 되고, B매장에서는 바코드만 된다면 사용자는 언제는 태깅하고, 언제는 바코드를 찍어야할지 다 알아둬야 하는걸까? 계산 한 번 하는데 뭐가 이리 복잡한가.
그나마 작년에 출시된 애플페이의 경우, NFC방식으로 결제방식을 단일화하고 Touch ID를 활용한 에어리어방식의 쉬운 결제인증과 카드 거래 커버리지를 90% 까지 높이는 등의 사용자 편의에 힘쓴 결과 거래규모와 이용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맥도날드에서는 모바일결제의 50%가 애플페이로 거래되고 있고, 홀 풋츠에서는 15만건의 거래가 애플페이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며 4년된 구글월렛이 4%의 이용률인데 반해, 출시 2개월 만에 1%의 이용률을 보인다고 한다. 올해 출시될 삼성페이도 애플페이의 장점들을 잘 흡수하고 기존 카드 리더기를 그대로 쓸 수 있는 마그네틱 방식을 지원하여 커버리지를 더 높일 수 있는 전략을 택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애플페이(좌)의 장점을 잘 흡수한 삼성페이(우) / 이미지출처: fortune.com(좌), cnet.com(우)
이처럼 많은 모바일결제 서비스들 중 잘 되고 있는 혹은 기대가 되고 있는 서비스들도 있고, 실패한 서비스들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일까?
모바일결제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딱 2가지만 잘하면 된다. 편하게, 어디서나 결제할 수 있을 것. 사실 이건 기존 지갑의 장점인데, 지갑을 대체하겠다고 나선 모바일결제 서비스라면 ‘상식적’으로 기존 지갑과 같은 수준은 되어야 한다. 그럼 많은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은 얼마나 상식적일까. 요건 별로 살펴보자.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를 떠올려보자. 지갑을 열고 카드를 쓱 빼서 점원에게 건내주면, 점원이 알아서 다 처리한 뒤 폼나게 사인만 하면 결제가 끝이난다. 우리 대부분은 ‘이 정도’ 수준의 편함에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모바일결제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이것보다는 편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그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더 불편한 애물단지가 될 뿐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은 이 요건에서 미달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얼마나 불편하길래 자꾸 그러냐고 질문할 것 같다.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의 복잡한 가입 절차 등은 일단 눈감아 주기로 하고, 결제절차만 살펴보자. (서비스 별로 상이한 부분은 있겠지만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a. 매대 앞에 선 후, 폰을 켜서 잠금해제를 한다. 비밀번호나 패턴을 걸어두었다면 암호해제라는 단계가 추가된다.
b. 해당 모바일결제 앱을 다른 많은 앱들 사이에서 찾는다. 만일 첫 번째 패널이나 Dock바에 결제앱을 추가해놓지 않았다면 시간은 더 길어진다.
c. 앱을 실행한 후 로딩시간을 기다린다. 몇몇 결제 앱들은 강화된 보안을 뽐내며 백신앱이 함께 실행되어 더 긴 로딩시간을 갖는다.
d. 결제 앱 자체의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보통 4자리인데 자주 쓰지 않을 경우 기억이 잘 안 날 것이므로, 몇 번 틀리는 시간도 있을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결제 앱은 로그인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자동로그인을 해 두는 것은 필수다. 안했다면 큰일이다.
e. 만일 바코드류의 결제 앱이라면 바코드 새로 생성하기 버튼을 누르고 새로운 바코드가 생성되길 기다린다.
f. 결제를 위한 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앱에 따라 6자리인 경우도 있다.
