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위한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도구 제작 과정

2015. 3. 17. 07:50UX 가벼운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디자인 사고 도구의 제작 배경


‘초중고 학생들에게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를 가르쳐보자’ 라는 목표로 pxd내에서 디자인 사고 교육팀이 결성되었습니다. 디자인 사고를 배울 수 있다면 학생들이 획일적 정답 맞추기식 교육을 넘어, 일상의 주변에서 풍부한 문제 해결 방식의 사고를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하는 무대를 제공할 수 있을까?’, ‘게임처럼 만들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지 않을까?’ 팀내에서 고민한 결과, 보드게임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디자인 사고를 알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강의 방식으로 디자인사고를 배우기 보다는,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볼 수 있는 도구를 제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디자인사고


디자인 사고의 핵심은 반복(Iteration)에 있습니다. 위 그림과 같이 공감하기(Empathize)와 새로운 생각하기(Ideate), 만들어보기(Prototype)를 빠르게 반복합니다. 여러차례 반복을 통해 점점 나은 결과물로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이지요.
디자인 사고를 실행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직관을 통해 하나의 문제를 짚어 냅니다. 그 후 그 문제가 실제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되는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Empathize). 그리고 인터뷰한 내용이 얼마나 중요하고 개선이 필요한 문제인지 논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또한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를 도출하는 등의 정리단계를 거칩니다. 그리고 우선순위가 높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같이 아이디어를 제시해봅니다(Ideate). 이렇게 나온 아이디어들 중 하나를 골라 구체적으로 만들어 봅니다.(Prototype).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물어봅니다. 받은 피드백을 통해 아이디에이션을 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결국 문제의 핵심을 해결한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사고방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척척 인터뷰 보드’ 도구 제작 과정


초중고 학생들에게 디자인사고를 즐겁게 습득할 수 있는 도구를 선물하고 싶었고 이 역시 디자인 사고를 통하며 발전시켰습니다.

1. 단계별로 정리하여 ‘박스' 안에 넣어본 첫번째 프로토타입


Prototype: ver.1 macbook box - Designed by 김현동, 이가현
인터뷰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하여, 박스 안에 부직포 파우치 3개로 이루어진 인터뷰 툴킷을 넣었습니다. 3개의 파우치는 [인터뷰 준비하기] - [인터뷰 하기] - [인터뷰 정리하기]로 나뉘는 데, 그 안에 각각의 내용에 해당하는 종이들이 들어 있습니다. 순서에 따라 파우치에서 종이를 꺼내 인터뷰를 진행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피드백(Empathize) :
“실제 프로젝트의 인터뷰에 적용해도 문제가 없겠네요."
"단계를 나눈 것 때문에 인터뷰 방식이 복잡하게 느껴져요!"
“기존의 디자인 전문 회사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종이(template)형식은 식상해 보입니다."
"박스가 커서 휴대하기 불편합니다."

다시 생각해보기(Ideate) :
- 다른 소재들 아이데이션.
- 패키징을 좀더 작고 가볍게 해야 함.
- 단계를 나누는 것은 체계적인 인터뷰를 위해 크게 수정하지 않음.


2. 소재 자체에 재미요소를 도입하기 시작한 두번째 프로토타입


Prototype: ver.2 - Designed by 김현동, 이가현
첫번째 프로토타입에서 얻은 피드백과 판단을 바탕으로 도구의 내용과 함께 친근감을 주는 소재와 형태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아래의 이미지와 같이, 박스의 덮개 부분에 자석을 부착하기도 하고, 인터뷰 결과를 정리하는 '유저 보이스차트'를 게임보드처럼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쉽고 빠르게 반복할 수 있는 디자인사고의 핵심을 아직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피드백이 많아 퍼소나의 요구사항을 다시 한번 살펴보며 개선을 해나아갔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피드백(Empathize) :
“여전히 단계의 복잡함 때문에 여러번 해보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스형태가 아닌 파일형식이라도 여전히 크게 느껴집니다."

