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29. 07:50ㆍBlockchain UX 이야기
눈 깜짝할 새 기술이 발전하고 숨 가쁘게 변화하는 블록체인 세상에서, 정보는 소중한 재산이에요. '앎'으로써 앞을 내다보는 일은 위기에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는 힘이 되죠. 2024년에는 어떤 새로운 변화가 펼쳐질까요? 올해의 블록체인 트렌드를 두 편에 걸쳐 소개할게요.
AA(Account Abstraction)
나날이 진화하는 블록체인 지갑, 그 중심에는 AA(Account Abstraction, 계정추상화)가 있어요. ‘추상화’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를 단순화해 핵심만 남기는 것을 말해요. AA는 블록체인에서 어렵고 번거로운 절차를 걷어내고 ‘계정’이라는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죠. AA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해요. 지갑 최대 송금액을 정해 거액이 도난당하는 일을 방지하고, 시드 구문이나 개인 키 없이도 지갑을 복구할 수 있어요. 또, 특정 토큰 외 다른 결제 수단으로 가스비를 지불하거나, 디앱이 이용자 대신 가스비를 부담할 수 있죠. VISA(비자)는 블록체인 지갑을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는 자동 결제 기능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AA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이용자는 기존 웹 서비스에서 누렸던 편리함을 포기할 필요 없이 그대로 누리면서도 블록체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어요. ConsenSys(콘센시스)의 해외 진출 총괄 Laura Shi(로라 시)는 AA를 두고 “기존 지갑보다 뛰어나면서도 더 ‘은행’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AA의 발전은 수십억 수준에 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용자들을 웹3로 안착시킬 것이다.”라고 전망하기도 했죠. 블록체인의 진입장벽으로 꼽혔던 ‘불편한 이용자 경험’이 AA로써 얼마나 개선될지, 블록체인 대중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켜볼 만해요.
글. 임현경 — UX Writer
Blockchain meets AI
AI(Artificial Intelligence)와 블록체인, 두 기술은 모두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기술이에요. 뛰어난 연산 능력으로 생산성이라는 강점을 지니는 AI와 어딘가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탈중앙성을 비롯해 정보에 투명성을 더해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블록체인, 두 기술은 분명 성격이 다르지만 각자의 장점이 뚜렷해 더해졌을 때의 시너지를 생각해 볼 수 있죠. 무역에서 AI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활용하는 스타트업, Bext 360(벡스트 360)의 예시에서 두 기술이 가진 강점이 잘 어우러져 활용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어요. 커피나 목재와 같은 작물의 성장 패턴을 학습한 AI가 이를 분석하고 예측해 더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만들어요. 이후 제품 공급의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기록해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요. 이를 통해 유통 과정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죠.
앞서 본 사례와는 또 다른 성격의 블록체인과 AI의 만남도 살펴볼까요? SingularityNET(싱귤래리티넷)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모두가 AI를 더 쉽게 만들고 이용할 수 있는 AI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해요. AI의 탈중앙화를 위한 움직임이죠.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AI Agent(AI 에이전트)를 기업과 개발자에게 제공해 다양한 영역에서 더 효율적이며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구축을 돕는 Fetch.ai(페치에이아이)같은 사례도 있어요. 더 많은 사람이 AI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을 활용해 기술이 일상에 접목되는 속도를 대폭 늘리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죠. 블록체인과 AI 두 기술이 가진 가능성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을 거예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올바른 활용을 위해 모두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글. 정우재 — UX Writer
TBA (Token Bound Accounts)
‘지갑에 넣는 NFT’의 시대를 지나 ‘지갑이 되는 NFT’의 시대에 이르렀어요. ERC-6551 표준으로 TBA(Token Bound Accounts, 토큰 바운드 어카운트)를 만들면, 이름 그대로 한 NFT에 지갑(계정)을 묶고, 묶인 지갑 안에 다른 NFT나 코인을 넣을 수 있죠. TBA는 지갑 기능을 품은 동시에 NFT이기 때문에 통째로 하나의 자산처럼 거래할 수 있어요. 지갑 속 NFT 여러 개를 하나하나 거래했던 과거와 달리, 이용자의 수고는 덜되 거래마다 내야 했던 가스비 부담이 줄어들죠. 게임 분야에서는 아이템이나 화폐 등 모든 게임 자산을 토큰화해 캐릭터 NFT에 넣을 수 있고, 데이터가 초기화될 걱정 없이 블록체인상에 보관할 수 있어요. 인공지능 NPC(Non-player character)에 TBA를 접목하면, 온체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Parallel Colony(패러럴 콜로니)와 같이 이용자와 트랜잭션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는 NFT를 만들 수도 있죠.
