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d talks 34] 왜 게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2013. 9. 24. 00:16pxd talks
알 수 없는 사용자

무더위가 한풀 꺾였던 8월 마지막 주에 놀공발전소와 pxd의 두 번째 만남이 있었습니다. 지난 번 '몰입놀이 경험'을 주제로 워크샵 형태의 pxd talks를 진행해 주셨는데, 이번에는 강의 형태로 놀공 발전소의 소장님이신 피터공*께서 '왜 게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에 대해 강연해 주셨습니다. 게임 설계를 통해 얻은 경험들, 그리고 지난 워크샵의 이론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강의였습니다.
(*여기서 '공'은 홍길동'씨' 혹은 '님'과 같은 존칭으로 사용됩니다.)

구체적으로 이번 강의는 놀공 발전소의 시작, 놀공 발전소의 목표와 방법론, 마지막으로 질의 응답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놀공 발전소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피터공은 첫 직장으로 뉴욕 타임지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미디어와 관련된 경험을 하면서 기반을 닦아가던 중, 한 친구의 영향으로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99년 그 친구와 게임 회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회사가 안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버블 붕괴나 9.11 테러와 같은 개인이 어쩔 수 없는 불확실한 변수를 겪으며 힘들었지만 의미있었다고 회상하면서, 변화와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 게임을 좀 더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 비영리 연구소인 'Institute of Play'를 설립하였고, 뉴욕 교육청과 함께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이 되는 학교를 만들어 주고자 2009년에 'Quest to learn'을 세워 게임과 학습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현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놀공 연구소를 세워 음악, 금융, IT 등의 전문 분야를 가진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정의

본론으로 들어가며 놀공 발전소에서 생각하는 게임의 정의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게임이란, 규칙들로 만들어진 가상의 갈등 구조에 플레이어가 참여하여 그 과정에서 측정 가능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입니다. 조금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Rules + Player = Play
여기서 말하는 Rule이 하는 역할은 '제한'과 '통제'보다는 Player로 하여금 '특정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유도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Player는 경험을 더합니다. Player 없이는 게임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플레이어들이 게임 디자이너가 만든 공간에서 디자이너가 설계하지 않은 다른 즐거움, 즉 예측 불가능한 인터랙션을 더함으로써 좋은 결과물을 만들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게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까?

1. 불확실한 변수에서 오는 풍부한 경험

피터공께서 전에 있었던 Gameable이란 회사에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공유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게임을 통해 새롭게 정의하고, 즐거운 경험을 입혀서 의미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가지고 'Come out & Play'라는 페스티벌을 2006년 주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페스티벌에서 게임의 중요한 법칙을 깨닫습니다.
출처 : Come Out & Play Festival 홈페이지

출처 : 피터공

게임의 룰은 다음과 같습니다. A지역에서 B지역까지 커다란 풍선을 끌고 완주해야 합니다. 매우 간단하고 밋밋해보이는 룰입니다. 하지만 막상 게임이 시작되니 큰 풍선이 육교 위에서 바람을 만나게 되어 사람도 같이 날아갈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순간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현실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이동하는 경로와 자연의 불확실성이 만나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 것입니다.
위험한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 그저 큰 풍선을 옮기는 잔잔한 게임이 Extreme Sports가 되어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굉장한 재미와 무용담이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게임을 디자인 할 때 전혀 고려되지 않은 부분이지요. 그래서 게임을 설계할 때는 디자이너가 설계한 것 이상의 몫은 사람들의 경험으로 채워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작은 화두에서 시작하는 몰입

친구에게 "내가 램프의 요정 지니이니 세가지 구체적인 소원을 말해 보아라" 라고 했을 때
질문을 받은 사람은 갑자기 소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게임의 시작은 디자이너가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이 던져지면 플레이어가 그 순간부터 스스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친구가 그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지니와 세가지 소원이라는 화두가 그 사람 내면의 생각들을 꺼내어 몰입하게 만드는 것 처럼요.



