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관계의 본심

2013. 9. 28. 00:16리뷰
by 이 재용

관계의 본심
스탠퍼드 교수들이 27가지 실험으로 밝혀낸 관계의 놀라운 맨 얼굴
클리포드 나스, 코리나 옌 지음 / 방영호 옮김

The Man Who Lied to His Laptop
What Machine Teach Us About Human Relationships
Clifford Nass, Corina Yen

최근 블로그에 소개한 '미디어 방정식'
[심리학 산책 7] 미디어 방정식
[심리학 산책 7] 미디어 방정식 : 독서 토론회 스케치
UX 분야에서 단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The Media Equation

의 저자 중 한 명인 클리포드 나스가 2010년에 발표한 책, '관계의 본심'은 '미디어 방정식'을 거꾸로 펼친 책이다.

'미디어 방정식'이 그간 사회과학적으로 했던, 사람들의 사회적 상호 작용에 대한 실험에서 한 쪽 사람을 컴퓨터로 대치하고 실험을 해 보았더니, 사람-사람 간의 사회적 관계가 그대로 사람-컴퓨터간의 관계에도 적용되더라라는 내용이라면, 이 책은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제 사람-사람의 관계를 연구하려는 목적을 위해서 컴퓨터를 활용한 연구 결과들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구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사람은 늘 유동적이고 항상 같은 태도로 상대방을 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 과학적 실험은 이런 '늘 일관된 태도를 가진' 사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위의 연구 성과 (즉, 사람-사람이나 사람-컴퓨터나 같다)를 이용하면, 컴퓨터가 '늘 일관된 태도를 가진 사람'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이용하여 다양한 사람-사람 관계를 알게 된 성과다.

즉 컴퓨터는 일정한 사람의 역할을 수행하고, 피험자가 그 실험에 노출되면서 어떤 반응을 하게 되는지를 측정하여, 실험의 결론을 내며,

해당 규칙으로 인간 관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사회 과학과 사용자 경험 디자인(UXD, User Experience Design)을 개선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p38)
예를 들어 칭찬하고 비판하는 것이 좋을까, 비판하고 칭찬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칭찬->비판->칭찬의 순서로 샌드위치 식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 이런 질문에 컴퓨터를 활용한 실험으로 답을 내는 것이다.


1. 평가, 비판, 격려
C라는 신문에 B가 A에 대하여 비판하는 글을 실었을 때, 우리는 A, B, C (의 순서로) 셋 모두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그만큼 비판은 각성시키는 효과가 크다. 비판을 들었을 때는 그 전의 정보를 기억하지 못 하는 효과(역행간섭)가 생기는 대신, 부정적 비판 이후의 일은 더 잘 기억하는 효과(순향 증강)도 생긴다. 그래서 비판을 먼저하고, 칭찬을 나중에 해야지, 그 반대로 이야기하면 칭찬은 잊혀지고 비판만 남는다. 그리고 그 비판은 대개 상대를 바꾸는 역할 보다는 비판한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능만 갖는다. p57

예를 들어 자동차 네비게이션이, 운전자의 운전 행태에 대해 지적을 해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잘못 하다간(싸움 또는 도주 현상 때문에) 오히려 사고율을 더 높일 수 있다. p62 그렇다면 '격려'는 운전을 즐겁게 만들 수 있을까? 네비게이션이 '당신의 운전 실력이면 이 경로는 쉬울 거다'라고 말해주는 경우, 네비게이션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었다. p74 모든 격려가 다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 컴퓨터'에 대해 다른 '평가자 컴퓨터'가 칭찬하는 걸 들으면 사람들은 교사 컴퓨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다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컴퓨터가 더 똑똑하다고 생각한다.p82 긍정적인 평가와 똑같이, 겸손한 컴퓨터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지만, 남을 비판하는 컴퓨터는 더 똑똑하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p86

결국 인간 관계에서, 자기 자신을 칭찬하거나, 지나치게 겸손을 떠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다. 남을 비판하는 것도 유능해보일지는 몰라도 호감을 잃기 때문에 좋은 전략이 아니다. 가장 좋은 전략은, 두 명이서 서로를 계속 칭찬하는 전략이다. 남을 칭찬해라. 그리고 그의 칭찬을 유도해라. p89


2. 자존감, 첫인상
사람들의 성격은 내향적/외향적, 비판적/수용적에 따라 네 가지 타입(지배형,순응형,다정형,냉정형)으로 나뉘는데(p98)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며(유사성 매력) 이를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적용했을 때도 똑같은 효과가 나타난다(p110). 또한 경매 사이트에 상품을 소개하는 글을 올릴 때도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에 따라 매우 다르게 상품 설명을 올리는데, 역시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올린 상품 소개 글에 더 매력을 느낀다(p102, 106) 이를 응용하면, 맛집 평가나, 각종 상품 리뷰에 사람들의 유형별 선호도를 파악하여 더 잘 맞는 리뷰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다.
<p98 그림>

처음부터 나에게 잘 맞춰주는 컴퓨터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맞춰지는 컴퓨터를 더 신뢰하게 된다. 전자는 아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다(게인 효과, p122). 