다시 생각해보기(Ideate) :
- 디자인 사고의 핵심인 빠르게 반복하기가 가능한 방식 고안
- 사용할 사람의 요구사항들을 충족시켜줄 방식 재구상
-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여 적절한 질문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가설에 대한 고민
- 포스트잇에 그림을 그려서 그것으로부터 질문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가설에 대한 고민


3. 단계를 간략화한 세번째 프로토타입


Prototype ver.3 - Designed by 김현동, 이가현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버전입니다. 이전에는 인터뷰의 과정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번에는 인터뷰 자체에 초점을 맞춰 인터뷰할 질문들을 간단히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두었습니다. 구성요소에는 질문 생성 보드, 진행자 노트, 그리고 관찰자 노트로 이루어지는데, 질문생성보드를 통해 질문들을 생성하고, 진행자 노트와 관찰자 노트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질문 생성 보드에서는 포스트잇에 그림을 그려 그것으로부터 질문들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이용해 진행자가 인터뷰를 주도하고, 관찰자는 인터뷰 내용을 관찰자 노트에 상세히 기록하면서 진행자를 도와줍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피드백(Empathize) :
"진행자 노트에서 질문 자석을 인터뷰이에게 보여주는 용도 보다는, 질문을 구성하는 용도로 쓰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보기(Ideate) :
- 자석의 용도 변경 (인터뷰이에게 질문을 보여주는 용도에서 질문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변경)


4. 처음의 생각으로 다시 돌아간 네번째 프로토타입


Prototype ver.4 - Designed by 김현동, 김서은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느라 한동안 툴킷 작업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나름 재미있는 소재였던 종이자석 사용방식을 버리고 나선형의 아이디어 보드판을 새로운 요소로 하여 재미를 가미하려고 했습니다. 이 보드판을 통해 파트너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함께 칸을 채워 나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피드백(Empathize) :
"보드게임 형식으로 재미를 주는 것은 좋으나 종이라는 소재 때문에 여전히 식상한 느낌이다."

다시 생각해보기(Ideate):
- 인터뷰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나머지 과정을 제거.
- 쉽고 빠르게 질문 구성을 할 수 있도록 설계.


5. 인터뷰를 실행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다섯번째 프로토타입


Prototype ver.5 - Designed by 김현동, 김서은
자석종이를 활용한 인터뷰 가이드북을 제작했습니다. 파란색 동그라미 자석 위에는 기둥질문을 쓸 수 있고 붉은색 네모 자석에는 가지질문들이 적혀 있습니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자석종이에는 사용자가 질문을 직접 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인터뷰가 이전보다 훨씬 쉬워져 원활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종이로 된 도구보다 흥미를 가지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피드백(Empathize) :
"기둥질문(단어)에서 바로 가지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기 쉽지 않다."
"빈 칸 가지질문의 용도를 직관적으로 알기 힘들다"

다시 생각해보기(Ideate) : - 기둥질문 자석에 핵심 단어만 넣어도 문장이 만들어지도록 장치. - 빈 칸 가지질문의 용도를 쉽게 파악하도록 보완.


6. 개선된 여섯번째 프로토타입


Prototype ver.6 : 척척 인터뷰 가이드2 - Designed by 김현동, 김서은
자석판 대신에 가벼운 얇은 철판을 이용해 무게를 줄였습니다. 기둥자석의 형태를 직사각형으로 바꿔서 가운데 원의 빈칸에 기둥질문의 주제가 되는 단어를 쓰도록 했습니다. 그 아래에 ‘-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문구를 넣어, 질문을 쉽고 빠르게 하도록 해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피드백(Empathize) :
"이전의 프로토타입보다 무게가 상당히 가벼워 지고 두께도 얇아져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제본방식을 개선했으면 좋겠다."
"보드마카 지우개 역할을 할 것이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레이블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다시 생각해보기(Ideate) :
- 제본 테이프 사용.
- 자석이 붙은 작은 보드마카 지우개 추가.
- 레이블 변경