사람이 쓸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났다는 것은 목록의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거기에 저 긴 시간 동안 내 앞에서 결제를 기다리는 점원과 내 뒤의 긴 줄에서 느껴지는 원망섞인 눈빛들과 같은 사회적 스트레스는 덤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은 잘 안 되고 있다. 반면 이를 반면교사 삼아 최근의 NFC기반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은 상당히 상식에 가까운 결제절차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티머니의 경우, 폰을 켜지 않고도 교통카드 태깅하듯 결제가 가능하고, 애플페이와 삼성페이는 에어리어 지문인식을 통해 결제인증을 매우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카드와 비슷한 수준이지 더 편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국내의 경우 리더기가 POS 안 쪽에 있어 폰 태깅이 어렵거나, 결제방식을 점원에게 알리는 상황에서 생기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카드와 비슷한 수준의 편함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위의 1번 요건이 충족되어 모바일결제 서비스로 카드보다 더 편하고 멋지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얼마나 편해졌는지, 아예 계산을 따로 하지 않고 물건을 집어 그냥 매장을 나가도 되는 정도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이용할 매장 중 단 한 곳에서라도 해당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외출할 때 지갑을 챙겨야 할 것이다. 그 뿐일까? 그 좋은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어떤 매장에서만 사용가능한지 ‘공부’를 해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제할 때마다 점원에게 ‘여기서 OO페이 되나요?’ 라고 물어보다가 점원이 ‘예? 그게 뭔데요?’ 하는 답변을 듣는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거나, 매장 어딘가 붙어있을 'OO페이 결제가능’ 사인물을 찾아 눈을 두리번 거려야 할테니까. (결제 앱을 켜서 사용처를 확인하는 것은 너무 하드코어하기에 일부러 배제하였다. 그리고 혹여 BLE등으로 사용처 알림을 제공해주면 된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건 스팸이다. 어디 갈 때마다 알림이 온다고 해보자. 당장 블루투스를 끄게 될 것이다.)
물론 사용처를 외워두는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통신사나 카드사의 멤버십 마일리지를 사용하려 할 때, 내가 지난 달에 받은 쿠폰을 사용하려 할 때 등등. 다시 말해 혜택을 써먹으려 할 때이다. 하지만 카드로도 쉽게 할 수 있는 오직 그 결제만을 위해서 어디서 쓸 수 있는지 누가 학습하려고 할까?
따라서 모바일결제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상식적으로 현금이나 카드를 쓸 때 처럼 어디서는 되고, 안 되는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야한다. 그리고 사실 이 요건이 더 중요하다. 어느 매장에서는 결제가 거부된다라는 불안감이나 ‘OO페이? 그게 뭔가요?’ 라는 점원의 답변을 들으며 느끼는 당혹감은 신용카드를 자신있게 내밀었으나 ‘한도 초과 되었다는데요…’ 라는 상황과 맞먹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행동경제학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것을 우선하기 때문에 이런 걱정거리가 모바일결제 서비스 자체의 정신적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서비스들이 현실적인 제약 - 아마도 사업비 부족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 으로 인해 이 부분을 충족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있다.
만일 어디서든 결제가 거부될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결제방식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모바일결제만의 고유한 장점 때문에 성공확률이 매우 높아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삼성페이가 NFC 방식 뿐 아니라 마그네틱 방식을 지원해 기존 리더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사용처를 확대한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일 삼성페이 발표 전에 이 글이 쓰여졌다면 이 대목에서 사용처 확대에 공을 많이 들인 애플페이를 언급했을 것이다 ㅎㅎ).
‘어디서나 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너무나도 상식적인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많은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이 실패해왔다. 다행히도 시간이 흘러 위 조건에 부합하는 서비스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인 조건만 만족하면 정말 사용자는 지갑이 없어도 행복하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될까?
주변 지인들이 어떤 지갑을 어떻게 가지고 다니는지 떠올려보자. 아마도 목걸이 지갑에 카드만 넣어서 다니는 사람(심지어 카드 한장 달랑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부터 중간 크기의 반지갑 그리고 벽돌 크기의 장지갑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사람 등 매우 다양할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지갑의 형태가 결제행위에서의 Goal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지갑을 간소화 시키는 사람일 수록 대개 결제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빨리 계산을 끝내고 싶어한다. 아마도 결제라는 건 거래라는 문화적 관습에서 발생한 번거러운 유산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이야 말로 ‘상식적인' 모바일결제 서비스에 가장 만족할 타겟 사용자이다. 지갑조차도 번거로워서 폰 케이스에 카드를 넣어다니는데, 그나마도 필요없이 폰만으로 결제가 다 된다니, 얼마나 좋은가. 거기다 매대까지 안가고 그냥 물건을 들고 매장 밖으로 나가도 알아서 결제가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반면 벽돌만한 장지갑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일 수록 결제를 합리적 소비의 기회로 여긴다. 그들에게 있어 혜택을 못 쓰고 제 값을 다 내는 일이 결코 생겨서는 안된다. 제 값은 곧 손해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그들의 지갑 속에는 여러 장의 멤버십 카드들과 쿠폰들이 빼곡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돈 계산만 편하게 잘 되는게 능사가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상식적이기만 한 모바일결제 서비스는 이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멤버십과 쿠폰으로 빼곡한 장지갑 - 이미지 출처: Fromb 장지갑 포토리뷰
