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23. 07:50ㆍpxd talks
지난 3월, pxd에서는 디자이너 허두석 님과 함께 요즘 IT업계의 뜨거운 화두인 블록체인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무래도 기술적인 주제인 만큼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블록체인 생태계를 디자이너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시는 걸 들으며 작성자가 주관적인 소견을 담아 정리해보았습니다.
들어가면서
비트코인? 블록체인?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때가 왔다! 가즈아~~~!!! (출처: 강연 자료)
사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분산경제(거래) 시스템의 보상책입니다. 시스템이 돌아가게 만드는 핵심 수단이죠. 그런데 이 비트코인의 차익거래 자체가 주목을 받으면서 많은 이들이 "인생 모 아니면 도다! 가즈아!"를 외치며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게 된 것이죠.
이번 강연의 연사이신 허두석 님은 이 비트코인을 존재하도록 한 블록체인에 주목하시는 분입니다. 블록체인은 어떻게 작동하며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지, 또 거기서 디자이너들이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시죠.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
Old Habit. 익숙한 거래방식, 중앙화 시스템
우리가 거래 시 익숙하게 이용하는 은행은 중앙화 시스템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기서 ‘중앙화’라 함은 거래에 필요한 자산과 이체 등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주체가 관리한다는 것이죠. 은행은 특정 이익집단의 소유이며, 기계가 아닌 사람에 의해 운영됩니다. 따라서 거래 시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또 완벽히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거래에 있어 중앙화 시스템은 정말 최선의 방식인 걸까요?
New Possibility. 자 새로운 거래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대책으로 등장한 탈중앙화 시스템, 블록체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블록체인은 쉽게 말하자면, 거래내역을 암호화하여 교환/저장하는 분산된 네트워크입니다.
중앙화 시스템과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 첫째로, 은행 같은 제3의 중개인이 없습니다.
- 둘째로, 모든 거래(transaction)가 공개됩니다. (예: 00이 00에게 10비트코인을 전달했다)
- 셋째로, 무결성을 지닙니다. 데이터의 위/변조가 불가하고, 한 번 이루어진 거래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예. 실수로 누군가에게 100만 원이 잘못 간다고 해도 말이죠)
- 마지막으로, 익명성입니다. 블록체인에도 은행 계좌와 같이 거래내역이 기록되는 “분산원장”이 있습니다. 이 분산원장은 로그인/가입이 필요하지 않으며, 익명성이 보장되죠.
블록체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새로운 용어들이 나타나니 슬슬 어지러워지시나요? 블록체인의 작동원리에 대해서는 연사님이 준비해주신 아름다운 인포그래픽과 함께 간단한 설명만 하겠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블록체인이 작동하는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에 있으니까요. :)
1개의 블록이 블록체인에 추가되는 과정 (출처: 강연 자료)
1-2. 사용자들은 각자의 상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3-5. 거래내역 A, B, C, D가 발생함과 동시에 모든 사용자들의 상자에 같은 거래내역이 쌓입니다.
6. 상자가 일정량 이상 차면 거래내역은 암호화해서 묶입니다.
7. 다시 상자 자체가 암호화됩니다. (이중 암호화)
7-1. 이때 채굴자가 등장하여 이 암호를 맞춥니다. 왜 맞출까요? 비트코인을 얻기 때문이죠. -> 보상구조
8-10. 채굴자는 모든 사람에게 암호를 보내주고 각 사용자는 암호가 유효한지 한번 풀어서 검증한 뒤, 맞으면 다시 잠급니다. -> 합의구조(Proof of Work. 작업증명)
채굴자는 암호를 사용하여 거래내역이 저장된 블록을 생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시계열 구조로 ‘다수의 블록’이 생기는데, 이 블록과 블록의 연결구조를 블록체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유지될까?
작동원리를 당장 이해 못 하셔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관리하는 중앙 중개인 대신, 다양한 채굴자들이 분산된 거래정보들을 암호화하여 새로운 블록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인데요.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는 시스템이기에 자발성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채굴에 대한 보상수단인 ‘비트코인’이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
블록체인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1세대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은 이체만 가능합니다. 이에 반해 2세대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라고 하는 계약 기능이 더해져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거래가 발생하면 계약이 자동으로 성사되고 토큰이 이체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우선, 사람들은 은행 앱(또는 은행) 대신에 DApp(Decentralized App)이라는 Application을 통해 거래합니다. 앱의 일종이지만, 블록체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여 제삼자의 개입이 없이 자동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예를 들어 사장님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정 KPI를 달성하면 연봉을 10% 올려서 지급해준다.'라는 계약조건을 코드로 설정해 놓습니다. Dapp의 시스템에서 이 조건을 만족하는 직원이 생기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10% 인상된 연봉이 지급되고 거래는 청산됩니다. 이때 성사된 거래는 물론 돌이킬 수 없고요.
남아있는 과제들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다면 여러 궁금증이 생기실 수 있는데요, 몇 가지 이슈들을 짚어보겠습니다.
중개인이 정말 없는 걸까?
위의 예시에서 직원들이 KPI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시스템은 어떻게 알아차릴까요? 결국, 조건에 대한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블록체인 시스템에 넣어주는 기술이 필요한데요, 이를 오라클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이들은 또 다른 중개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또 이들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요?
확장성(Scalability) 이슈
거래생성 수요를 거래체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슈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슈들을 해결하는 것은 개발자들에게 잠시 맡겨놓고, 우리는 디자이너의 역할을 확인하러 넘어가 보겠습니다.
디자이너의 역할, "신뢰를 위한 디자인”
블록체인의 개념적인 내용은 사실 필자의 부족한 글보다, 허두석 님의 강연을 실제로 듣거나 웹서핑으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필자에게 고민을 던져준 부분은 지금부터인 것 같은데요.
전반부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블록체인은 2가지 장벽을 가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일단 (1)생태계(System 블록체인 + Application 댑)의 존재와 참여방법을 모르고 (2)왜 참여해야 하는지 몰라서 참여를 안 하죠. 그리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생태계의 유지 존속을 위협합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다음의 2가지 방향성을 갖고 DApp을 설계해야 합니다.
(1) 기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댑을 만들어주자
결코 진입장벽이 낮지 않은 거래 시스템에 대해 디자이너들이 먼저 습득한 후에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댑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DApp 예시 (출처: 강연 자료)
(2) 신뢰를 주고, 생태계 확장을 독려하는 디자인을 하자
데이터의 불가역성, 강력한 보안과 익명성 등 블록체인 시스템의 차별적 속성을 잘 이해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할 때, 누구나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마무리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블록체인이 확장되는 미래에는 이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우리의 역할이 크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DApp(Decentralized App)의 제작에 있어 디자이너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하니, 이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블록체인에 ‘호기심’을 가지고 DApp 서비스 개발을 바라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발자, 마케터들과 함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디자이너가 되어보지 않으시렵니까!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