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d talks 39] B2B스타트업에서의 Lean UX
2013. 12. 6. 01:06ㆍpxd talks
지난 11월 22일에는 미국의 스타트업 Strevus에서 UX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김희선 씨께서 B2B 스타트업에서의 Lean UX에 대한 대담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김희선 씨는 카이스트(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카네기 멜론 대학교(CMU)에서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을 공부한 뒤 Motorola, AOL Mobile, Microsoft 등의 대기업에서 모바일/웹 관련 UX 디자인과 프로덕트 매니징을 10년 이상 계속해 온 UX디자이너입니다. Strevus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본사를 둔 회사로 빅데이터 기술 기반의 금융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Why Lean UX? – How startups find their product-market fit
출처 : foundersandfounders.com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본 결과, 처음으로 창업하면 성공 확률은 18%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열에 아홉은 망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두 번째로 창업하면(Repeat player) 성공확률은 20%가 되고, 여러 번 창업하는 사람은(The veteran, 또는 연속 창업가 Serial Entrepreneur) 약 30%의 성공 확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즉, 창업 역시 경력이 쌓일수록 성공 확률도 늘어난다는 것이죠. (위 그림의 링크인 foundersandfounders.com에 가시면 스타트업 통계에 대한 재밌는 인포그래픽을 더 볼 수 있습니다)
린스타트업 방법론에서는 처음에 Problem/Solution fit(실제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지)을 검증한 뒤 Product-Market fit(시장성 검증)을 찾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Product/Market fit을 찾는 과정은 1차 방정식 그래프처럼 쭉 올라가는 게 아니라, 빙글빙글 도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사람들이 살까? – 안 사는 것 같은데?’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시 돌고 돌다가 어느 순간 탄력을 받고 성장해, Nice to have가 아니라 Must-have가 되면 성공하는 것이죠.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돌면서 탐색하는 기간 자체가 짧거나, 점점 작은 원(하나의 이터레이션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을 돌면서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자원(Resource)도, 자금(Funding)도, 인력(Talent pool)도 모두 제한적인 스타트업은 짧은 활주로(Runway) 위에서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가장 빠른 방법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고, 이것은 린스타트업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들기 전부터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만들고 싶어 하죠.
Lean startup & Lean in B2B & Lean UX
위 도식은 이미 익숙한 린 스타트업의 기본 이터레이션 과정입니다. 제품을 만든 후(Build), 시장의 반응을 측정하고(Measure), 여기서 배운 점을 가지고 새로운 이터레이션을 도는 거죠. 이 방법은 일반적으로 B2C(Business-to-Consumer) 마켓을 상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진제품을 관심 있는 실제 사용자에게 배포해보고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반면 B2B(Business-to-Business) 시장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일단 제품을 만들어서 배포할 곳이 마땅치 않고, 배포하더라도 실제 반응을 측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팔아 보고(Sell), 이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을 배워(Learn) 이를 토대로 제품을 만든 후(Build) 다시 파는(Sell), Sell – Learn – Build – Sell…의 과정이 B2B의 상황에 더 잘 맞습니다.
실제로 Strevus의 경우, 코드를 짜기 전부터 세일즈 팀이 로드 쇼를 돌면서 고객의 반응을 살펴 본다고 합니다.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를 먼저 들어보고 그 공통점을 모아서 실제 Build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물리고 물리는 상황은 ‘내 아들을 빌 게이츠의 딸과 결혼시키는 방법' 이라는 유머와도 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Flight blind라고 해서, 고객사는 배달되기 전까지는 어떤 제품일지 전혀 알 수 없고, 개발사 역시 알아서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일단 만들어서 보냈습니다. 반면 요즘에는 인터액션이 가능한 프로토타이핑 도구(Mock-up tool)을 써서 마치 이런 제품이 있는 것처럼 셀링을 먼저 합니다. 셀링 시의 데모 또한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들어 시연을 한 뒤 반응을 측정(measure)해, 반응이 좋은 데모를 좀 더 발전시킵니다.
이 도식을 Lean UX의 상황으로 만들어 보면 위와 같이 됩니다. 스타트업에서는 UX 디자이너도 어느 정도 코딩을 합니다.(물론 모든 스타트업에서 그러는 것은 아니겠죠^^) 코딩을 안 하는 부분도 계속 개발자 옆에 있으면서 함께 작업을 해나갑니다. 그 다음에 디자인 피드백을 받고, 거기서 다시 User story가 도출되는 싸이클을 반복합니다. Strevus에서는 이 싸이클이 애자일 개발과 맞물려 돌아간다고 합니다.