아마도 몇몇 독자는 멤버십과 쿠폰도 같이 쓸 수 있는 모바일월렛 서비스들도 있지 않느냐며 반문하거나 Passbook이나 Syrup 같은 멤버십앱을 같이 쓰면 된다고 얘기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제는 책상 위에서 웹서핑하듯 여유롭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앞에서는 점원이 기다리고 있고 뒤에서는 대기자들이 있다. 이 무언의 압박감이 얼마나 심한지는 집 근처 빵집에 앉아 10분 만 매대를 쳐다보고 있어도 알 수 있다. 아마도 매대에 가기 전에 신용카드, 멤버십카드, 쿠폰, 동전 등을 미리 다 꺼내놓고 결제라는 무서운 타임어택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최소 1명 이상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OO페이 앱으로 결제한 뒤 멤버십 앱을 찾아 실행하고, 사용할 멤버십을 고르느라 매대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똑같이 미리 앱을 다 띄워놓고 골라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그럼 되기야 한다. 하지만 그게 지갑을 쓰는 것보다 편한 걸까? 게다가 종이쿠폰만 쓸 수 있는 곳에서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다시 생각해보자. 장지갑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혜택을 사용하여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지, 멤버십이나 쿠폰들을 쓰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그냥 도구일 뿐이다. 그렇다면 모바일로 결제할 때 알아서 혜택이 적용되게 하면 어떨까? 기본적으로 최대의 혜택이 알아서 적용되고, 쓰면 쓸 수록 학습을 통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혜택을 반영한다면? 아마도 이런 상식을 넘어 지능적인 모바일결제 서비스가 나온다면 위와 같은 사람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카드한장과 장지갑의 중간도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저렴한 계산에는 큰 의미를 안 두지만 비싼 물건일 수록 그리고 자주가는 곳 정도에서는 혜택을 받기 원한다. 아마도 위와 같은 지능적인 모바일결제 서비스라면 이 사람들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저렇게 세 분류로 나눠질까? 그 성향은 정말 위 글에서 서술한 것과 같을까? 한 번 그런지 아닌지 인터뷰를 해보라.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고 새롭게 발견하는 것도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가설을 세우는게 인터뷰 과정의 첫 단계이다)
합리적 소비를 얼마나 중요시하는가 이외에 다른 감성적인 요소가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결제할 때 얼마나 뽀대(?)가 나는게 중요한지, 얼마나 안전하게 느껴지는지가 중요한지 등이다. 만일 그런 요소들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카드보다 더 품격있게 느껴지는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그동안 카드번호가 버젓이 드러나 있는 카드를 어떻게 써왔는지 새삼 놀라게하며 사용자들을 감정적으로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가 되면 결제가 단순히 편한 것을 넘어서, 즐거운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당신의 사용자를 알아야 한다.
많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들이 오래된 가죽지갑을 대체하겠다며 지금도 만들어지고 또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지갑도 결국 도구일 뿐이다. 결제라는 행위를 하기 위한 도구 말이다. 지갑을 볼 것이 아니라 사람을 봐야한다. 그 사람이 결제를 할 때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Goal을 가지고 있는지를 안다면, 더 빠른 마차가 아니라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마차같은 서비스만 이용하던 사람에게는 마법과도 같을 것이다. 당신은 또 하나의 마차 제작자가 되겠는가, 마법사가 되겠는가?
[참고##조사 방법##]
모바일결제 서비스 열풍이 한창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저마다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며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다. 카드사의 앱카드들, 통신사의 스마트월렛・모카페이・페이나우, 모바일 제조사의 구글월렛・애플페이, 기업들의 삼성월렛・라인페이・뱅크월렛카카오・알리페이・모바일티머니・스퀘어오더・케이페이・바통・엠틱 등 이미 출시한 서비스들만 해도 차고 넘치며, 올해 중으로 삼성페이・네이버페이・시럽페이・페이코 등 지금까지 나온 서비스보다 더 많은 서비스가 출시될 기세다.
핀테크(FinTech) 분야 중에서도 모바일결제 서비스에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쏟는 이유는 바로 결제가 돈과 가장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래 건당 조금의 수수료만 책정해도 돈이 굴러들어오니, 그야말로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올해 223조원 전후의 거래규모가 예상되는 애플페이의 경우, 거래수수료가 0.15%니까 말그대로 앉아서 약 3,000 억원을 버는 셈이다. 앞으로 모바일결제 시장의 성장세를 생각하면 3천 억은 적은 숫자일 수도 있다.
