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한참이나 늦게 쓰는 'pxd스케줄러 제작기' ;;;

2012. 3. 28. 23:58pxd 프로젝트 리뷰
Limho

최근, 회의 중에 pxd스케줄러 제작과정을 사례로 얘기하고 있었다.
'사용자에게 그래픽적으로 소구하려는 포인트'와 '사용자가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가치가 무엇인가'를 디자이너들과 논의하던 중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장이 한 말씀 하신다.

 "스케줄러 제작과정을 블로그에 올렸던가?"
 "......아뇨;;"

블로그에 쓰라는 얘기다. 쿨렄.    해서, 2년 전에 만든 pxd스케줄러 제작기를 이제야 쓰게 됐다. 쿨렄*2.


2년 전, pxd 스케줄러가 제품화 되기 전에는 시간테이블을 프린터로 출력, 문구사에서 링제본을 한 형태였다.

pxd직원들 스스로의 시간관리를 위한 용도였고, 원래는 2005년 필자가 시간관리를 위해 개인적으로 만들어 쓰던 것이 1년 후에는 전직원이 쓰게 되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진행하는 프로젝트 수가 많아지면서 어떤 프로젝트에 누가 얼마나 투입되는 지를 가늠하기 어려워져 시간관리툴이 필요해졌다. 웹프로그램을 사용해 보는 등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종이 스케줄러로 정착했다.

하루를 두 칸으로 나눠 '왼쪽칸은 계획''오른쪽칸은 실행내용'을 쓴다. 물론 개인적인 일정도 괜찮다.
쓸 때는 좀 귀찮지만 점점 제때 쓰는 것이 익숙해 지고, 나중에는 일기장이나 업무기록지처럼 개인적인 자산이 되는 것 같다.............고 필자는 믿는다.^^;
질문을 받기 만무하지만 "재작년 3월 20일에 뭐 했어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비교적 상세하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가끔 작년, 재작년 스케줄러를 넘겨보며 '그동안 나 스스로 얼마나 변화했나'를 반성하기도 한다. 쿨럭.
아무튼, 그러다가 재작년 한 UX행사의 추최측로부터 후원요청을 받았고 우리는 스케줄러를 대량제작하여 후원하기로 했다.



스케줄러를 디자인-제작하기에 앞서 '기준과 목표'를 세웠다.
1. pxd Identity 컬러를 적용한 더 실용적인 테이블 재디자인.
2. 테이블 사용방법에 대해 안내해 줄 예시페이지 삽입.
3. 연간달력제공 - Weekly스케줄러와 탁상달력이 항상 공존하는 사용행태 적용.
4. 책상을 조금더 넓게 쓰기 위해 탁상방식으로 제작.
5. 1~4를 만족하면서 'UX디자인 회사가 만드는 스케줄러란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관점으로 제작.
6. 기타 - 내부인원들이 만족할 만한 것, 책상 소품으로서의 기능 등등



그리고, 각각의 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풀어 갔다.

1. pxd Identity 컬러를 적용한 더 실용적인 테이블 재디자인. 

직원들의 사용행태를 관찰하여 시간테이블을 다시 디자인했다.
그날의 목표나 메모를 쓰는 상단 공간은 목표의 연속성을 표시할 수 있도록 좌우로 오픈시켰고 동일 공간을 개인적인 아침일정도 표기할 수 있도록 시간확장이 가능하게 했다.
줄사이 간격은 필기글씨의 크기를 고려하되 최대한 시간이 많이 들어갈 수 있게 수차례 간격 테스트를 하여 결정했다. 스케줄러로서 최적의 크기에 대한 테스트도 같이 했다.
그래픽 요소를 최소화하면서도 아무런 내용이 없는 상태일 때 썰렁한 지면이 되지 않도록 정보량을 조절했다.
스케줄러의 전체적인 그래픽 작업은 GUI팀 Rim2 선임이 맡아 주었다.

2. 테이블 사용방법에 대해 안내해 줄 예시페이지 삽입.
실제로 기입되었던 사례들을 조합하여 현실적인 내용으로 예시페이지를 구성하였다.

