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7. 07:50ㆍUI 가벼운 이야기
관련 글 : 2022.01.18 - [UI 가벼운 이야기] - 재택근무하는 PM을 위한 다섯 가지 노하우
재택근무를 하던 어느 날 저는 '고마운 분'에서 '더 귀한 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자주 시켜 먹던 배달 앱에서 VIP로 승격이 된 것인데요. 놀라움 반 두려움 반으로 더 귀해진 나의 소비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러던 찰나 배달 음식으로 한 끼를 든든히 채우는 과정에서 어딘가 모를 기시감이 느껴졌습니다! 재택근무에서 고군분투하는 프로젝트 PM과 저를 포함한 팀원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배달을 통한 한 끼 식사와 재택근무는 과연 어떤 포인트의 접점에서 맞닿을까요? 우선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손님은 팀원에게 업무를 요청하는 PM과 닮아있습니다. 반면 주문 사항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는 식당 주인은, PM에게 받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팀원이 되겠고요. 가장 핵심인 '배달' 과정에서는 재택근무 중 각자의 업무 상황을 소통하는 'PM-팀원'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배달 과정에서 '맛있는 한 끼 식사'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듯, 재택근무에선 '더 맛있는 구성의 서비스 디자인'을 위해 PM과 팀원이 끊임없이 소통합니다.
재택근무의 업무 과정을 배달 앱 주요 프로세스인 '주문 > 요리 > 배달' 3단계에 빗대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프로젝트 PM과 소통하기 위해, 팀원으로서 고군분투하여 얻어낸 '퀘스트'를 공유합니다.
1. 주문하기 : PM의 주문이 수락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배달 앱으로 주문을 할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고민하시나요? 그날 먹고 싶은 메뉴, 최소 주문 금액 그리고 배달 시간. 이외에도 추천순, 행사 중인 가게, 리뷰 평점 등 생각보다 많은 기준을 토대로 주문을 하게 됩니다. 주문 시 고려하는 우선순위는 소비자 개개인마다, 혹은 같은 소비자라도 주문 당시의 상황 여건을 고려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례 없이 흩어진 우선순위 앞에서, 주어진 시간 내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최근에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민할 점이 생겼습니다. 재택근무라는 업무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적절한 프로젝트 소통 방식을 정하는 것인데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떤 메인 언어와 그에 부합한 메인 채널로 소통할 것인지 협의합니다.
- 잠깐! 오감만족 커뮤니케이션, 지금도 가능한가요?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집이라는 환경을 다시금 돌아보고 재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은 가구 배치를 바꾸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평소와 다른 향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집에서 나는 냄새가 바뀐다고 공간이 바뀔까요? 네! 공간의 인식에 변화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어떤 향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향이 약하게 날 때 그 방을 더 밝고 깨끗하고 산뜻하다고 여긴다고 합니다. 더욱이 쾌적한 향기가 나면 방을 더 크다고 느끼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 수 있는 점은, 감각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걸 대체하기만 해도 듣는 걸 바꿀 수 있으며, 소리를 조작하여 다르게 느끼게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는 대면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오감을 활용하여, 언어적 정보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정보까지 복합적으로 주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재택근무에서는 어떨까요?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한정된 감각으로 더 많은 집중력을 요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더욱이 팀원 개개인마다 생각의 잣대가 달라, 같은 단어라도 다른 의미로 혹은 다른 온도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그만큼 팀원 간의 생각을 좁힐 수 있는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요해졌습니다.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팀원 각자 편안하고 익숙한 메인 소통 언어를 확인하고, 팀 전체의 메인 언어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메인 언어 정하기 : 프로젝트의 주요 감각을 찾아서
그렇다면 우리는 평소 어떤 언어를 사용하며 소통할까요? 재택근무 중 활용하는 주요 언어는 크게 '발화 언어'와 '서술 언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A. 발화 언어
발화 언어는 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언어적 행위를 말합니다. 대면 업무에서는 아주 익숙한 언어지만, 재택근무에 적용할 땐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크곤 합니다. 상대방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온전히 청각에 의존하여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 '말'을 통해 의사 전달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에겐 효과적인 소통 언어입니다.
