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단순한 디자인이 성공한다 Simple and Usable

2013. 1. 3. 07:26리뷰
이 재용

단순한 디자인이 성공한다 Simple and Usable
-탁월한 서비스와 제품을 만드는 85가지 단순함의 법칙
자일스 콜본 지음 | yuna 옮김

이 책은 누구나 원하는 단순함이 쉽게 만들어 질 수 없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단순함의 핵심이 제어에 관한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단순함을 이루기 위한 네 가지 전략으로서 제거,조직화,숨기기 및 이전을 제시한다.

단순함이 중요하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듯 하다. 하지만 모든 단순한 제품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복잡한 제품이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무엇이 단순함이냐, 그리고 단순함을 어떻게 이루느냐가 중요하다. 제목만 보면 초보자조차 모두 아는 내용에 대해 설명한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을 읽어 보면, 가장 숙련된 사람조차 배울 것이 있는, 혹은 적어도 자신이 암묵적으로 느껴왔던 것을 정리된 글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단순함은 제어에 관한 문제
우선 단순함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단순함은 제어에 관한 문제다. p26

많은 경우 단순하게 만들라고 하면, 정말 단순하게 '제거'만 생각한다. 그러나 복잡한 세상에서 억지로 만들어진 단순함은 사용자가 자기 마음대로 조작하고 싶은 욕구를 막는다. 그래서 실패한다.

첫째, 사용자는 자신이 사용 중인 기술을 제어하고 있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 이 제어한다는 느낌을 디자인이 방해해서는 안된다. p26
둘째로, 사용자는 스스로의 삶을 제어하고 있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감성적 니즈다. p26

내가 무언가 단순한 것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다시 한 번 '사용자의 관점에서 제어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꽤 의미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쉽고 단순하게 만들어야한다는 말은 항상 무조건적인 진리로로 느껴지지만, 우리는 바보들을 위해서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다. 복잡한 문제는 복잡하게 들어나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단순함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과 사용자의 조작감을 살린 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단순화해야한다는 의미다. 신경써야할 것도 못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네 가지 전략
그래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단순화의 네 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제거: 기기의 본질적인 부분만 남기고 모든 불필요한 버튼들을 제거한다.
조직화: 좀더 이해하기 쉽게 버튼들을 그룹화해 배열한다.
숨기기: 가장 중요한 버튼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덮개 아래 숨겨 사용자의 주의를 흩뜨리지 않게 한다.
이전: 몇 개의 기본적인 기능만 있는 아주 단순한 리모콘을 만들고 나머지는 TV화면의 메뉴에서 제어함으로써, 리모콘의 복잡성을 TV로 이전하는 것이다. P72

물론 말은 쉽지만 실제 해 보면 간단한 결정들은 아니다. 제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이 핵심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제대로 된 사용자 모델, 퍼소나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단순히 없앨 때 또 주의할 것이 똑똑한 디폴트 값을 정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도 퍼소나가 필수적이다.

조직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에 따라 조직화하느냐, 즉 조직화의 기준이다. 제일 의미있는 것은 사용자의 행동 패턴일테고, 이외에도 카테고리나 알파벳, 시간이나 공간에 따라 나눌 수도 있다. 컬러 코딩에서 사람들이 흔히하는 실수는, 실제 사용자들은 잘 나누지 못하는데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다.

숨기기는 사실 제거와 비슷한데, 그래도 제거해버리지 않고 숨겨야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주 쓰지 않지만 필요한 것들'이다. 상세 설정 같은 부분. 그런데 여기에서도 많은 초보 디자이너들이 하는 오류가, 잘 판단이 안 서면 바로 "설정에 넣어버리는 것"으로 결정하는 오류이다. 결정은 디자이너가 해야한다. 사용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아주 가끔 바꿀 필요가 있는 것들을 숨겨야지, 디자이너가 결정 못 한 것들을 숨겨서는 안된다. 그래서 숨기기는 가장 마지막 전략이 되어야 한다. 변형하면 점진적 노출(progressive disclosure, p158)이나 단계적 노출(staged disclosure, p160)이 있고, 숨겼을 때 제일 크게 신경써야 할 것은 어떻게 숨긴 것을 알릴 것인가(암시와 단서)이다. 설정 숨기기에 관해서는 無異의 글(모바일 앱 설정 UI 가이드)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전(p172)은 일종의 속임수다. 하지만 제일 훌륭한 전략이다. 여기 있어야 할 것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사용자가 해야할 것을 시스템이 해 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기기간(pp174), 모바일에서 데스크탑(p176), 혹은 사용자에게(p178) 이전하는 것이다.

복잡성의 보존
복잡성을 줄인다면 제어감을 잃을 것이다. 세상은 복잡하고, 복잡한 것은 복잡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단순한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이것을 어떻게 단순하게 만들까?"가 아니라 "복잡함을 어디로 옮겨야 할까?"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다.
단순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복잡성을 적절한 곳으로 옮겨서 매순간이 단순하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p192)

이 책은 그냥 수루룩 읽으면 거의 남는 것이 없을 것이고 (그럴 바엔 이 독후감이 더 실용적이다), 85가지나 되는 전략을 하나씩 실습해가면서 스터디한다면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놀랄만한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 같다.

-----------------
기타 인용구

P36 단순함에 관해 이야기할 때 사용자를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전문가(expert), 자발적 수용자(willing adopter) 그리고 주류(mainstreamer).

P38 대부분의 기업이 전문가 고객의 의견을 듣는 데 지나치게 시간을 소비한다. 전문가 고객은 열성팬이며, 제공되는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의견도 많고 고집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 고객은 대표 고객이 아니며, 그들의 평가는 한쪽으로 치우쳥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주류 고객이 겪는 문제점을 경험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들은 주류 고객이 신경쓰지 않는 것들을 요구한다. 아이팟이 발표되었을 당시 (전문가와 열성팬들에 의해 운영되던 블로그인) 슬래쉬닷의 반응 중 하나는 "라디오도 없다, 노매드보다 저장 공간도 작다. 시시하다"

2010/05/17 - [책 리뷰] - 단순함의 법칙 (The laws of simplicity) 존 마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