3. 연간달력제공 - Weekly스케줄러와 탁상달력이 항상 공존하는 사용행태 적용.
3,4,5번은 생각할 게 많았다. 달력을 제공한다면 몇 년도까지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부터 고민이었다. 달력영역과 위클리영역을 나눠 따로 제본하는 방식, 매페이지마다 시간테이블 옆에 만년달력을 넣는 방식 등을 고려해봤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리거나 스케줄러의 사이즈가 필요이상으로 커져 채택하지 않았다. 논의 끝에 찰탁방식으로 처리하고 가장 작은 사이즈의 연간달력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위클리 스케줄러에 날짜를 옮겨 적을 때 잠깐 참고할 수 있는 정도의 비중으로만 제공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4. 책상을 조금더 넓게 쓰기 위해 탁상방식으로 제작.
5. 1~4를 만족하면서 'UX디자인 회사가 만드는 스케줄러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으로 제작.
책상에 누워있는 공책형태의 스케줄러는 필기하기엔 안정적이었지만 노트,서류,책 등 다른 것들이 놓여져야 할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탁상달력은 서있고 스케줄러는 눕혀져 있는 모습도 안쓰러웠다.
달력을 파티션벽에 두고, 그 옆에 탁상형이 아닌데도 스케줄러를 애써 파티션에 기대어 세워 놓는 직원도 있었다.

탁상형으로 결정했으나 기존 탁상방식이 탐탁치 않았다.
연결 부위가 E자모양으로 꺽이는 방식으로는 눕혀쓸 수가 없었다.


이 부분은 나이스하게 해결하면 5번('UX디자인 회사가 만드는 스케줄러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으로 제작)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눕혀서도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E자구조를 탈피한, 내부연결방식과 종이의 텐션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고심끝에 아래와 같은 구조를 고안해냈다. (나름 특허출원중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대량제작이 가능한 지 알 수 없었다.
인쇄업계에서 나름 도전적인 작업을 많이 한다는 인쇄소를 수소문하여 찾아갔다.
인쇄소 대표님과 수차례 회의와 샘플제작과정을 거쳐 대량생산의 틀을 만들었다.
인쇄소 대표님은 처음엔 재밌는 구조라며 좋아라 하셨는데 잦은 회의와 까탈스런 요청에 점점 표정이 안 좋아지셨다. 이 기회를 빌어 대표님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겉앞장은 p,x,d 세글자를 상징(그렇게 생각하기 쉽지 않지만;;;)하는 3개의 타공을 하고 그 곳을 통해 제품특징이 아이콘으로 나타나도록 처리했다.


두꺼운 표지는 주로 재생지로 만들기 때문에 타공을 하면 종이옆면의 누런색이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White덩어리감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에 뼈속까지 흰색인 표지로 다시 제작하였다.
겹판구조인 뒷받침대의 내부연결종이는 내구성을 높이고 슬라이딩이 원할하도록 코팅처리하여 종이면을 질기고 부드럽게 처리했다.

여러 실행착오를 거쳐... 어찌어찌해서... 행사당일 아침에 간신히 배송할 수 있었다. 헉헉...


6. 기타 - 내부인원들이 만족할 만한 것, 책상 소품으로서의 기능 등등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처리하고 시행착오를 하다보니 6번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그리고 우리 직원들이 쓰면서 좋아할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애플의 제품들을 보면, '애플 직원들 자신들이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노력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스케줄러도 그런 느낌으로 만들게 되었다. 여담인데, 애플... 대단히 위대한 사람들이 모인 기업이다.



말이 너무 길었다. 맺으며...

이것을 만들면서 기존 업계 시스템에는 없는 뭔가를 처음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다시 알았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는 리스크였고 수정이나 오류는 다 비용이었다.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어쩌다 보니 이걸 펀샵에서 판매하게 되었다는 거다.
연말연초 시즌성이 강한 스케줄러이나 연중에도 심심찮게 나간다.^^

판매자의 목소리는 어떠한지 궁금하다면 펀샵의 내용을 참고 하시라.
http://www.funshop.co.kr/vs/detail.aspx?categoryno=1239&itemno=12613


[참고##paper experience des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