재택근무에서는 주로 전화 통화 혹은 온라인 화상 미팅으로 발화 언어를 사용합니다. 전화는 청각에만 의존하는 반면, 온라인 화상 미팅에서는 화면 공유라는 시각적 도구를 더하여 정보 습득 방식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긴밀한 소통을 요하는 경우, 온라인 화상 미팅을 활용하는 주요 이유겠지요.
B. 서술 언어
서술 언어는 생각이나 현상을 '글'로 표현하는 언어적 행위입니다. 재택근무를 한다면 피할 수 없는 소통 방식이기도 합니다. 텍스트를 활용했을 때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여 전달하는 과정이 익숙한 사람에게 적절한 메인 언어입니다.
서술 언어는 주로 시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게 되어, 상대의 미묘한 언어 뉘앙스를 확인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반면 기록을 통해 작업의 히스토리가 저절로 쌓인다는 강력한 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동시성을 활용하는 경우,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그마로 공동 작업하는 경우, 팀원의 실시간 작업 상황을 확인하는 동시에 이전 작업 히스토리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F/U 프로젝트에서 서술 언어의 활용은 필수입니다.
두 언어 중 평소 본인의 생각을 1. 정확하게 2. 안전하게 그리고 3. 공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하는 것이 의사소통의 시작입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더 좋은 언어 하나에 의존한 채, 선택하지 않은 다른 언어를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소통이 필요한 시점에 가장 효과적인 언어를 활용하는 융통성이 중요합니다. 앞서 말했듯 감각은 상호작용하기에 서로 보완하는 가운데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덧붙여 팀원의 '안전한' 업무 환경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육아를 병행한다거나, 반려견과 함께 지낸다거나 혹은 원룸에서 자취를 한다면, 발화 언어를 주로 활용하기 힘들 수 있으므로 꼭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 메인 채널 정하기 : 프로젝트의 감각 도구를 찾아서
팀의 메인 언어를 결정했다면, 언어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메인 채널(Tool)을 결정합니다. 만약 긴밀한 회의가 빈번한 프로젝트라면, 온라인 화상 미팅 서비스를 메인 채널로 선택할 것입니다. 반면 촘촘한 소통보다는 팀원 개인의 업무 수행이 중요한 프로젝트라면, 서로의 작업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형 툴이 적절합니다.
두 가지 중 고민 중인 분들에게 희소식이 있다면, 최근 한 가지 툴 안에서 여러 언어를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중 사내 메신저로 자주 활용되는 슬랙은 '허브'라는 통화 기능을 도입하여, 서술 언어와 발화 언어를 동시에 활용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더불어 외부 서비스를 플러그인 하여, 슬랙이라는 한 가지 툴을 기반으로 각 소통 상황에 알맞은 툴로 뻗어나가는 경험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언급한 메인 언어와 마찬가지로, 메인 채널을 결정했다고 한들 해당 채널만 사용하란 법은 없습니다. 예외적인 프로젝트 상황 혹은 팀원 개인의 상황을 보완할 수 있는 적절한 채널 선택은 필수입니다.
2. 요리하기 : 팀원이 음식 준비를 시작합니다!
손님의 주문을 접수하고 나면,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합니다. 식당의 셰프는 메뉴 도착 시간을 예상해 보고, 해당 시간에 맞추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결정합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음식을 준비할 때는 식당 고유의 레시피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메뉴를 만들어가는 셰프와 마찬가지로 팀원 역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본인만의 레시피북을 엮어갑니다.
