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의 요소와 원리 6 - 조화 (Harmony)

2012. 2. 23. 14:37GUI 가벼운 이야기
송충호


이전에 통일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형태를 지나치게 통일시키면 오히려 싫증을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근접, 동일 요소의 반복을 통한 통일성 등을 철저히 지키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 지루해 보입니다.


통일성이란 다양성을 지닌 통일성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의 경우 테마와 변주가 적절히 요구되는 것처럼 디자인에서도 형태는 반복될 지라도 크기는 달라야 하고, 색채가 반복될 지라도 명도가 달라야 합니다.

아래 몬드리안의 그림은 바둑판을 닮았지만 그보다는 훨씬 재미있어 보입니다. 크기의 다양성과 검은 선의 미묘한 굵기 변화, 수평/수직선의 다양성 등이 바둑판보다 훨씬 더 큰 흥미를 줍니다.

몬드리안 <빨강, 노랑, 그리고 파랑의 구성>

다양성을 지닌 통일성을 부여하는데 효과적인 원리 중 하나가 바로 조화(harmony)입니다.
조화란 비슷한 요소들을 배치하거나 결합하는 방법으로, 이 요소들이 서로 분리되어 보이지 않고, 각 요소가 통일된 전체로써의 효과를 발휘할 때에 일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조화는 전체적으로 질서를 잡아주며, 통일성을 부여합니다.

시각적인 조화뿐만 아니라 병과 병마개처럼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어울리게 되는 경우를 '기능조화', 비둘기와 올리브 가지와 같이 연상 작용에 의해 어울리게 되는 경우를 '연상조화'라고 합니다.

조화를 잘 활용한 사례를 더 보겠습니다.


리처드 해밀턴의 <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위 그림은 팝아트의 고전으로 콜라주 작품답게 다양한 이미지를 화면에 배치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이 작품이 복잡하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보이게 되는데, 조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시선을 끄는 올누드에 가까운 남과 여가 화면 좌우에 위치합니다. 둘다 흑백사진이며 남성미와 여성미를 강조함으로써 시각적인 조화를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축, 진공청소기, TV, 햄통조림, 포드 자동차 로고 등이 놓여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당시의 대량소비시대의 생산품이며 이는 위에서 언급한 일종의 연상조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대량소비시대 생산품이라는 카테고리 내에서 (비록 형태는 다를지라도) 서로 어울리게 되는 것이죠.
물론 전체적으로 yellow 계열의 색상톤도 통일성을 줍니다.


아래 이미지는 구겐하임 미술관 홈페이지입니다.


우선 눈에 확 들어오는 GUGGENHEIM이라는 알파벳은 시각적으로 가로로 긴 직사각형 형태를 느끼게 해주는데, 바로 아래 미술관 사진 이미지 역시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형태로 배치시켰습니다. 하나는 텍스트, 하나는 사진이지만 형태를 유사하게 하여 서로 조화를 이룹니다.

가로로 긴 직사각형은 화면 상단 메뉴에서도 역시 반복됩니다. 색상이 다양하게 사용된 직사각형들이 쭉 나열되면서 컬럼 구조를 이룹니다. 이 컬럼 구조는 화면 하단에 다시 한번 나옵니다. 기사 섹션이 컬럼 구조로 (이번에는 세로로 긴 직사각형) 구성되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룹니다. 정리해 보면 이 홈페이지에서는 가로로 긴 Shape를 크기와 형태를 조금씩 달리하여 화면 곳곳에 배치하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리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