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6. 01:24ㆍUI 가벼운 이야기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은 '포트폴리오'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특히 디자인 비 전공자를 위한) 포트폴리오 만들기에 대해 설명 드릴까 합니다. 물론 디자인 비전공자를 위한 설명이지만, 디자인 전공자 분들도 한 번 읽어 보시면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울러 아래 내용은 철저히 과거에 저의 개인적인 채용 경험으로부터 수집한 정보입니다. 따라서 다른 회사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고, 심지어 지금의 피엑스디 채용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아마 지금도, 또 다른 회사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어쩌면 취업 포트폴리오 뿐만 아니라, 각종 장학금 지원, 교육 지원, 심지어 스타트업의 투자 지원서 같은 경우에도 비슷한 원리일 것으로 생각하긴 합니다.
제일 중요한 단 한 가지!
내 포트폴리오를 보는 사람은 어떤 상태에서 포트폴리오를 볼까요?
정부 지원 해외 교육 프로그램 같은 곳에 심사를 가 보면, 수십명~수백명의 서류 +포트폴리오를 심사하여 제한된 시간안에 선발될 사람을 골라야만 합니다. 처음 몇 명의 서류는 집중하여 보지만, 이내 사람들의 집중력은 급속히 떨어집니다. 그러다보면 슬그머니 요령이 생깁니다. 우선 확실한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부터 골라 냅니다. 그리고 자기 소개서 각 문단의 첫 문장만 읽는다든지, 포트폴리오 몇 가지 중에 첫 번째 것만 본다든지 하여 "주어지 시간 내에 모든 서류를 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것이 최선으로 공정한 거니까요.
한 명 한 명이 이를 위하여 얼마나 시간과 정성을 쏟았을까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심사하는 입장에선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밤새 서류를 다 볼 수는 없잖아요???
많은 UX 디자이너들이, 고민고민하여 만든 App.의 첫 화면! 사용자들이 관심있게 볼거라 착각하지만, 사용자들은 그냥 수루룩 자기가 필요한 화면으로 가 버립니다. "자기한테 중요한 만큼 상대방도 자기 결과물을 중요하게 생각할 거라는" 이 거대한 착각에서 벗어나야 진짜 UX 디자이너가 됩니다.
제발 포트폴리오 보는 사람을 한 번 만이라도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어 자기가 진행한 프로젝트가 7개라고 7개 모두를 시간순으로(!) 정렬하여 보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되고 초보적인 프로젝트가 맨 처음 나오죠? 보는 사람이 7개 모두를 꼼꼼히 봐줄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음... 물론 저는 7개 모두를 꼼꼼히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순 정렬이 웬 말입니까? (ㅎ 시간 역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3개의 결과물만 골라서,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배치하여야 합니다. 즉 첫 번째 결과물에 감동 받지 않으면 두 번째도 안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물론 저는 3개 다 봅니다... ㅠㅠ)
읽는 사람의 인내심이 다 떨어지기 전에, 자신의 가장 중요한 매력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프로젝트당 3-5페이지로 압축 정리하여 전체 15페이지 이내에서 승부를 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다면, 가장 중요한 사항은 단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읽는 사람을 고려하여
자기 포트폴리오의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라
(Design UX of your UX portfolio!)
나머지 아래 사항은 사실 위의 원칙만 생각해 보면 답이 뻔히 나옵니다. 자기 포트폴리오의 사용자(=심사자) 경험을 어떻게 디자인하나?라는 질문에 답을 못 한다면 아직 UX 디자이너 하지 말아 주세요. 개인 포트폴리오의 UX도 디자인 어떻게할지 모르겠는데, 어떤 다른 상업적인 상품의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겠습니까? 처음엔 암담할지 몰라도, 자기가 알고 있는 프로세스를 잘 적용해 차근차근해 보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경쟁 포트폴리오를 조사하고, 스테이크홀더에게 질문해 보세요.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해 보세요. 피드백을 반영하여 수정하여 나간다면 멋진 포트폴리오가 될 겁니다.
이제 아래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시간이 나시면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꼭 이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을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래 내용은 그냥 단순한 '참고'일 뿐입니다.
1.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하나?
경력자라면 당연히 학생 때 작업들은 싹 없애고 업무상 한 일만 넣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 처음 시작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학교 과제를 넣어야겠죠.
포트폴리오는 자신의 UX 문제 해결 방식(사고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디자인 비전공자 분들은 '학교 과제 중에 디자인 과목이 없어요'라고 말하는데, 자세히 한 번 생각해 보면 틀림없이 디자인 과목이 아니라도 자신의 문제 해결 방식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있을 겁니다. 또 동호회 활동이나 스터디를 통해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넣어도 좋습니다. 공모전 결과물도 좋고, 봉사 활동도 좋고, 정 안되면 '혼자 생각한 거라도' 넣어도 좋습니다. 많은 UX문제들이 있으니까요, 이런 UX 문제들을 시각적으로 해결해 보시고, 포트폴리오에 넣으세요.
UX 문제를 시각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무슨 말이지? 디자인 비전공자들이 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고 하면 막막하게 드는 질문입니다. 이 문제를 한 번 참고해 보세요.