- 본격적인 재택 업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스몰토크를 언제 어디서든 쉽게 나눌 수 있던 대면 업무와 달리, 재택근무에서는 질문을 할 때 준비 절차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물리적 제약 상황에서도 대면 업무만큼 퀄리티를 끌어올리기 위해, 프로젝트 시작 전 PM에게 사전 정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때 꼭 짚고 넘어가는 세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요. '업무를 착실하게 진행한다'라는 기본 목표에서 더 나아가, '업무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한다'라는 나만의 지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1st Point. 프로젝트 목표와 방향성
본인이 작업하는 프로젝트의 목표와 방향성을 확인하는 것은 어떤 업무 형태에서든 가장 기본입니다. 프로젝트의 목표와 방향성은 앞으로 헤쳐나갈 업무의 나침반과 같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생각의 흐름이 막힐 때, 우리는 프로젝트 목표라는 나침반을 다시금 꺼내어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목표와 방향성을 상기하는 것, 업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2nd Point. 이번 프로젝트에서 PM이 '나'에게 기대하는 바
'PM이 나에게 기대하는 바'는 다시 말해, 이번 프로젝트에서 맡은(혹은 맡겨진) 나의 주요 포지션입니다. 어떤 범주 내 포지션에서, 어떤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하는지 PM과 논의하는 과정은 중요합니다. '나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기만 해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도약할 수 있는 개인의 목표 설정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A 주니어가 메인 컨셉을 시각화하는 와이어프레임 작업을 주요 업무로 요청받는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는 가장 먼저 역할 수행을 위해 '컨셉을 녹여내는 디자인'이라는 개인 목표를 설정할 것입니다. 이후 1. 프로젝트 메인 콘셉트를 이해하기 위한 리서치 2. 콘셉트와 유사한 카테고리 내 앱을 벤치마킹 3. UI 트렌드 확인 등을 거쳐 목표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3rd Point. 반대로 이번 프로젝트에서 꼭 해내고 싶은 것
세번째 포인트는 두 번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맥락이기도 합니다. 앞선 단계에서 설정한 개인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것만큼은 꼭 해내야지 라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혹은 프로젝트에서 한 발짝 멀리 떨어져 나와, 팀원으로서 PM에게 이번 프로젝트에서 얻고 싶거나 욕심나는 부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프로젝트는 PM 한 사람만의 의지만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PM이 팀원에게 요구하는 바가 있듯 팀원 역시 평소 본인의 디자인 관련 비전이나 목표를 솔직하게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 포인트 예시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A 주니어는 와이어프레임 작업을 메인 업무로 요청받았더라도, 평소 관심 있던 메인 콘셉트 정하는 단계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 재택 업무를 시작합니다 : 메타인지를 활용한 업무 진행
본격적으로 재택 업무를 시작하면, 앞서 확인한 세 가지 주요 포인트를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작업을 시작합니다. 프로젝트 시작 후엔 무수히 많은 난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질문거리 역시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입니다. 무수히 많은 질문 중 꼭! 꼭! 확인해야 하는 질문 두 가지를 가져왔습니다.(이때 이전 단계에서 정했던 메인 언어와 메인 채널로 긴밀하게 소통합니다!)
1st Question. 지금 내가 모르는 것은?
맡은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모르거나 애매한 부분이 발생하곤 합니다. 물론 업무 초반에는 의외로 질문거리가 없기도 합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지식이 얕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이후 서비스에 대한 배경지식이 쌓일수록 자연스럽게 질문도 쌓여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쌓여가는 질문의 방향성이, 프로젝트 목표와 같은 결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필터링 없이 쌓여가는 질문 속에서 지금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질문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과 프로젝트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면, 업무 초반에 발생한 질문의 범위가 점점 더 구체화되기도 합니다. 서비스의 콘셉트단에서 화면단으로, 화면단에서 시나리오단으로, 더 나아가 사용할 도구를 고민하는 과정으로 수렴되기도 합니다. 결국 '모르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은 곧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시간과 맞물려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2nd Question.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혹은 아는 것은?)
할 수 있는 것, 아는 것에서는 어떤 질문이 파생될까요? 이는 메타인지 과정과 같은 궤를 꿰합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를 아는 것에서부터 업무의 질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본인 맡은 업무를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면, 의식적으로 한 번쯤 멈춰 서서 고민하는 순간이 필요합니다. PM 및 다른 팀원과 같은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혹은 같은 온도로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 질문을 거듭하는 시간은 PM의 언어와 나의 언어를 비교하면서, 의미의 간극을 좁혀나갈 수 있는 과정입니다. 간극이 좁아질수록 프로젝트에서 팀원 모두가 사용하는 언어의 결과 온도가 같아질 겁니다. 그만큼 작업을 공유하고 취합하는 과정에서 수정 시간이 절약되겠지요.
