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디자인 대륙의 충돌 - 메타포냐 메트로냐?

2012. 9. 24. 08:05GUI 가벼운 이야기
이 재용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플 대 삼성의 재판에 관심을 주지만, 제가 보기에 더 흥미로운 것은 메타포 대 메트로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달(2012년 10월 26일)이면, Windows 8의 정식 버전이 공개됩니다. 이 OS는 지금까지 PC 데스크탑 OS의 디자인 변화 중 두 번째 혁명적인 디자인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이런 일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가능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군요!). 첫 번째가 command line에서 GUI (Graphic User Interface) 상의 WIMP (Window, Icon, Menu, and Pointer)로의 변화였다면, 그 정도까지는 절대 아니겠지만, 이번 Windows 8은,하여간 정말 확 바뀌었구나라는 느낌이 나는 변화인 것은 틀림없죠. 물론 말은 많습니다. (참고:Windows 8 Real User Test 파문)

* 윈도즈 8: The New Face Of Windows


좋다/나쁘다, 편하다/불편하다 모든 판단은 일단 유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도즈는 윈도즈 입니다. 매우 큰 영향을 끼칠 것이 틀림없습니다. 비스타와는 느낌이 다르다고 할까요? 그런데 여기에 들어간 디자인 스타일이 제가 보기에 굉장히 큰 흥미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Fast Company에서도 특집으로 다루려는 모양입니다. 취재 과정 중 공개한 한 기자의 두 개의 기사를 읽고 제 생각을 좀 더 정리해 보았습니다.

* Will Apple’s Tacky Software-Design Philosophy Cause A Revolt?
   (번역기사:애플의 조잡한 소프트웨어 디자인 철학)
* Windows 8: The Boldest, Biggest Redesign In Microsoft’s History

새로 바뀐 OS의 디자인은 메트로 UI 라고 불리었습니다. 2년 동안 이 이름을 사용하다가 최근 공식 이름을 '윈도우8 UI 스타일'로 부르기로 했다고 하지만, 일단 저는 편의상 그냥 메트로 UI라고 부르겠습니다. 메트로 UI 의 특징은 선 없이 면분할 만으로 만들어진 칼라 정사각형 혹은 직사각형 블럭들로 구성된 초기 화면과, 역시 선없이 철저히 타이포그래피와 면분할만으로 이루어진 앱화면으로 특징을 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타이포그래피만으로 구성을 하다보니, 글씨 크기 자체도 매우 큼직큼직하고 시원시원합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는 다소 성의 없어 보이거나 비어 보일 수도 있겠으나, 저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반면 애플의 iOS 등 최근 UI는 메타포 UI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디터 람스(브라운)에서 영감을 받은, 최소한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가진 '실물'에서 모습을 가져온 듯한 비유적 UI인 것이죠. 예를 들어 iCal (달력 프로그램)을 보시면 가죽으로 한땀한땀 바느질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스티브잡스의 개인 전용기(걸프스트림)의 가죽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합니다. 메타포를 사용하는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는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이어가기 때문에 온라인 상황에서의 당황스러움이나 새로 학습해야하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과, 아날로그 매체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을 들 수 있겠죠. 물론, 적절하게 사용되지 않았을 경우에 오히려 혼란을 가중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디지털 제품에 꼭 필요하지 않은 메타포를 채용한 것 자체가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있다라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제 생각에는 적절하지 않은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여기서도 좋다/나쁘다, 편하다/불편하다의 모든 판단을 유보하겠습니다. 그래도 애플은 애플이니까요. 이미 우리는 매우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애플의 이러한 방식은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이라고 설명합니다(참고:스큐어모피즘이란?). Skeuos는 그리스어로 그릇, 혹은 도구라는 뜻이며 morph는 모양이라는 뜻이니까, 원래의 구조에서 꼭 필요했던 장식적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한채 새로운 것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정의한다는 군요. 한마디로 익숙하고 오래되어 보이는 느낌(look comfortably old and familiar)이라고 하고요, 그래서 애플의 제품을 사용하면 digital skeuomorphic design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반면 윈도즈 진영은 자신의 디자인을 "authentically digital (진정한 혹은 정통 디지털)" 경험이라고 주장합니다. 인위적인 반사광은 말할 것도 없고, 드랍다운 메뉴나 아이콘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장식없이 군살을 모두 뺀, flat한 UI라고 할 수 있죠. 윈도즈 UX 디렉터인 샘 모로우(Sam Moreau)는 "It’s not about adornments, It’s about typography, color, motion. That’s the pixel."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적어도 시각적인 관점에서 역사상 가장 단순한 OS라고 할 수 있고, 실물 대응('데스크탑' 이란 말 자체가 비유적이죠. 폴더, 도큐멘트 모두 모두)으로 1980년대 애플에서 시작한 GUI 요소들을 제거하고, 몬드리안 스타일의 초기화면, 타이포그래피와 최소한의 아이콘, 그리고 동작들로 이루어진 인터페이스를 구현하여 스큐어모피즘에서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러한 메트로 스타일의 UI를 바우하우스 전통의 계승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어라? 그럼 애플(디터 람스와 브라운)도 바우하우스 전통의 계승이라는데 결국 한 뿌리에서 하나는 무장식으로, 또 다른 하나는 최소한의 장식이 된 셈인데, 서로 비슷하다고 하기엔 너무 다르네요? 물론, 지금까지의 디자인 역사를 보면, "바우하우스"는 이런 일을 당하는게 한 두 번이 아니라 별로 억울하게 생각하지도 않을겁니다. ㅎㅎ (아... 디자인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바우하우스는 사람 이름이 아니고 1919년에 설립된 독일 디자인 학교 혹은 학파 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를 말하는 건 유치한 일이고, 둘 다 장단점이 있고, 잘 하면 좋은데, 잘못하면 안 좋습니다. 애플이 30년전에 메타포를 사용했던 것은 피할 수 없는 이유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많이 해소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제 무엇이 필수여야한다는 점은 없겠죠. 이제 30년이나 지나 모두 익숙해졌는데, 아직도 굳이 메타포를 써야 하느냐?라는 반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지만, 100% 설득적이지는 않습니다. 메타포 제거가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메타포 사용의 이유가 그 한 가지는 아니기 때문이죠. 결국 당분간 두 가지 디자인 성향은 상당히 경쟁적으로 발전할 듯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환경이나 선호에 따라 선택을 하고, 논쟁을 하겠죠. 서로 또 영향을 주면서 보완할 겁니다.

윈도즈 진영의 말대로, 한번도 '폴더'를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폴더'를 사용하는 일이 어처구니 없어지는 시대가 올까요? 아니면 한 번도 '어처구니'를 보지는 못 했지만, 자유롭게 '어처구니'라는 단어를 사용하듯이, 그것을 보았는지 여부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가 올까요?

어느 한 쪽의 '승리'라는 것이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어느 쪽의 '승리'가 될까요?
 

참고:
스큐어모피즘: Can We Please Move Past Apple’s Silly, Faux-Real UIs?
가트너가 윈도8에 던지는 2가지 질문 (Tech It)
Windows 8 Real User Test 파문
UI expert: Windows users will hate the new Windows 8 experience (BGR interviewed usability expert Raluca Budiu of the Nielsen Norman Group)


[참고##Windows##]
[참고##메타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