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이란?

2012. 10. 29. 08:14GUI 가벼운 이야기
Limho

스큐어모피즘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pxd블로그(http://story.pxd.co.kr/577)에서 다룬 바 있다.
본 내용은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wiki/Skeuomorph)의 내용을 기반으로 인터넷에 흩어진 기사들을 참고하여 필자의 의견을 덧붙인 글이다.



 1. 용어 정의 : Skeuomorphism(스큐어모피즘) 또는 Skeuomorph(스큐어모프)

그리스어로 Skeuos는 Vessel(용기) or Tool(도구), morphe는 Shape(형태)을 의미한다.
'어떤 도구의 형태,형식'이라는 뜻으로 '스큐어모피즘'을 의역해 보면 '원래 도구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가는 양식' 정도의 풀이가 가능하겠다. 
쓰임새 또는 재료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전한 도구의 형태와 요소들이, 재료나 매체가 변화함에 따라 재구실을 못하게 되더라도 그 형태와 요소들이 의도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가리킨다. 

[관련 참고 용어]
Real-Life Metaphor  
실세계의 모습과 현상, 사물의 형태나 상황을 다른 매체에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한국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리얼메타포'라는 말로 사용하기도 한다. 
도구의 물질적인 형태형식을 모방한다는 스큐어모피즘에 비해 의미가 포괄적이다. 
Material Metaphor 
실생활에서 쓰이는 도구의 모양,재질감 등을 다른 매체에 그대로 구하는 방식을 말한다. 
Minimalism
쓸모없어진 요소의 잔재와 장식적 요소가 강조되는 스큐어모피즘과는 대척되는 디자인양식이다.



2. 역사적 예와 기타 예시


고대에 식물줄기로 엮어 만든 바구니를 토기화하면서 토기표면에 줄기로 엮은 듯한 패턴을 넣기도 했다. (장식효과와 함께 새로운 재료로 만들어진 토기가 기존의 바구니용도임을 알려주기 위함일 것이라 추측된다.)

그리스 신전이 나무로 지어지던 시대의 기둥처마와 같은 기능성 장식들이 돌기둥으로 재료가 바뀐 이후에도 유지되었던 것처럼, 새로운 재료가 갖는 특성에 맞춰 형태나 양식을 바꾸기보다는 이전의 익숙했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신을 믿는 대중에게 익숙함과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철재 식기를 보다 값싼 도자기로 바꾸는 과정에서, 또 나무나 철재로 된 비싼 제품들이 플라스틱 제품으로 바뀌면서 이전의 모양이나 양식이 그대로 유지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 재료의 변화로 불필요한 요소가 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 저열한 사상으로 평가되거나 비효율적이라는  비난을 자연스럽게 받으며 스큐어모피즘은 '잔재(殘滓)'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기타 예시]

- '돛과의 연결기능이 없는 Bowsprit'. 심지어 사람이 설수 있도록 해 놓았고 영화 '타이타닉'에서 두 주인공이 뱃머리 러브씬을 찍은 부분이다.
- 주머니기능이 없는 옷주머니
- 나무바퀴의 살모양을 따라한 자동차휠
- 씨가의 코르크처럼 보이는 누런색 담배종이
- 휴대폰 사진찍기기능의 셧터소리
- 자동차내 플라스틱 대쉬보드의 가죽표면패턴
- 샹델리에의 촛불모양전구
- '저장'을 뜻하는 (사라진 저장매체인)3.5인치 플로피디스크 아이콘
- 디지털영상을 필름으로 찍은 것처럼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효과주기



3. Digital Skeuomorphic Design


재료의 변화와 더불어 최근에는 디지털 매체로 변화함에 따른 스큐어모피즘이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아날로그제품들이 디지털화되면서 기존의 아날로그의 모습을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특히, 컴퓨터부문에서는 GUI역사와 함께 등장한 Desktop메타포 이후 각 애플리케이션들이 사용자에게 직관적으로 기능을 인지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제품의 모습을 그대로 모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새로운 매체를 맞아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지 않고 생각없이 실사를 그대로 재현한 그래픽들의 천박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일부 GUI디자인 가이드에서는 실사를 묘사하는 GUI에 대해 '불필요한 정보가 많고 복잡하며 난해해지는 경향이 있으니 지양해야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4. 장점과 단점 그리고 논란의 시각들 (Digital Skeuomorphic Design)