출퇴근 시간에 버스 타서 보면 사람들이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문 주변에 모여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안쪽으로 쑥 들어가주면 좀 더 여유롭게, 더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을텐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50 Design Problems In 50 Days: Real Empathy For Innovation (Part 1) | Smashing UX Design
또 피엑스디 채용 면접 기출 문제를 알려 드리면(아.. 알려드려도 되나요?), '학교 스쿨존은 매우 중요한데 왜 안 지켜질까요? 어떻게 하면 지켜지게 할 수 있을까요?' '스트리밍 오디오 플레이어 UI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지금 사용하고 계신 서비스를 예로 들어 설명해 주세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반면 디자인 전공자들도 자기가 학교에서 한 모든 '디자인 과목 결과물'을 넣지는 말아 주세요. 이제 UX 디자이너로 지원하는 거잖아요. 관련이 있는 거만 넣든지, 관련을 만들어 넣어 주셔야 합니다.
다만, 이런 것들이 어떤 관점으로 제시되느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자신이 이 과제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문제를 고민했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가 중요합니다. 학생 작품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은 대개 '학생 같다'는 점인데,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지 못 하고 단순하고 이상적으로 생각하였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UX 분야는 그런 부분을 방법과 절차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용자를 만나보고, 실제 프로토타입으로 테스트를 해 보고, 실제 전문가/스테이크홀더를 만나본다면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2. 어떤 순서로 넣어야 하나?
가장 중요한 순서로 넣어야 합니다. 우선 맨 앞의 하나만 보더라도 '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심사자가 흥미가 생기면 다음 것을 볼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그런데 중요도라는 것은 순전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를 교수님께 한 번 보여드리면 어떨까요? 어떤 것이 가장 나를 잘 표현하는지는 나 자신에게도 물어야 하지만, 때로는 가까운 사람들이 더 잘 알 수도 있습니다.
또한 순서는 나를 표현하는 어떤 '스토리'여도 좋습니다. 나는 이런 합리적인 사람이나(포트폴리오1), 때론 이런 감각적인 작업도 하고(포트폴리오2), 종합적인 프로젝트도 했다(포트폴리오3) 라든지, 하는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하지만 절대적으로 정답인 순서가 있을까요? 심사자에게 잘 드러나기만 한다면 자기 생각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순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어느 정도 분량이어야 하나?
가능하면 짧지만 최대한 핵심을 설명하도록 해야 합니다. 분량이 너무 길면 사실 처음부터 읽기가 싫어집니다. 요즘은 다들 인내심이 별로 없고 많이 바쁜 듯 하네요. 실제 글/ 논문/ 프로젝트 보고서가 70페이지라면, 그걸 통째로 보내기 보다는 핵심적인 내용 3-5페이지로 요약하여 읽기 쉽게 정리하면 됩니다. 이렇게 3-5페이지 짜리 프로젝트 3개 정도면 (순전히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적당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긴 내용을 꼭 넣어야 한다면 별도 첨부나 클릭 링크로 제공하여, 심사자가 흥미를 느끼는 경우 추가적인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하면 어떨까요? 물론, 짧으면 짧을 수록 좋지만, 너무 짧으면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정답인 길이/분량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때로는 매우 길지만 감동적인 글이 더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스토리로 '나'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결론은, 포트폴리오란 '심사자의 경험을 배려하여 디자인한... 나!' 이니까요. 경험을 배려한다고 해서 남이 되면 안 되니까요. 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라고 느껴지는 포트폴리오가 보고 싶습니다.
참고 자료
완벽한 UX 포트폴리오를 위한 10가지 단계
(원제:10 Steps to a Perfect UX Portfolio By Luke Chambers from UX Mastery)
한국의 지원자들에게도 많이 통하는 10가지 실수 예방입니다. 특히 5,6,7,8 번에 공감이 많이 갑니다. 아래 Troy Parke의 글이 약간 시각 디자이너 중심으로 본다면, 이 글은 약간 디자인 비전공자를 위해 쓰여진 느낌이 납니다.
UX 포트폴리오 작성을 위한 10개의 질문
The UX Portfolio: Top 10 Questions for UX, UI & Visual Designers by Troy Parke, UX How
몇 개를 넣어야 하나, 얼마나 자세히 넣어야 하나, 팀 작업은 어떻게 넣어야 하나, 학생 때 작업을 넣어도 되나? 등의 질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약간 시각 디자이너 출신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 납니다.
UX포트폴리오 작성 가이드 tip (artfrige님의 블로그)
(원제: How Much UX have You Put into Your UX Portfolio? by Didus from UX Magazine)
제가 작성한 내용과 매우 비슷한 관점의 글입니다.
UX 포트폴리오 만드는 7단계 (febmi님의 블로그)
(원제:7 Steps to a Kick-Ass UX Portfolio)
너무 완벽주의자 같은 느낌이 있지만, 자신이 그렇다면 한 번 따라해보는 것도 가능할 수 있겠습니다.
좋은 이력서 디자인하는 법
Let's Fix It: How to Design a Winning Resume IDEO Tim Brown
1. 무슨 장점을 드러내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라
2. 시각적인 요소를 추가하면 좋다
3. 디지털 네이티브처럼 사고하라
[참고##진로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