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5. 07:50ㆍGUI 가벼운 이야기
앞 글에서 디자인 에이전시의 위기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모델 중 하나로 '기술+디자인'이 강력하게/대등하게 결합된 형태의 모바일 인터페이스/ 앱/ 제품/ IoT 에이전시들을 살펴보았고, 디자인 에이전시의 교육 사업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이 글에서는 디자인 에이전시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서 스타트업 투자를 살펴 보려고 한다.
FuseProject
우선 가장 유명한 사례는 FuseProject일 듯 하다. FuseProject는 Yves Béhar 가 1999년 설립하여 현재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사무실을 두고 75명의 인원이 근무하는 에이전시다. 이 회사의 스타트업 협업 모델에 대해 잘 설명한 기사가 있어서 요약해 보고자 한다.
디자이너와 경영자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Béhar도 그래서 클라이언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Slingbox CEO와는 친분 관계로 일을 시작했고, 이 회사의 제품 디자인, 작명, 브랜드 등 모든 디자인을 도와 주었다. 물론 외주 용역비로 돈도 꽤 받긴 했지만, 이후 이 회사가 3.8억불(3800억)에 매각되는 과정에서는 한 푼도 벌지 못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Béhar는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Slingbox CEO도 매우 미안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 때부터 FuseProject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총 18개의 스타트업과 협업하면서 주식을 받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그 중 5개로부터 상당한 투자 수익을 거두었다. 대략 매출의 60%, 이익의 80%가 스타트업으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벤처캐피탈보다 높은 수익인데, 비결은 1년에 단지 2-3개의 회사만 고르되, 클라이언트가 디자인을 강하게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정말 자신이 가치를 높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만 들어가는 것에 있다.(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최근에 알려진 사례가 Jawbone(웨어러블 디바이스)과 August(애플 발표에서 유명해진 도어락)이다. Behar는 두 회사의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맡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I truly believe that’s the future of design," says Behar. "The traditional consulting model is broken."
그는 또 다른 기사에서 '디자인이 사업(고객)과 깊숙히, 장기간 협업하지 않으면 성공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IDEO
아이디오는 2012년 처음으로 Startup-in-Residence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한 스타트업을 선정해 그들의 시카고 사무실에 입주시키고, 아이디오가 가진 디자인 역량을 통해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어떻게 보면 '인큐베이터'라고 볼 수 있으나, 이는 여느 인큐베이터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첫 대상 회사는 시카고의 스타트업인 Food Genius가 선정되었다. 그들은 14주 동안 IDEO 시카고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함께 디자인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Food Genius의 말이 인상적인데, 원래 자기들이 선정되어 들어올 때는, IDEO가 디자인 문제를 다 해결해 줄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14주 지난 후 배운 것은,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에 의해 고객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고기를 잡아 준 것이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이야기다. 14주가 지난 후, 원래 사무실에 돌아간 후, 아이디오는 다시 designer-in-residence 프로그램을 통해 4주간 아이디오의 디자이너를 파견해서 디자인 sprint를 도왔다고 한다.
http://www.ideo.com/work/venture-strategy
패스트코디자인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취재했다.
참여 기업은 이 프로그램에서 클라이언트도 아니고, '아이디오의 직원'이 된다고 한다. 아이디오가 새로운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받으면 그에 맞는 최적의 팀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듯이, 스타트업 팀을 하나의 프로젝트 팀으로 보고 이들이 사무실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이를 On-demand consultant라고 부른다. 참여자들은 '뭔가 구조화된 접근'을 기대하게 되지만 결국 얻게 되는건 'DNA transfer'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아이디오는 그 대가로 스타트업의 주식을 얻게 된다. 주식의 비중은 스타트업의 성장 상태에 따라 다르다.
http://www.fastcodesign.com/1670261/ideo-launches-a-start-up-incubator-but-dont-call-it-an-incubator
2014년 11월에는 보스턴 사무실에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PillPack가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Cooper
쿠퍼의 경우는 다소 조용하다.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홍보는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성공 사례도 많고, 이들 또한 매우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0plus는 healthcare 분야의 데이터 분석가인 Chris Hogg가 2011년 설립한 스타트업인데, 처음 쿠퍼를 찾았을 때는 매우 모호한 개념만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쿠퍼와 함께 우선 간단한 프로토타입만 만들어 보기로 했는데, 쿠퍼가 사용자들의 핵심 문제를 짚어 내고 그 개념을 완성하자 앱 개발까지 맡겨 10주만에 '냅킨'상태의 컨셉에서 앱을 완성하게 되었다.
이 앱은 healthcare 분야에서 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결국 이 회사는 2013년 Practice Fusion에 인수되었다.
http://www.cooper.com/work/100-plus
이것이 인연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쿠퍼는 이후 Practice Fusion과의 협업을 이어갔다. Practice Fusion은 Free, web based, cloud based, patient record system, 혹은 EHR (electronic healthcare record)를 만드는 회사이다. (이미 상당히 투자를 많이 받은 스타트업이다) 쿠퍼는 매우 밀접한 협업을 통해 함께 의사를 만나고 분석하여 매우 성공적인 새 제품을 디자인하게 되었다.
http://www.cooper.com/work/practice-fusion
현재 프랙티스 퓨전의 디자인팀은 매우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함께 프로젝트 했던 프로그Frog와 쿠퍼의 디자이너들로서, 직원을 빼 간 것이 아니라, 프로그/쿠퍼와 합의하에 직원을 데려온 것이고, 이 디자인팀 직원들은 모두 스톡옵션을 받았다고 한다. 프로그/쿠퍼 회사 차원에서는 어떤 혜택을 주었는지 매우 궁금하지만 이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쿠퍼의 Showcase에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리스트되어 있다.