4.1. 장점 
익숙함의 제공, 낯설음에 대한 배려
- 아날로그적 사용감을 그대로 적용하여 제품에 대한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 시각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 사물을 그대로 보여주어 직관적이기 때문에 사용법을 미리 짐작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

4.2. 단점(비난 받는 점)
잔재의 이미지, 새로운 고찰이 없는 사상의 저열함, 과다한 정보
- 아날로그에서는 편했던 조작이 디지털화면으로 옮겨올 경우 불편해지고 화면을 쓸데없이 많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어플리케이션들이 각각의 대표적 기기의 형태를 그래픽화한다면 전체 시스템 그래픽 look and feel의 일관성을 갖기 힘들다.
- 그 기기를 실제로 사용해보지 못한 사용자가 다수라는 점에서 실생활의 경험을 잘 전달하지도 못한다 볼 수 있다.
- 디자이너가 새로운 매체에 대해 그리고 디자인에 대해 덜 고민하게 되어 창의적 결과물을 기대하기 힘들다.
- 디자인컨셉(실제 경험을 그대로 화면에 옮긴다)이 명확하기 때문에 디자인 평가에서 비난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디자이너들이 악용할 수 있다.

4.3. 논란의 주요 시각들
- 주로 인쇄 매체를 다루는 정통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디지털 스크린에서의 스큐어모피즘에 대해 부정적인 편인데 디지털 매체에서의 새로운 접근의 일종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 건조하고 불친절한 표현보다는 스큐어모피즘이 사용자에게 부드럽게 다가가는 측면이 있다.
- 인지를 더 쉽게 하기 위해 사용된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더 사용성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 주로 Over-Designed된 느낌이다.
- 다소 키치스럽다고 느껴진다.
- 정갈하지 못하며 너무 잰 체하는 그래픽으로 느껴져 반감을 살 수 있다.
- 때로는 인스타그램처럼 향취를 불러일으켜 사용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 정보가 과다한 스큐어모피즘보다는 MS의 메트로UI처럼 정제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낫다.
- 표현의 문제, 스타일의 문제다. 무엇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적절하게 사용하였느냐와 어떤 표현이 사용자의 경험을 좋게 하느냐의 문제다.


5. GUI분야에서 스큐어모피즘을 선도/고수하는 애플


매킨토시를 통해 컴퓨터시스템 초기부터 Graphic User Interface의 부흥을 이끈 애플의 소프트웨어에서 많이 애용되는 그래픽 양식이 스큐어모피즘이다.
앞에서 말한 긍정적인 측면에서 채용한 것이지만, 애플 내부에서도 스큐어모피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고 한다.
매뉴얼 없이도 누구나 바로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애플 제품의 목표와 부합되어 채택되었고, 이제는 애플의 아이덴티티가 된 그래픽 철학이기에 쉽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진화해 갈 것일라 예상해 볼 수 있다.


애플 스큐어모피즘에 대한 필자의 의견

애플 소프트웨어의 모든 화면들이 스큐어모피즘을 적용한 것은 아니라 프로그램을 구분하는 아이콘과 제품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메인 스크린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몇몇 app들에서 과다사용되었다는 지적이 있고 특히 e-book의 경우 책장과 책을 그대로 모사해 버렸지만 대부분 app에서의 세부기능을 다루는 화면들은 Basic-Component로 구성된 화면들이 많다.
몇몇 app에서 수위 조절에 실패했지만, 전 제품에 대해 일관된 인상을 보여주고 있고 각 제품들 간에 가져야할 분별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래도, 대중들이 애플의 스큐어모피즘 그래픽에 식상해할 만한 시기이긴 하다.


6. 스큐어모피즘의 적절한 사용이라 평가받는 디자인들

- Kindle은 E-Ink-Screen방식으로 디지털 제품이지만 눈부심없이 인쇄책자의 경험을 그대로 구현하여 사용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 사례를 계속 추가할 예정이다.


7. 참고사이트

http://www.quora.com/Skeuomorphism : 소셜 Q&A 서비스인 '쿠오라'에 종종 스큐어모피즘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올라오곤 한다.

http://skeu.it/ : 스큐어모피즘 그래픽들을 모아놓은 사이트

- 애플 2인자, 왜 갑자기 떠나는가? 아이뉴스24 (2012년 10월 30일): 스큐어모픽 디자인을 둘러싼 스콧 포스톨과 조너단 아이브와의 갈등도 원인일 수 있다는 기사 

[참고##메타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