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페이스북의 시간카드

2014. 3. 21. 03:41pxd 다이어리 & 소소한 이야기
Sungi Kim

'소소한 이야기'는 pxd생활을 하면서 떠오르는 소소한 생각이나 소소한 아이디어들을 풀어 놓는 공간입니다.
 

오랜만에, 페이스북을 이용하며 일상에서 제가 느끼는 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2년 전에 페이스북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썼었죠. 지금 페이스북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퀴즈 앱 같은 서비스를 사용한 뒤 그 결과를 친구들 담벼락에 뿌리는 글들이나 스팸같은 게시글들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아주 유익한 글과 링크들이 많이 올라오게 되었죠. 저의 바램대로 페이스북은 사용자에게 유익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생존 시간 카드
얼마 전 짧은 소설을 읽었습니다. '생존 시간 카드'. 프랑스 작가인 마르셀 에메의 단편 소설입니다.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팟캐스트를 통해 듣고, 내용이 재미있어 책까지 구매했습니다. 설정이 특이했는데, 생존 시간 카드를 배급받아 한 달에 배급받은 시간만큼만 살 수 있는 사회입니다. 어떤 사람은 한 달에 15일만을 살고, 어떤 사람을 한 달을 3년동안 살죠. 비슷한 설정으로 영화 In time이 있는데, 절대적 시간 개념이 아닌 배급된 시간만큼 산다는 개념은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카드'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 억지스럽게 카드,디자인,페이스북을 엮어 생각을 이어가봤습니다.

카드 타입 디자인
카드 타입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것 중 가장 좋았던 글은 Why cards are the future of the web 입니다.(번역글 링크)
다소 자극적인 소제목들을 가지고 있죠. "Twitter is moving to cards", "Google is moving to cards", "everyone is moving to cards" 등등 입니다. 물론 여기에 페이스북도 빼놓을 수 없겠죠. 거기에 페이스북의 새로운 앱, paper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카드의 장점은 위 링크의 이야기처럼, '빠르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최적'인 것과, '정렬, 그룹, 확장'이 편하다는 것과, 텍스트와 멀티미디어 컨텐트들을 동일한 형태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과, '무언가 더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무언가 더 있다'는 것, 이것이 카드 타입 디자인의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의 장점들은 시각적이거나 기술적인 구성organization, 정리alignment와 적응adaptation에 대한 내용에 가깝지 않을까요?

페이스북의 카드
이제 다시, 페이스북으로 돌아와봅니다. 페이스북도 카드 타입 디자인으로 되어있습니다. 여러 장점들 속에 요즘 저의 담벼락에는 '무언가 더 있는' 카드들이 넘쳐납니다. 바로 외부 링크죠. 그리고 이 카드들은 저에게 '시간 카드'와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카드의 뒷면을 펼쳐보고 시간을 들여서 봐야 할 것 같은 카드들이죠. 이런 카드들이 하루의 시간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저의 친구들, 제가 좋아하는 페이지들에서 유독 이런 링크들을 많이 공유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은' 카드들이 너무 많습니다. 마치 20세기의 TV처럼, 인터넷의 컨텐트도 수동적으로 받아보는 사람이 되었죠. 절대 유익할 것 같은 아래와 같은 카드들을 펼쳐보지 않으면 왠지 남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요.


*이 글들이 나쁘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유익했기에 이런 생각이 들었죠 :)

이런 카드들이 하루의 자투리 시간과 쉬는 시간을 점령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작아 보였던 시간 카드들이, 펼쳐보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가져갑니다. 이쯤되면 자기 착취의 '피로사회'가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패턴에서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도 거기에 동참을 하고 있습니다. 유익하게 읽은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공유한 유익한 글을 다시 공유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계륵과 같은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삶의 여유/ 즐거움을 주는 카드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SNS가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더해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만 생각나는 이야기만 장황하게 한 것 같네요. '자기계발'의 글들은 넘쳐나고, '정치이야기'는 끝도 없습니다.
'자연을 찾아가는' 것은 도시에서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사색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쩌면 SNS가 어떤 부분에서는 그것을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 시간 카드로 말이죠. 어떤 방식이 될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사용자들은 그 시간 카드를 펼쳐볼 준비가 되어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많은 SNS들이 그 시간 카드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서비스 유지와 관련된 사업성과는 동떨어진, 이상적인 이야기 일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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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명선2014.03.21 12:30 신고

    카드 UI가 아니라 카드 UX에 대해 논의하는 멋진 글이네요~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은'이라는 말에 공감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타임라인을 내리며 '읽어야 될 것 같은' 글들을 새 탭으로 주우욱 열어놓은 뒤 마치 해치우는 느낌으로 읽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스스로에게 쓸데없는 의무감을 부과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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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gi Kim2014.04.15 00:43 신고

      저도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았어요 :) 하지만 멈출 수가 없는 것은 너무 좋은 것들이 넘쳐나기 때문일까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