TaskRabbit(심부름앱), Augmedix (구글 글래스 활용 healthcare), Chefs Feed (전문가 음식 추천), 등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1-2개 빼 놓고는) 모두 스타트업과의 협업 내용이다.
Frog
프로그도 활발히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2014년 초에 만들어진 Venture Design팀은 지금까지 스타트업과 직접 협업할 뿐만 아니라, 벤쳐캐피탈, 엑셀러레이터, 기타 다른 스타트업과 협업을 해 왔다. 2015년 1월 프로그는, 이 팀의 리더로 VP급의 Ethan Imboden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위의 프랙티스 퓨전의 경우 외에도, 이러한 활동의 일부로 보인다.
Award-Winning Designer & Entrepreneur ETHAN IMBODEN Joins FROG As Head of Venture Design
구글이 지원하는 "30주 (30 Weeks)"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10곳의 리더를 선택해 학생들이 30주간 그 곳에 머물면서 혁신적인 내용을 공부하는 것인데, 프로그도 그 10곳 중 하나로 참여하였다.
frog Helps Transform Designers into Founders
우리나라 광고회사도
참고로, 우리나라 광고 업계도 창업 지원 및 광고주의 제품 개발 참여를 한다고 한다.
제일기획은 올초 신사업 전담 조직인 ‘비욘드 제일’ 본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했다. 유망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 등 광고 이외의 신사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미국 매키니, 중국 브라보, 영국 아이리스 등을 잇따라 인수해 디지털 마케팅 분야도 강화했다. 이노션은 CJ E&M, NEW, 인터파크 등과 문화콘텐츠투자조합을 결성해 영화, 뮤지컬, 콘서트 등에 대한 직접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HS애드는 광고주의 제품 개발에까지 참여하는 ‘오버 더 레인보우’ 사업부를 신설했고, TBWA코리아는 기존 광고 제작팀과 디지털 마케팅 부서를 통합했다. 2015.2.4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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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자인 에이전시에게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디자인 에이전시가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일반적인 대기업과의 협업과는 많이 다르다.
1. 정해진 금액이 아니라, 디자인 에이전시가 하는 역할 만큼,그리고 성공만큼 보상 받는다. 기존 대기업과의 프로젝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어 사업을 크게 성공시키더라도 에이전시에게는 원래 주어진 돈만 받고 끝나는 관계로 많이 아쉬워 했던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물론 실패하면 돈을 못 받게 되는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2. 더 깊숙히 의사 결정에 관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많은 정책과 규칙이 정해져 있고, 임원들이나 정치적인 입김에 의해 얼토당토않게 결정되고 번복되는 일이 잦은 대기업과는 달리, 디자인 에이전시가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에 그것을 결정할 역량이 없거나, 지분을 갖고 있다는 파트너쉽의 형태가 그렇게 만든다. 너무 결정권이 전적으로 주어져서 겁이 날 정도다.
3. 일회에 걸친 혁신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개선시키는 린 혹은 애자일 프로세스를 적용할 수 있다. 즉 반복해서 성과를 확인하고 그것을 개선하는 즐거움을 얻게 된다. (물론 실패하면 괴로움은 더 크다)
4. 즉시 즉시 반응을 보기 때문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은 더 빨리 배우고 성장하게 된다. (물론 초급 디자이너들이 투입되면 성장은 커녕 실컷 헤메다가 나오기 십상이다)
물론 단점도 많다. 다른 투자 회사들과 달리 에이전시는 투자가 전문이 아니므로, 섣불리 아이템만 보고 덤벼들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피엑스디도 그렇게 몇 번 실패했다. 또 에이전시 디자이너들은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완성되지 않은 디자인은 동료들에게도 보여주기 싫어하는 디자이너의 속성이 있는데 그걸 동료도 아니고, 클라이언트도 아니고 최종 소비자에게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린 스프린트 몇 번 돌다보면 디자인은 완전히 누더기 걸레가 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에이전시 입장에서도 1-2명 투입되는 작은 프로젝트를 운용하는 것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초급이 아닌 어느 정도 숙련된 인력을 투입해야한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이들은 적어도 4-5명을 데리고 PM을 해야할 사람들인데, 혼자서 작업을 하니 손해가 클 수 밖에 없다. 손해가 크더라도 숙련된 디자이너들을 넣자니 이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변화를 받아들일 것 같은 신입을 넣자니 이들은 미숙하고 성장도 못 한다. 이것이 딜레마다.
다음 글에서는 디자인 에이전시 말고, 또 스타트업에서 디자인에 관해 겪는 어려움과, 이를 도와주는 어떤 활동들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참고##디자인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