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산책 3] 상식 밖의 경제학

2013.04.08 00:02리뷰
by 마음경험

'심리학 산책'은 UX 디자이너를 위해 심리학 책들을 총 10회에 걸쳐서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연재 의도와 전체 책 목록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연재 소개] UX 디자이너가 읽어야할 심리학 책 10가지

상식 밖의 경제학
: 이제 상식에 기초한 경제학은 버려라!
- 댄 애리얼리 지음 / 장석훈 옮김

Predictably Irrational: The Hidden Forces That Shape Our Decisions
- by Dan Ariely


상식 & 경제학 & 심리학

제목을 보면 이 책은 당연히 '경제학' 서적입니다. 그런데 그 앞의 수식어가 '상식 밖'이네요. 어떤 면에서 상식 밖일까요?  여러분이 경제학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상식은 무엇인가요?

각자가 생각하는 경제학의 상식이 다르겠지만, 책의 제목이 이야기하는 '상식'은 전통적인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표준 경제학에서는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라고 전제한다. 즉, 인간이란 스스로 내릴 결정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 앞에 놓인 여러 선택 사항의 가치를 충분히 따져볼 수도 있고, 각 선택이 미칠 결과를 가늠하는데 인식론적으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논리적이며 분별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p.327)
경제학은 이런 기반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제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 전제에 반하는 연구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사실, 인간이 항상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인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경제학의 전제를 부정하고 새로운 전제를 가진 경제학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입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얼토당토 않은 영향을 잘 받는 존재라고 본다. 뿐만 아니라 개연성 없는 감정과 근시안적 생각 등 여러 형태의 비이성적 행동을 곧잘 저지른다고 본다. (p.329)
이 책의 저자인 댄 에리얼리가 직접 강연하는 동영상을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직접 들어보시면 이해가 훨씬 쉬우실 겁니다.
http://www.ted.com/talks/view/lang/ko//id/548

그런데, 인간이 그렇게 비이성적인 존재라면 어떻게 학문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될까요? 합리적 이성의 존재는 논리적 접근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비이성적이고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에 대해서도 체계적 접근이 가능할까요? 여기에 바로 인간 심리의 비밀이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비이성적인 행동은 우발적이라든가 막연하지 않다. 그것은 체계적이며 예측가능하다. 우리 뇌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작동이 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똑같은 형태의 실수를 거듭 반복하게 마련이다. (p.327~328)
'비이성적'이라는 말과 '체계적', '예측가능'이라는 말은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습니다. 비이성적인 행동에도 어떤 일관된 경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체계적 경향성 덕분에 행동경제학은 경제학 분야의 학문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가 'predictably irrational'입니다. 비이성적인 행동의 경향성을 강조하는 제목이었습니다. 한국어판 제목에서는 그런 핵심이 빠져서 아쉽네요.

행동경제학은 몇 년전부터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대중 서적도 많이 나와 있고, 이 블로그에서도 4번에 걸쳐서 관련 책과 그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과 UX] 1. 행동경제학_경제를 움직이는 인간 심리의 모든 것
[행동경제학과 UX] 2.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행동경제학과 UX] 3. 당근과 채찍_목표로 유인하는 강력한 행동전략
[행동경제학과 UX] 4. 스위치_손쉽게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동설계의 힘

위 글 중 첫 번째에서 소개한 책을 보시면 행동경제학의 기본적 이론들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경제 활동에 영향을 주는 심리

'상식 밖의 경제학'은 행동경제학 자체를 설명한다기보다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본 인간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제학적 상황에서의 심리학'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어떤 내용들을 다루는지 살펴볼까요? 아래는 이 책의 목차입니다. 괄호 안은 제가 덧붙인 것입니다.

1. 사람들은 비교를 좋아해
2. 모든 것은 첫 인상에서 결정된다.
3. 공짜가 제일 비싸다
4. 돈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들 (사회 규범과 시장 규칙)
5. 내 안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다루는 방법 (충동)
6. 우리가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 (미루는 습관과 자기 절제)
7. 추억까지 함께 팝니다. (소유 의식)
8.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어. (상실감)
9. 고정 관념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
10. 병도 고치는 마음의 힘 (플라시보 효과)
11. 우리의 정직함에 대하여
12. 돈이 있고 없고의 차이 (현금과 부정행위)
13. 맥주와 공짜 점심

각 장에는 온갖 사례들이 들어 있습니다. 심리학적인 실험 사례들이 아주 많은데, 상당수는 저자가 직접 수행한 것이라 더욱 생생하고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험뿐만 아니라 현실의 사례도 설명해서, 실험이 현실의 문제에까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례 중심이라도 행동경제학의 중요한 개념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전문적인 학술 용어 대신 일상 용어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두 번째는 얻을 것보다 잃어버릴 것에 대해 더 집착하는 습성이다. (p.193)
이것을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하는데, 행동경제학의 핵심 이론 중의 하나입니다. 원래는 상당히 정량적으로 구체화된 이론으로서 다른 책에서는 보통 그래프까지 동원해서 설명하는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아주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프도 없이요! 그래서 수량적 설명이나 그래프가 골치아프게 느끼시는 분들도 쉽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비합리성의 극복

행동경제학은 경제적 상황 속에서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비합리성을 극복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이런 오류에서 개선의 여지도 생긴다.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예외 없이 일정한 패턴의 오류들을 범한다고 한다면,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새로운 전략과 도구, 방법을 계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p.330)
혹은 이와 같은 인간 고유의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p.333)
사람의 행동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UX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과 만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에도 행동경제학의 원리, 행동경제학에 포함된 심리학이 적용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윤리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요?
사람들이 50센트짜리 아스피린보다 1페니짜리 아스피린이 효과가 덜하다고 느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람들의 그런 비이성적인 행위를 방관하여 건강관리 비용부담을 늘릴 것인가? 아니면 약이 비쌀수록 플라시보 효과가 나는 것을 무시하고, 사람들에게 값싼 의약품을 구하도록 요구할 것인가? (p.265)
때로 우리는 자기파괴적인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규칙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견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p.172~173)
쉽지 않은 문제이기는 한데, UX/서비스 디자이너라면 해야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는데요, 저자가 내놓는 절충안은 참고해 볼만 합니다.
바람직한 절충안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순서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런 방법은 명령을 내리는 방식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을지 몰라도 바른 길을 가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 (p.170~171)
건강검진 마감일을 사람들이 정하도록 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벌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독재주의와 방임주의 사이의 절충안이 될 수도 있다.  (p.173)

UX 디자이너에게

우리들에게 행동경제학은 아주 중요한 지식과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심리학 책들은 디자인의 간접적인 바탕을 만들어 주는 내용들이라면, 이 분야는 직접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심리에 대해 한 단계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행동경제학을 아직 접하지 않으셨다면 이 책으로 우선 시작해 보세요. 출퇴근 길이나 어디서는 잠시 시간이 있을 때 틈틈히 읽다보면 어느 새 빠져들게 될 테니까요.

[참고##심리학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