Strevus 이야기
http://strevus.com
Strevus의 설립자 4명은 이미 마스터 데이터 관리 기술 (Master Data Management technology)로 Siperian이라는 회사를 통해 성공적 창업을 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10여년 전에는 B2B 제품의 세일즈 사이클이 지금에 비해 훨씬 오래 걸렸는데, 무언가를 만들어서 보여줘야 된다고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만드는 데 수년이 걸리고 이에 따라 피드백을 받는데도 몇년이 걸리는 식이었습니다. 이러한 기존의 세일즈 사이클을 변화시키기 위해, 기존에 미들웨어(Middleware)와 백엔드(Back-end)의 엔지니어나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들 위주로 일하던 방식을 탈피해, 보유 기술의 가치를 바로 보여줄 수 있는 프론트엔드(Front-end) 부분까지 같이 다루기 위해 UX디자이너인 희선 씨를 영입했다고 합니다.
Strevus의 기술력을 이용해서 풀고자 하는 문제 (Design Problem)는 2008년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거진 금융규제로 인한 데이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자격 미달의 사람들에게 돈을 막 빌려주다가 금융 마켓이 붕괴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개인이나 기업 고객의 금융 관련 자격 심사는 전세계적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은행 측에서는 고객에게 계좌 하나를 열어 줄 때도 다양한 원천의 정보를 통합해서 봐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기존의 서비스는 Source A, Source B, Source C에서 정보를 뽑아서 Golden copy라는 하나의 세트로 만들어 주는데, 이렇게 되면 정보의 유연성(Flexibility)가 떨어지게 됩니다. Strevus의 기술은, 잘못되거나 오래된 정보를 버리고 최신 정보를 가지고, 다른 소스의 정보가 각자의 레이어를 유지해 유연성을 잃지 않으면서, 정보 열람자의 상황(누가-언제-어떤 목적으로 보길 원하는지)에 맞춰 Contextual Golden copy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Steve Madden이라는 사람이 있고, 이 사람의 정보는 페이스북, 링크드인, 트위터 등 다양한 소스에 산재해 있습니다. 보험회사 직원이 볼 때, 장모님이 될 사람이 볼 때, 미래의 고용주가 볼 때 보고 싶은 Steve의 정보는 분명 다르겠죠. 이런 상황에 맞춰 여러 소스의 정보를 한 눈에 보기 쉽게 모아서 보여주는 것이 Strevus의 서비스입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을 플랫폼으로 만든 뒤, 특정한 디자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얹어서 필요한 시장에 파는 것이죠. 데이터 관리 플랫폼 기술 자체는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은 Financial market을 타겟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업계에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Strevus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이런 수준 높은 데이터 기술을 최신 UX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출처 : http://uxmag.com/articles/the-impossible-bloomberg-makeover
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위의 화면은 증권사에서 사용되고 있는 블룸버그 터미널(Bloomberg terminal)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래 보여도 1명이 1년동안 쓰는데 2400만원을 내야 하는 고가의 프로그램이죠. 복잡함을 이유로, 20년 동안 이런 UI가 쓰였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막상 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로 고용안정성(Job security)가 보장되어 왔다는 점이죠. (참고로 2007년 IDEO에서는 Portfolio magazine의 의뢰로 새로운 블룸버그 터미널 UI 컨셉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출처 : http://mailchimp.com/
요즘은 B2B 분야도 바뀌는 추세로, 괜찮은 UI를 가진 서비스도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Mail chimp를 들 수 있는데요. 매스 마케팅 메일을 보내는 마케터들을 위한 메일링 서비스로, 메일 보낼 고객을 추리거나 캠페인 후의 반응을 보는 일을 도와줍니다. 친근한 침팬지
B2B, is it worthwhile?
B2B 사업은 골치 아픈 일도 많고, 세일즈 사이클도 긴 사업입니다. 계약서에 사인하자는 얘기만 5주 이상이 걸리기도 하는데, 계약이 안되면 테스트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 기준(Standard scale)이 B2C에 대해 높습니다. 트위터는 다운되었을 때 고래 그림 띄우는 대응이 고작이지만, B2B 제품의 경우 서비스 수준 규약(Service level agreement)이 있기 때문에, Service downtime이 있으면 손해 배상을 해주어야 하며, 고소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도 좁고 인맥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공률을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B2B가 매력적인 이유는 ARPU(Average Revenue Per User; 가입자당 평균수익)이 무척 높다는 점입니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한 프로젝트당 수십만 달러~ 수백만 달러의 규모로 판매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ROI(투자 수익률, Return on Investment)가 매우 높다는 점이 B2B의 매력입니다.
UX 디자이너에게는 조금만 UI를 손봐도 제품 만족도가 매우 높아지고 ROI가 상승하는 재미를 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냥 깔끔하게, web 2.0와 모바일 앱의 기준에 맞춰 디자인했을 뿐인데 블룸버그 터미널 같은 프로그램을 쓰던 고객들에게는 우와! 하는 반응을 들을 수 있죠.
하지만 Lean UX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분명 있습니다.