이미지 출처: goboomtown.com
하지만 으레 난개발이 많은 부작용을 낳듯, 마구 뛰어들어 내놓는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은 그 불편함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외면당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구글월렛의 경우 무려 2011년에 출시되었으나 4년간 이용률이 4%에 그치는 수준이다. 마치 초기 스마트폰들의 우후죽순과 같은 출시와 실패들이 생각난다.
결제방식도 지불방식도 천차만별이다. 결제방식의 경우 태깅 식의 NFC방식과 마그네틱방식, 스캔식의 바코드방식과 QR코드방식, 비접촉식의 BLE방식 등이며, 지불방식의 경우 충전식, 카드저장식, 소액결제방식, 포인트방식 등 너무나 많다. 심지어 자신들은 다 된다며 여러 방식을 다 지원하는 서비스도 있다. 그럼 A매장에서는 NFC만 되고, B매장에서는 바코드만 된다면 사용자는 언제는 태깅하고, 언제는 바코드를 찍어야할지 다 알아둬야 하는걸까? 계산 한 번 하는데 뭐가 이리 복잡한가.
그나마 작년에 출시된 애플페이의 경우, NFC방식으로 결제방식을 단일화하고 Touch ID를 활용한 에어리어방식의 쉬운 결제인증과 카드 거래 커버리지를 90% 까지 높이는 등의 사용자 편의에 힘쓴 결과 거래규모와 이용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맥도날드에서는 모바일결제의 50%가 애플페이로 거래되고 있고, 홀 풋츠에서는 15만건의 거래가 애플페이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며 4년된 구글월렛이 4%의 이용률인데 반해, 출시 2개월 만에 1%의 이용률을 보인다고 한다. 올해 출시될 삼성페이도 애플페이의 장점들을 잘 흡수하고 기존 카드 리더기를 그대로 쓸 수 있는 마그네틱 방식을 지원하여 커버리지를 더 높일 수 있는 전략을 택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애플페이(좌)의 장점을 잘 흡수한 삼성페이(우) / 이미지출처: fortune.com(좌), cnet.com(우)
이처럼 많은 모바일결제 서비스들 중 잘 되고 있는 혹은 기대가 되고 있는 서비스들도 있고, 실패한 서비스들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일까?
모바일결제 서비스의 상식적인 성공요건
모바일결제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딱 2가지만 잘하면 된다. 편하게, 어디서나 결제할 수 있을 것. 사실 이건 기존 지갑의 장점인데, 지갑을 대체하겠다고 나선 모바일결제 서비스라면 ‘상식적’으로 기존 지갑과 같은 수준은 되어야 한다. 그럼 많은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은 얼마나 상식적일까. 요건 별로 살펴보자.
1. 결제할 때 카드를 꺼내는 것 이상으로 편할 것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를 떠올려보자. 지갑을 열고 카드를 쓱 빼서 점원에게 건내주면, 점원이 알아서 다 처리한 뒤 폼나게 사인만 하면 결제가 끝이난다. 우리 대부분은 ‘이 정도’ 수준의 편함에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모바일결제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이것보다는 편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그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더 불편한 애물단지가 될 뿐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은 이 요건에서 미달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얼마나 불편하길래 자꾸 그러냐고 질문할 것 같다.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의 복잡한 가입 절차 등은 일단 눈감아 주기로 하고, 결제절차만 살펴보자. (서비스 별로 상이한 부분은 있겠지만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a. 매대 앞에 선 후, 폰을 켜서 잠금해제를 한다. 비밀번호나 패턴을 걸어두었다면 암호해제라는 단계가 추가된다.
b. 해당 모바일결제 앱을 다른 많은 앱들 사이에서 찾는다. 만일 첫 번째 패널이나 Dock바에 결제앱을 추가해놓지 않았다면 시간은 더 길어진다.
c. 앱을 실행한 후 로딩시간을 기다린다. 몇몇 결제 앱들은 강화된 보안을 뽐내며 백신앱이 함께 실행되어 더 긴 로딩시간을 갖는다.
d. 결제 앱 자체의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보통 4자리인데 자주 쓰지 않을 경우 기억이 잘 안 날 것이므로, 몇 번 틀리는 시간도 있을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결제 앱은 로그인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자동로그인을 해 두는 것은 필수다. 안했다면 큰일이다.
e. 만일 바코드류의 결제 앱이라면 바코드 새로 생성하기 버튼을 누르고 새로운 바코드가 생성되길 기다린다.
f. 결제를 위한 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앱에 따라 6자리인 경우도 있다.