놀공 연구소의 목표와 사용하는 방법론

1. 놀공 연구소의 목표

이름 지어지지 않는 것을 만듭니다.
게임이라는 매체을 통해 개인의 '경험'을 만드는 것이 놀공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설계할 때는 절대로 구체적이고 장황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아주 작은, 흥미로운 전제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보통 일을 시작하기 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대부분 회사의 프로세스와는 많이 다르지요. ^^ 게임에서의 불확실한 변수처럼, 변수 자체를 과정으로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 The Magic Circle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게임의 규칙이 플레이어들을 지배하는 것을 The Magic Circle이라고 합니다. 게임 안에서는 게임의 규칙을 따라야 가장 즐겁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규칙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RULE에서 통제는 '~하지 말아라'라고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GAME에서의 규칙은 '~ 해라!' 특정행동을 유발하는 제한을 주는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백지를 나누어 주고 "그림을 그려라"라고 하면 무엇을 그릴지 고민하게 되지만 "집을 그려라"라고 한다면 그리기 쉬워집니다. 여기서 규칙은 통제로 작용한다기 보다 자기가 무엇을 해도 되는지 아닌지 판단의 기준이되는 것이지요. 규칙이 보이지 않아 플레이어들이 중력처럼 활동한다면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놀공발전소 홈페이지/Games

이를 뒷받침해주는 하나의 예를 들어주셨습니다.
사람이 모여있는 대강당에서 게임 진행자가 풍선을 날리고 사람들 사이에 세로로 긴 줄을 놓은 위 "님비(NIMBY)"라고 외칩니다. 이 순간 참가자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풍선을 튕겨 줄을 넘겨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최종적으로 공이 없는 팀이 이긴다는 룰도 알아챕니다. 그리고 남녀노소 아이같이 좋아하면서 게임을 즐기기 시작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풍선을 보면 아이같이 좋아한다는 것과 손으로 쳐낸다는 굉장히 간단한 전제에서 기획한 게임인데, 참여자는 시작과 동시에 The Magic Circle에 완전히 빠져버렸다고 합니다.


3. LXD(Loser Experience Design)

이기는 사람은 소수이지만 대부분의 게임이 Winner를 위해 설계되어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의 설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 지려면 Loser인 대다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경험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도록 디자인해야합니다. 다시 말해 LXD의 포인트는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입장에서 끝까지 흥미롭게 게임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하여 행동에 대한 만족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피드백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보이게 되면 좌절하고 포기하게 되므로 점수를 확실히 알 수 없게 하거나, 지속적으로 작은 긍정 피드백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pxd의 연례행사인 위스포츠 경기 후 간발의 차이로 진 2등 팀과 최저점을 받은 4등팀이 심한 좌절감을 느끼는데, 이것은 2주간의 긴 시간과 투자한 노력에 비해 점수가 오르지 않거나 막판 뒤집기와 같은 규칙으로 인해 그동안의 노력이 뒤집히는 것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LXD를 적용해 보면 투자되는 시간을 2주에서 2~3일로 줄여서 투자되는 노력을 줄여주거나, 2주간의 점수계산을 비밀로 하여 정확히 알 수 없게 하되 팀원들 간의 정보전을 유발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4. 리워드

게임에 보상과 벌칙은 생각하는 것만큼 절대적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리워드는 시작의 동기는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워드가 크면 클수록 리워드 자체가 중요해져 게임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사람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절대로 규칙을 깨지 않습니다. 내가 정정당당하게 승리했다는 사실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리워드에 의존하기보다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며 주고 받는 피드백 자체에 몰입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놀공의 현재와 앞으로의 계획

놀공 클래식

지금의 놀공 연구소는 놀공클래식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지오웰의 1984를 가지고 게임을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게 되었는데 놀공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은 순간 시리즈가 되어 1984, 로미오와 줄리엣, 안나카레리나 그리고 현재 독일문화원과 작업중인 파우스트까지 4편의 문학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있습니다.
3번째 놀공 클래식인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는 놀공 발전소와 TBWA의 합작으로 전문 카피라이터와 함께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였습니다. 이렇게 전문 분야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하여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놀공발전소 홈페이지/Nolgong Classics

놀공이 어디로 가는지는 우리도 모릅니다. 어떤 결과물을 만드는 회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놀공은 경험이라는 컨텐츠를 만들고 있고 문학, 음악, 광고 등등의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들과 여러가지를 시도하면서 한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좋은 게임을 설계하는 방법과 놀공발전소의 생각, 작업들을 공유하며 뜻깊게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시간관계 상 직접 게임을 설계해 보는 시간이 생략되어 조금 아쉬웠지만 이번 강의를 통해 잠시나마 게임을 설계하는 입장이 되어볼 수 있어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작은 화두에서 시작하여 사람들로부터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며 게임이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나가는 놀공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놀공 발전소와 pxd의 꾸준한 교류를 기원하며 pxd talks에서 좋은 강의들려주신 놀공발전소 소장 피터공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참고##pxd tal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