1) Scale-up하기 어려운 특수한 솔루션
대부분의 경우 특정 문제에 대한 특수한 솔루션이기 때 시장 규모가 적다는 점입니다. 이 특정한 문제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기도 하지만, Scale-up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을 고르는 상황이 된다면, 서비스에 대한 지불액뿐만 아니라, 이 일이 다음 고객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역시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이 고객의 니즈가 다음 고객들과 연결될 수 있다면 우선 고객이 됩니다.
2) 구매하는 사람 따로, 사용하는 사람 따로
서비스를 사는 구매자(Buyer)와 실제 사용자(User)가 대부분 다릅니다. 사용자가 맘에 들어 하더라도, 구매자라는 골키퍼를 넘어서지 못하면 닿을 수 없습니다. 구매자의 경우, 사용성(Usability)가 중요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더라도, 본인이 직접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피지는 않습니다.
3) 아이디어 유출에 대한 걱정
세일즈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디어를 말하게 되는데, 이를 보고 고객사가 자체적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고 이런 정보를 들은 다른 회사에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다 보면, Lean UX 싸이클을 도는 속도가 느려지고 제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Lean UX in Strevus
과거 Strevus의 제품은 세일즈 팀이 고객을 만나고 와서 개발팀에 말해주는 기능(Feature)을 중심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기능들이 덧붙여지곤 했는데, UX팀은 종합적/통합적 관점에서 세부 Feature들이 종합적으로 어떻게 맞물려 돌아갈지를 고민했습니다.
기존 애자일 방식으로 개발되는 상황에서 사용되던 User story는 단편적이었습니다. Steve라는 사용자가 A할 것이다/B할 것이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A 행동과 B 행동의 연결점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개별 User story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시나리오로 보자고 제안하고, 이를 위해 Persona나 A day in life와 같은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잠재 고객사의 실제 사용자가 어떻게 정보를 취합하는지, 그 구조와 메커니즘을 상세하게 알아보았습니다. Strevus의 경우 개발 팀은 타겟마켓인 미국이나 서유럽 쪽이 아닌 제 3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지만,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이 어떻게 사용될지 감도 못 잡고 있던 엔지니어들에게, 퍼소나와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니 시너지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백엔드 개발자가 와서 ‘방금 네가 말한 시나리오는 이 타겟 유저한테는 안 맞는 것 같아!’와 같은 피드백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End-user에 대한 접근이 힘들 때 쓸 수 있는 User-research 방법
UX팀과 고객사의 User 사이에는 위의 도식과 같이 Sales와 Buyer라는 장애물이 있습니다. UX가 실제 End-user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방법으로 3가지 방법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1) Sales팀을 대상으로 한 거짓 인터뷰(Mock-interview)
고객사를 실제로 만나는 회사의 Sales 팀 사람에게 ‘너는 지금부터 우리 회사의 Sales팀이 아니라, 골드만삭스의 고객 정보 취합 업무를 하는 인도의 Sanjay가 되어 대답하는 거야’라는 주문을 한 뒤 거짓 인터뷰 또는 역할극(Role-playing)을 진행했습니다. 비디오 컨퍼런싱(Video-conferencing)을 통해 같은 사무실에 있지 않은 개발자들도 이 과정을 다 보게 하고, 중간에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게 했습니다.
2) 헤드헌팅 컨설팅 회사와 협력(컨소시움)
우리는 기술을 팔고, 헤드헌팅 컨설팅 회사는 인력을 파는 곳입니다. 컨설팅 회사 차원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기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알고 싶어했고, 우리는 실제 인력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User insight를 얻어내고 싶었기 때문에 서로 win-win하는 협력 관계가 될 수 있었습니다.
3) 실제로 일하던 사람을 컨설턴트로 채용
우리는 단기로 너의 경험이 필요하다-라는 전제 하에 실제로 관련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을 회사의 컨설턴트로 채용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위와 같은 방법은 물론 실제 사용자 인터뷰에 비하면 디테일이나 신뢰도 부분에서 떨어지지만, End-user에게 접근할 적당한 방법이 없을 때 고육지책으로 쓸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 강연에 참여하셨던 정기원 님께서 후기를 남기신 블로그 링크를 공유합니다. 스타트업 조직 차원에서 UX 전문가의 역할에 대하여 언급해 주신 부분이 인상 깊습니다.
"디렉터급의 UX 전문가가 스타트업에 조인했을 때 사업의 방향을 이해할 뿐 아니라 그에 맞는 UX 우선순위를 잡는 것, 또한 주니어 디자이너를 고용하여 팀을 이루는데까지 — 제품의 기틀 및 전체 프로세스에 기여하는 정도가 정말 크다"
- 한국에 오신 귀한 시간을 내어 B2B 스타트업에서의 생생한 Lean UX 경험담을 공유해주신 김희선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참고##Lean UX##] [참고##pxd tal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