사람이 쓸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났다는 것은 목록의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거기에 저 긴 시간 동안 내 앞에서 결제를 기다리는 점원과 내 뒤의 긴 줄에서 느껴지는 원망섞인 눈빛들과 같은 사회적 스트레스는 덤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은 잘 안 되고 있다. 반면 이를 반면교사 삼아 최근의 NFC기반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은 상당히 상식에 가까운 결제절차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티머니의 경우, 폰을 켜지 않고도 교통카드 태깅하듯 결제가 가능하고, 애플페이와 삼성페이는 에어리어 지문인식을 통해 결제인증을 매우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카드와 비슷한 수준이지 더 편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국내의 경우 리더기가 POS 안 쪽에 있어 폰 태깅이 어렵거나, 결제방식을 점원에게 알리는 상황에서 생기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카드와 비슷한 수준의 편함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2. 기존 현금/카드와 같은 수준으로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할 것
위의 1번 요건이 충족되어 모바일결제 서비스로 카드보다 더 편하고 멋지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얼마나 편해졌는지, 아예 계산을 따로 하지 않고 물건을 집어 그냥 매장을 나가도 되는 정도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이용할 매장 중 단 한 곳에서라도 해당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외출할 때 지갑을 챙겨야 할 것이다. 그 뿐일까? 그 좋은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어떤 매장에서만 사용가능한지 ‘공부’를 해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제할 때마다 점원에게 ‘여기서 OO페이 되나요?’ 라고 물어보다가 점원이 ‘예? 그게 뭔데요?’ 하는 답변을 듣는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거나, 매장 어딘가 붙어있을 'OO페이 결제가능’ 사인물을 찾아 눈을 두리번 거려야 할테니까. (결제 앱을 켜서 사용처를 확인하는 것은 너무 하드코어하기에 일부러 배제하였다. 그리고 혹여 BLE등으로 사용처 알림을 제공해주면 된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건 스팸이다. 어디 갈 때마다 알림이 온다고 해보자. 당장 블루투스를 끄게 될 것이다.)
물론 사용처를 외워두는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통신사나 카드사의 멤버십 마일리지를 사용하려 할 때, 내가 지난 달에 받은 쿠폰을 사용하려 할 때 등등. 다시 말해 혜택을 써먹으려 할 때이다. 하지만 카드로도 쉽게 할 수 있는 오직 그 결제만을 위해서 어디서 쓸 수 있는지 누가 학습하려고 할까?
따라서 모바일결제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상식적으로 현금이나 카드를 쓸 때 처럼 어디서는 되고, 안 되는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야한다. 그리고 사실 이 요건이 더 중요하다. 어느 매장에서는 결제가 거부된다라는 불안감이나 ‘OO페이? 그게 뭔가요?’ 라는 점원의 답변을 들으며 느끼는 당혹감은 신용카드를 자신있게 내밀었으나 ‘한도 초과 되었다는데요…’ 라는 상황과 맞먹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행동경제학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것을 우선하기 때문에 이런 걱정거리가 모바일결제 서비스 자체의 정신적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서비스들이 현실적인 제약 - 아마도 사업비 부족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 으로 인해 이 부분을 충족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있다.
만일 어디서든 결제가 거부될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결제방식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모바일결제만의 고유한 장점 때문에 성공확률이 매우 높아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삼성페이가 NFC 방식 뿐 아니라 마그네틱 방식을 지원해 기존 리더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사용처를 확대한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일 삼성페이 발표 전에 이 글이 쓰여졌다면 이 대목에서 사용처 확대에 공을 많이 들인 애플페이를 언급했을 것이다 ㅎㅎ).
상식, 그 이상
‘어디서나 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너무나도 상식적인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많은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이 실패해왔다. 다행히도 시간이 흘러 위 조건에 부합하는 서비스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인 조건만 만족하면 정말 사용자는 지갑이 없어도 행복하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될까?