3. 결속력
일반적으로 팀웍 빌딩에서하는 일(Trust Fall: 눈 감고 뒤로 기대다 보면 다른 동료가 뒤에서 잡아 주는 것)은 팀웍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p128) 팀웍은 실제 업무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상호 의존적(공통의 목표)이 되어야 생긴다.p144 예를 들어 컴퓨터와 같은 색상의 손목 밴드를 한 사람들은 컴퓨터를 한 팀이라고 여겼다. 실제 팀에서는 어떤 것들이 효과가 있을까?
책상마다 팀 로고를 붙이고 팀별로 근무 공간을 배치하고, 직능 위주의 명칭이 아니라 팀 이름을 만들어 부르면 동질감 조성의 효과가 있다. p150
예를 들어 '해외 마케팅 1팀' 같은 직능 위주 팀 명칭이 아니라 '세렝게티'를 공식 팀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팀간에 약간의 경쟁을 한다거나, 팀내에서만 사용되는 은어, 팀 사람들만 사용하는 뱃지 같은 것이 효과가 크다.p157 다만 주의해야할 것은 너무 지나치게 밀어붙이면 역효과도 크다는 점. 특히 팀 티셔츠나 회사 유니폼은 그럴 확률이 높다.

동아리라면 입회 절차나 신고식이 어려울 수록 소속감이 늘어난다. 회사라면 그렇게 하기는 어려우니까, '매우 신중히 선택된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주거나, 간단한 입회 절차라도 만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4. 이해, 공감, 치유
사람들은 감정이 복잡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리해 보면 판단의 측면(유의성 물음, 내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했는가?)과 수행의 측면(각성적 물음, 행동할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판단으로 보면 나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얼마나 잘 이루고 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느냐는 물음이고, 수행으로 보면 나는 현재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가와 얼마나 흥분하는가로 정리된다는 의미이다. p180 이를 종합해 보면 인간 감정의 여러 종류를 2차원 공간상에 나열해 볼 수 있다.
<p182 그림>

그런데 이들 감정은 '정서적 전염'을 통해 확산된다. p196 직원 일부가 만족감을 느끼면, 이런 긍정적 유의성이 다른 사람에게 퍼지는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우리의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파울러의 3단계 영향 법칙 p197)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들에 대한 연구에서도 재검증 되었다. 컴퓨터가 역할을 수행한 '가상의 승객'실험에서도 자동차 운전자는 행복한 목소리를 들었을 때 더 운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피실험자가 우울할 때, 유쾌한 가상 승객의 목소리는 오히려 운전에 방해가 되었다. p201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면서, 다른 사람의 (자기와 다른) 감정까지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운전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 슬픈 사람이 운전할 때, 네비게이션의 목소리는 '슬퍼 보이네요'라는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네비게이션을 코메디언 목소리로 설정해 둔 사람들은 우울한 상태에서 운전할 때 조심해야 한다!) 이는 컴퓨터가 '감정'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사용자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라면 유머는 집중력을 높인다.(p217) 심지어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불완전한 유머라도 그렇다. 

흔히 좌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풀어질거라고 생각하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실험은 다른 결과를 말해준다. 어려운 게임을 한 사람들이 피드백을 줄 때, 컴퓨터가 단순히 들어주는 역할을 할 때는 치유 효과가 없었던 반면, 컴퓨터가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었을 때(즉 실망했겠네요, 짜증이 낫겠네요, 이 컴퓨터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네요) 치유의 효과가 나타났다.p224 이처럼 분노한 사람에게는 같이 공격할 대상(샌드백)을 제공하고, 우울한 사람에게는 적절한 핑계를 제공해야 효과가 높다. p226


5. 신뢰,친밀감,호의
두 대의 동일한 TV가 있다. 한 TV의 이마에 '뉴스 TV'라고 써 붙인 다음 두 개의 TV에 동일한 뉴스를 보여줄 때, 사람들은 어떤 뉴스를 더 신뢰할까? '전문가'로 명명된 '뉴스 TV'의 뉴스를 더 신뢰한다. 사람의 뇌는 현상을 좀 더 빨리 평가하기 위해 이러한 숏컷을 사용한다.p244 특히 성(性)에 대한 고정 관념을 기계에 적용할 때도 마찬가지 반응을 얻는다. 자기 자신을 향하는 고정관념의 압박은, 그런데, 동일한 사람들의 집단에서 협력하면 자연스레 사라진다. 