TBA로 인해 지갑에 무언가를 담으며 네트워크상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행위가 다각화되고, 이에 따라 지갑의 소셜 미디어 기능도 점차 확장되고 있어요. 지갑으로 취향을 드러내고 소통하는 거죠. SAPIENZ(사피엔즈) 프로젝트가 대표적이에요. 2097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캐릭터 PFP(Profile Picture) NFT인데, 지갑으로서 의상, 장식 등 다른 NFT를 담을 수 있을 뿐 아니라 PFP가 담긴 아이템에 맞게 변화하죠. TBA가 NFT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 반면, 시장은 아직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요. TBA 출시 이후 계정 생성, 트랜잭션 등 여러 지표가 활성화된 듯했으나 오래가지 못했죠. NFT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좁은 활용 범위가 어느 정도 해소됐으니 이제 블록체인 업계는 불황 극복을 위한 다음 과제를 찾아 나서야 할 거예요.
글. 임현경 — UX Writer
MiCA (Markets in Crypto-Assets)
EU(유럽연합)의 암호화폐 규제법 MiCA(Markets in Crypto-Assets, 미카)가 암호화폐 시장에 변동을 불러오고 있어요. MiCA는 27개 EU 회원국에 점진적으로 도입되는데, 세계 첫 암호화폐 관련 법안인 만큼, 관련 국가와 업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죠. 특히 2024년 6월부터 발효될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정이 화두에 올랐어요. 현재 법안에 따르면, EMI(Electronic Money Institution, 디지털 화폐 기관) 자격을 받지 못한 발행사의 스테이블코인은 EU 회원국 내에서 거래될 수 없어요. 이외에도 현금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금, MiCA가 정한 필수 정보를 포함한 백서 등 여러 조건을 만족해야 해요. 이에 Binance(바이낸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MiCA는 EMI 자격이 없는 스테이블코인을 상장폐지시킬 것”이라며 “집행 전 건설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만약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유럽 암호화폐 시장과 거래소의 국제적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주장했어요.
현재 규제 대상이 아닌, 채굴해서 얻은 코인, DeFi 등에 관한 법안을 추가해야 된다는 의견과 함께 법안이 오히려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죠. Circle(서클)의 EU 규제 총괄 Patrick Hansen(패트릭 한센)은 “규제의 명확성이 전 세계 자본과 기업가를 끌어모은다.”라며 환영했어요. PitchBook(피치북)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VC의 암호화폐 투자금 중 유럽 프로젝트가 차지한 비율은 47.6%에 달했어요. 2022년 1분기에 5.9%였던 유럽이 1년 만에 미국, 싱가포르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것은, MiCA가 VC의 투자 결정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보여줘요. 이에 발맞춰, EU 각국 정부도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요. 슬로바키아는 암호화폐 수익에 부과하는 세금을 대폭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프랑스는 기존 암호화폐 기업들이 EMI 자격을 빠르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간소화 정책을 고려하고 있어요. 2024년 6월에 이어 12월에는 거래소·지갑 등에 관한 규정을 시행할 예정이고 EU 외 여러 국가가 암호화폐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하는 만큼, 규제와 그에 따른 업계의 변화를 잘 살펴봐야겠어요.
글. 임현경 — UX Writer
그래픽.
정예지 — BX Designer
지승연 — Graphic/BX Designer
김은정 — Graphic Desig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