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디자인 소사小史
2015. 1. 8. 01:00ㆍ리뷰
디자인 소사小史
만국박람회에서 에코디자인까지, 디자인 160년사를 읽다
Kleine Geschichte des Design
카타리나 베렌츠 지음 Catharina Brents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디자인 역사를 공부해라
라고 디자인 이론가인 에치오 만치니는 말했다. 사실 디자인 학자에게 디자인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모두 다른 대답을 한다. 사람이 무엇을 고민하여 만드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근대 자본주의 대량 생산의 시대에 모든 사람이 아름답고 실용적인 것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디자인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기능을 따르는 외관을 말하기도 하고, 의미를 재생산해 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두 서로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말을 하기 때문에 디자인 외부의 사람이 이것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오히려 쉽지 않다.
왜 이런 일이 디자인에서만 벌어지는 것일까? 왜냐하면 200년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디자인의 의미는 상당히 많이 변화를 겪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자인이 무엇인지'알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디자인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무척 흥미롭다. 서문(p10-23)을 요약해 보았다.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스케치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디세뇨 Disegno'에서 유래했다. 새로운 기대가 높아지던 16세기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는 디세뇨를 "인간의 관념 속에서 산출된 인상을 정신적으로 마음껏 표현하고 생생한 형상으로 명백하게 그려내는 것"이라고 정의 했다. 이 개념은 페데리코 주카리(Federico Zuccari)에 의해 다시 정신적/내면적 스케치(Disegno Interno)와 실현된 스케치(Disgno Esterno)로 분화되었다. 디세뇨라는 단어가 영어권에서 처음 번역된 이후로 디자인의 개념은 수세기에 걸쳐 세밀해지는 동시에 좁은 의미로 전개되었다. 디자인은 스케치, 계획,설계를 의미하게 되었고 건축과 관련된 용어로 사용되었다.
19세기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디자인이라고 하면 스케치를 떠올렸으며, 디자인 학교라 하면 화가와 설계가들이 도안(데셍)을 잘 할 수 있도록 스케치를 가르치는 학교라고 생각했다.
이후 런던을 중심으로 도안 뿐만 아니라, 공업화된 생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으며, 많은 이들이 최초의 산업 디자이너로 평가하는 크리스토퍼 드레서(Christopher Dresser)는 1873년에 쓴 <장식 디자인의 원칙>에서 자신을 예술을 실행하는 노동자로 불러달라고 하면서, 이 분야를 '공업 생산에 응용되는 예술'이라고 묘사했다. 고트프리트 젬퍼는 <기계예술과 건축예술에서의 양식>에서 "모든 도자기 제품은 우선 사용 목적을 통해서 ...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이후 기계에 의한 대량 생산의 시대가 되었는데 이 시점부터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으며 산업 디자이너라는 표현도 뿌리내리게 되었다.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는 1870년부터 미술공예운동이 일어났으며, 독일은 이 영향으로 1907년 독일공작연맹이 설립되었다.
시카고 건축학파의 우두머리인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은 1896년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Follows Function"라고 말하며 실용과 기술적 기능으로 형상을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바우하우스의 설립자인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도 가구에서 주택까지 시대에 맞는 주거 발전에 활용된다고 말하며 "장식 없는 형태"를 주장했다. 반면 드레서의 주장인 '장식도 디자인에 포함'은 20세기 아르데코 같은 큰 규모의 운동을 통해 실현되었다.
1938년 영어권에서 먼저 '미국 디자이너협회'가 생겼고,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1960년대가 되면 '디자이너'라는 영어식 직업명이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이렇게 완성된 개념은 '확장'이라는 두 번째 단계로 나아갔다.
미국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는 '산업 디자이너'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디자이너가 '생산/시장/판매 전략가'로서도 자신을 증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로위는 완성도에 있어서도 마야(MAYA - Most Advanced, Yet Acceptable)를 성공적인 디자인의 지표로 삼았다. 성공적인 디자인이란 가장 앞서있으면서도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헨리 드레이퍼스(Henry Dreyfuss)는 디자인의 전통적 역할인 '외양' 뿐만 아니라, 품질,비용,유지,유용성,안전 의 5가지 지표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0년대에는 여기에 생태학적 디자인 운동이 추가되는데, 가장 주요한 사람은 빅터 파파넥이다. 그는 저서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서 "디자이너는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높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디자인 개념은 사용자 중심 디자인, 지속가능한 디자인처럼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머물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보면, 디자인의 개념을 계속해서 확장시킨다는 경향이 가장 중요한 공통 요소이다. 이렇게 디자이너의 역할은 다양하게 확대 발전되고 있는데, 스코트 클링커(Scott Klinker)는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디자이너를 '문화 창조자 Culture Maker'라고 불렀다. <이상 서문 요약>
책 마지막의 '해설'도 재미있다. 결국 디자이너의 시조는 크리스토퍼 드레서(영국), 고트프리트 젬퍼(독일), 윌리엄 모리스(영국) 셋 중의 한 명인가?
[참고##디자인역사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