7. 제본방식을 바꾼 일곱번째 프로토타입


Prototype ver.7 척척인터뷰 - Designed by 김현동, 김서은
실물 크기로 만들기 전 Mini Prototype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제본 테이프를 이용해서 고리를 없애 심플하게 제작하였습니다. 디자인사고를 교육하는 외부 워크샵을 대비하여 ‘척척인터뷰’ 툴킷 프로토타입으로 사내 직원 11명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UX 전문가들에게 듣는 피드백은 다음 단계로 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피드백(Empathize) :
"화이트보드여야 하는 이유에 납득하기 힘들다."
"북 타입으로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가지질문들이 경험을 묻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인터뷰할 때 정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메모를 할 칸이 필요하다."
"기둥질문에 가지질문들을 구성하는 것보다는 질문들의 순서를 정하는 것에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기(Ideate) :
- 소모품인 포스트잇보다는 '반복'에 더 적합한 자석 소재 유지.
- 학생들이 쓸 수 있는 교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성에 재미가 있는 화이트보드판과 자석으로 제작.
- 펼치는 양면 형식 대신에 한 판으로 변경.
- 경험을 묻는 내용을 ‘문제인지 아닌지’ 검증할 수 있는 내용들로 변경.
- 메모칸 구성.
- '질문의 구성'보다는 ‘질문의 순서’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흐름을 유도하는 시각 요소 배치.


8. 마지막 프로토타입


Prototype ver.8 척척 인터뷰 보드 - Designed by 김현동, 김서은
프로토타입 테스트 이후에 개선된 ‘척척 인터뷰 보드’ 입니다. 그 동안 고수해오던 Book형식을 단일 보드판으로 변경한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자석들을 이용하여 인터뷰 질문 순서를 구성할 수 있고, 오른쪽 메모칸을 통해 인터뷰 도중 메모가 가능합니다. 뒷판에는 아이디에이션을 할 때 'Mild Wild’를 하거나,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는 6칸으로 나뉘어진 보드판을 제공합니다.

DT의 방법으로 오랜기간 이터레이션을 하며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이 실제 워크샵에서 쓰이는 것을 보며 뿌듯했습니다. 아직 완벽한 툴킷이 아니어서 이후에도 반복적인 개선작업을 해야겠지만, 지금의 툴킷으로도 DT의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피드백(Empathize) : "크기도 작아지고 한 판이어서 휴대하기 편해진 것 같다." "사용을 위해 구조에 대한 사전 설명이 필요하다."

다시 생각해보기(Ideate);:
- 자석들을 보관할 수 있는 방법 고안. - 좀더 직관적이거나 간단한 가이드 라인 필요.


덧붙이는 말


'어떻게 하면 초중고 학생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장할 수 있을까’에서 교육팀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사의 ‘가르침’이 아닌 그들이 주도적으로 ‘배움’의 맛을 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 저희의 바람이었습니다. 그 바램을 이루기 위해 여러번 시도해봤지만 교육 현장을 바꾸기에는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원대한 목표를 포기하기 보다는 먼저 주변에 있는 사람들부터 디자인사고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희가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피엑스디 동료들과 직장인, 대학생 그리고 교사들을 대상으로한 도구들을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궁극의 바람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는 경험이었습니다.
많은 생각과 인터뷰,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선별하고 적용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매순간 '해결할 가치있는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초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디자인 사고의 장점은 무엇이 문제인지 빠르게 찾아내고 그것을 점점 더 날카롭게 개선해나가는 점진적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결과물이 점차 유용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사고는 세상에 없던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데 적합한 일상 속의 사고방식입니다. 단 하나의 빛나는 아이디어를 위해서 많은 고민과 ‘아니오’라는 대답이 필요했고, 그게 하나의 가치있는 ‘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사고는 실패를 낙담이나 두려움으로 연결시키지 않고, 배움으로 연결시켜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실패를 무기 삼아서 불확실성 속으로 뛰어들라!’라는 가치관을 Design Thinking으로 몸소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태도부터 변화시켜서 ‘지식’을 넘어 ‘행동’을 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냉혹한 평가’를 넘어 ‘실질적 필요’로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참고##디자인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