네 사용자를 알라
주변 지인들이 어떤 지갑을 어떻게 가지고 다니는지 떠올려보자. 아마도 목걸이 지갑에 카드만 넣어서 다니는 사람(심지어 카드 한장 달랑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부터 중간 크기의 반지갑 그리고 벽돌 크기의 장지갑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사람 등 매우 다양할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지갑의 형태가 결제행위에서의 Goal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지갑을 간소화 시키는 사람일 수록 대개 결제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빨리 계산을 끝내고 싶어한다. 아마도 결제라는 건 거래라는 문화적 관습에서 발생한 번거러운 유산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이야 말로 ‘상식적인' 모바일결제 서비스에 가장 만족할 타겟 사용자이다. 지갑조차도 번거로워서 폰 케이스에 카드를 넣어다니는데, 그나마도 필요없이 폰만으로 결제가 다 된다니, 얼마나 좋은가. 거기다 매대까지 안가고 그냥 물건을 들고 매장 밖으로 나가도 알아서 결제가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반면 벽돌만한 장지갑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일 수록 결제를 합리적 소비의 기회로 여긴다. 그들에게 있어 혜택을 못 쓰고 제 값을 다 내는 일이 결코 생겨서는 안된다. 제 값은 곧 손해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그들의 지갑 속에는 여러 장의 멤버십 카드들과 쿠폰들이 빼곡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돈 계산만 편하게 잘 되는게 능사가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상식적이기만 한 모바일결제 서비스는 이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멤버십과 쿠폰으로 빼곡한 장지갑 - 이미지 출처: Fromb 장지갑 포토리뷰
아마도 몇몇 독자는 멤버십과 쿠폰도 같이 쓸 수 있는 모바일월렛 서비스들도 있지 않느냐며 반문하거나 Passbook이나 Syrup 같은 멤버십앱을 같이 쓰면 된다고 얘기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제는 책상 위에서 웹서핑하듯 여유롭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앞에서는 점원이 기다리고 있고 뒤에서는 대기자들이 있다. 이 무언의 압박감이 얼마나 심한지는 집 근처 빵집에 앉아 10분 만 매대를 쳐다보고 있어도 알 수 있다. 아마도 매대에 가기 전에 신용카드, 멤버십카드, 쿠폰, 동전 등을 미리 다 꺼내놓고 결제라는 무서운 타임어택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최소 1명 이상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OO페이 앱으로 결제한 뒤 멤버십 앱을 찾아 실행하고, 사용할 멤버십을 고르느라 매대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똑같이 미리 앱을 다 띄워놓고 골라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그럼 되기야 한다. 하지만 그게 지갑을 쓰는 것보다 편한 걸까? 게다가 종이쿠폰만 쓸 수 있는 곳에서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다시 생각해보자. 장지갑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혜택을 사용하여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지, 멤버십이나 쿠폰들을 쓰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그냥 도구일 뿐이다. 그렇다면 모바일로 결제할 때 알아서 혜택이 적용되게 하면 어떨까? 기본적으로 최대의 혜택이 알아서 적용되고, 쓰면 쓸 수록 학습을 통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혜택을 반영한다면? 아마도 이런 상식을 넘어 지능적인 모바일결제 서비스가 나온다면 위와 같은 사람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카드한장과 장지갑의 중간도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저렴한 계산에는 큰 의미를 안 두지만 비싼 물건일 수록 그리고 자주가는 곳 정도에서는 혜택을 받기 원한다. 아마도 위와 같은 지능적인 모바일결제 서비스라면 이 사람들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저렇게 세 분류로 나눠질까? 그 성향은 정말 위 글에서 서술한 것과 같을까? 한 번 그런지 아닌지 인터뷰를 해보라.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고 새롭게 발견하는 것도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가설을 세우는게 인터뷰 과정의 첫 단계이다)
합리적 소비를 얼마나 중요시하는가 이외에 다른 감성적인 요소가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결제할 때 얼마나 뽀대(?)가 나는게 중요한지, 얼마나 안전하게 느껴지는지가 중요한지 등이다. 만일 그런 요소들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카드보다 더 품격있게 느껴지는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그동안 카드번호가 버젓이 드러나 있는 카드를 어떻게 써왔는지 새삼 놀라게하며 사용자들을 감정적으로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가 되면 결제가 단순히 편한 것을 넘어서, 즐거운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당신의 사용자를 알아야 한다.
마법같은 결제를 꿈꾸며
많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들이 오래된 가죽지갑을 대체하겠다며 지금도 만들어지고 또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지갑도 결국 도구일 뿐이다. 결제라는 행위를 하기 위한 도구 말이다. 지갑을 볼 것이 아니라 사람을 봐야한다. 그 사람이 결제를 할 때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Goal을 가지고 있는지를 안다면, 더 빠른 마차가 아니라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마차같은 서비스만 이용하던 사람에게는 마법과도 같을 것이다. 당신은 또 하나의 마차 제작자가 되겠는가, 마법사가 되겠는가?
[참고##조사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