설득은 호의를 베풀수록, 서로 유사할 수록, 처음 조금을 먼저 들어줄 수록 더 잘 된다. 이유가 합당하든 말든, '왜냐하면'이란 단어로 이유를 설명하기만 하면 더 잘 설득된다!


결론
사회적 세상이 보기보다 복잡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회적 관계 형성은 컴퓨터조차 가능할 정도로 아주 단순하다. 
우리는 컴퓨터와 여러 쌍방향 기술을 실제 사람처럼 다루면서 이런 규칙들을 많이 발견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일반적인 사회생활과 유사한 상황에서 컴퓨터와 상호 소통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단순화하고 상호작용의 근본 원리를 파악했다. p295
이러한 원칙들은 간단하지만 효과가 강력하다. 누구나 쉽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규칙들은 사람 대신에 컴퓨터에 적용해도 잘 통했는데, 인간관계에서는 더욱 잘 통하리라 생각한다.

이쯤에서 UX를 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컴퓨터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네비게이션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책에 나오는 용어]
  1. 자기 위주 편향 Self-Serving Bias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성공에 대한 책임은 받아들이는 현상 p50

  2. 워비곤 호수 효과 Lake Wobegon Effect
    자신이 평균보다 낫다고 믿는 오류 p50

  3. 역행 간섭 Retroactive Interference
    새로운 정보가 이전에 학습한 정보를 방해하는 현상 p56

  4. 순향 증강 Proactive Enhancement
    부정적 사건 이후 우리의 기억력이 향상되는 현상 p57

  5. 싸움 또는 도주 Fight-or-Flight
    심각한 위험을 감지하면 신체가 본능적으로 준비 상태에 들어가는 것 p62

  6. 유사성 매력 Similarity Attraction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자기와 유사한 사람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 것 p95

  7. 상보성 원리 Principle of Complimentarity
    서로 다른 사람이 모였을 때 매력을 느껴 더 협력하게 되는 것 p96

  8. 샤덴프로이데 Shadenfreude
    남의 불행을 보고 기쁨을 얻는다는 뜻 p99

  9. 얇은 조각 현상 Thin Slices
    매우 짧은 시간에 첫 인상이 고정된다 p113

  10. 과도한 내성 Introspection
    자신의 정신적, 심리적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지나침 p113

  11. 게인 효과 Gain Effect
    사람들은 처음에 큰 보상을 한 번 받는 것 보다, 작은 보상에서 큰 보상으로 천천히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 p122

  12. 인지 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
    자신의 신념과 행동 사이에 불일치가 일어나는 현상 p161

  13. 총체적 기관 Total Institutions
    수용소나 교도소, 장원처럼 자기들끼리만 교류하는 집단 p167

  14. 슈도게마인샤프트 Pseudo-Gemeinschaft
    가상 공동체를 뜻하는 말로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명명했다. p171

  15. 또라이 제로 법칙 No Asshole Rule
    비열한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또라이'를 조직 내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자는 것. p177

  16. 유의성 물음 Valence Question
    내 목표를 잘 이루고 있는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뭘 해야 하는가? p180

  17. 각성적 물음 Arousal Question
    나는 얼마나 만족하는가? + 나는 얼마나 흥분하는가? p180

  18. 휴식-소화 반응 Rest and Digest Response
    교감 신경계는 자극을 받을 때 활성화되고, 부교감 신경계는 정지시키고 안정시키는 역할 p184

  19. 흥분 이전 효과 Excitation Transfer
    흥분한 상태에서 또 다른 흥분 상태로 쉽게 갈 수 있음 p216

  20. 사회적 촉진 Social Facilitation
    여러 사람이 함께 있을 때는 각성 수준이 올라가게 되는 것 p218

  21. 인지 재해석 Cognitive Reappraisal
    의식적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 p231

  22. 후광 효과 Halo Effect
    어떤 사람에 대한 일반적 견해가 그 사람의 구체적 특성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 p247

  23. 고정관념의 압박 Stereotype Threat
    차별이 없어도 자기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과 관련된 상황에 처하면 압박을 느낌 p254

  24. 문간에 발 들여놓기 효과 the Foot-in-the-Door Effect
    사소한 부탁을 들어준 사람은 이어지는 부탁을 또 들어주는 성향이 있다. p290



[참고##심리학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