그렇다면 위 두 가지 주요 질문은 도.대.체. 언제 확인해야 할까요?
질문은 타이밍이 생명입니다! 물리적 제약이 있는 재택근무에서는 더더욱 중요합니다. 급한 질문이 아니라면, 궁금한 사항이 생긴 즉시 질문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모은 후 일괄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이전에 기록해 놓은 질문을 스스로 해결하는 짜릿한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PM과 팀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겠죠!)
다시금 정리하자면,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질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질문이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같은 결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를 의식적으로 확인하는 노력을 거듭할수록, 더 많은 업무 작업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 해결되었다면, PM과 논의한 내용을 우선 PM의 언어로 정리한 후 나의 언어로 쉽게 적어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나의 언어를 확장해 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질문은 곧 나의 언어와 사고에 설득력을 더하는 논리의 씨앗입니다.
3. 배달하기 : PM과 팀원의 긴밀한 소통 과정
음식 준비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배달을 시작합니다! 배달이 시작되면, 앱을 통해 손님에게 시시각각 배달 현황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배달원이 지금 어디서, 어떤 교통수단으로 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달이 시작되었습니다 >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 도착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요.
재택근무에서도 '배달'이라는 과정과 맞닿은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신뢰'를 바탕으로 업무의 전반적인 과정을 소통하는 것인데요. 손님이 배달 현황을 시시각각 확인하는 것처럼, 프로젝트 내에서도 PM이 팀원의, 팀원이 PM의 진행 과정을 확인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팀원 개개인의 컨디션이나 휴가 일정 등을 사전에 공유하기도 합니다.
- 재택근무에서 '신뢰'란
처음 재택근무를 할 때를 떠오려보면, 집 안에 혼자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근보다 힘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보이지 않아서' 더 의식적으로 '작업 중입니다!'를 알리는 신호를 보내려고 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달려가는 '대기조'처럼 메신저에 잔뜩 신경을 곤두선 이유도 있습니다. 마치 <1987>의 '빅 브라더'에게 감시받는 것처럼 말이죠.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어요.'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재택근무 문화가 자리 잡은 지금, 이러한 피로도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려울 만큼 옛일이 되었습니다. 해결의 실마리 중 하나는 프로젝트의 메인 언어와 메인 채널을 정한 후 소통하는 과정의 일상화입니다. 다시 말해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이들과 신뢰를 기반으로 '안전하게' 일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재택근무에서 신뢰는 언제 확보할 수 있을까요? '신뢰'는 생각보다 간단한 소통 방식에서 씨앗을 틔울 수 있습니다. 바로 '자리 비움' 상태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급하게 자리를 비워서 즉각적인 응답이 어려운 경우, 사전에 꼭! 프로젝트 팀원에게 연락을 남깁니다. 누구나 예상치 못한 자리비움 상황이 생길 수 있기에, 이를 감추기보다 오히려 공유하는 '솔직함'이 신뢰의 기반입니다.
예1. 장소를 이동 중이라 즉각적인 업무 대응이 불가한 경우
예2.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할 때, 본인의 예상 업무 일정을 각 프로젝트 PM과 논의가 필요한 경우
지금까지 재택근무에서 고군분투하는 팀원의 모습을 '주문하기 > 요리하기 > 배달하기'라는 프로세스에 비추어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집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배달'이라는 일련의 과정에 당연하게 베어든 일상을 도리어 경계하곤 합니다. 맛있는 식사 한 끼가 우리 식탁 위에 안전하게 놓일 때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의 노력에 익숙해지지 않기 위함입니다.
어쩌면 재택근무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 팀원 각자가 언제 어디서 어떠한 노력하고 있는지 직접 두 눈으로 보진 못합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보탬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되고자, 누군가는 질문의 타이밍을 신중히 고려하고, 또 누군가는 선뜻 먼저 안부를 물으며 업무를 시작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함께 공유하는 메인 채널의 공간을 정리하고 갈무리하기도 합니다. 결국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출근이라는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재택근무라는 오늘의 일상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재택근무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