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게임을 책으로 배웠어요 1편 - 게이미피케이션 & 라프코스터의 재미이론

2015. 6. 19. 07:50리뷰
알 수 없는 사용자

저는 줄곧 제가 게임을 싫어하고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 ‘바람의 나라’나 ‘퀴즈퀴즈’를 한 것 빼고는 ‘게임은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게임적인 사고와 기법을 활용해 유저를 몰입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라고 정의하는데, 제 머릿 속에는 그냥 ‘게임이 아닌 것을 게임처럼 재밌게 하기’ 정도의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나 LOL, WOW 같은 게임에는 아직도 여전히 흥미가 없지만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게임 기획에 숨어있는 원리를 알아가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게임을 책으로 공부해보고 있습니다. 저같은 분이 있을까 하여, 제가 읽은 게임 관련 책 4권 중 저에게 인상깊었던 문장들을 정리하는 형식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이번 편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 : 웹과 모바일 앱에 게임 기법 불어넣기'와 '라프코스터의 재미이론' 입니다.

게임을 책으로 배웠어요 1편 - 게이미피케이션 & 라프코스터의 재미이론
게임을 책으로 배웠어요 2편 - 누구나 게임을 한다 & 노력금지


게이미피케이션 : 웹과 모바일에 게임 기법 불어넣기

게이브 지커맨, 크리스토퍼 커닝햄 지음(2012)
Gamification by Design


간단 독후감

 이 책은 ‘게이미피케이션’의 기본 개념과 게이미피케이션을 위해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 게임 요소를 파악하기에 좋은 책이다. 다만 이 책의 논리를 비판적 시각으로 따라가라는 옮긴이의 말이 책을 읽을수록 중요하게 다가온다. 책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을 "게임적인 사고와 기법을 활용해 유저를 몰입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게임적인 사고와 기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우선 ‘게임적인 사고와 기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재미의 종류, 플레이어의 유형, 게임 기법(Mechanics)의 종류 등을 읽다보면 기존의 게임을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게임적인 사고와 기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상적인 내용

7p.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책이 주장하는 논리를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마세요. 게이미피케이션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당연히 여러 관점이 존재합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읽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소화하세요.""게이미피케이션은 분명 보물상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보물지도는 된다고 생각해요."

55p.
재미의 4가지 종류(니콜 라자로, 2004 - '왜 우리는 게임을 즐기는가')

어려운 재미 - 이기려고 애쓸 때 편안한 재미 - 시스템을 탐험하는데 주력할 때
변화의 재미 - 플레이어의 감정 상태를 바꿀 때
사회적인 재미 -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할 때

58p.
플레이어의 유형

탐험가형(50%) : 바깥세상에서 무언가를 갖고 돌아와 “내가 이것을 발견했노라”라고 외치기 좋아하는 유형. 경험 자체가 목표.
성취가형(40%) : 경쟁 지향적. 성취하기를 좋아함.
사교가형(80%) : 사교적 활동을 목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 게임은 사교적 활동을 위한 배경이자 촉매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지는 않음.
도살자형(20%) : 이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함. 성취가형과 다른 점은 자신이 이기는 것만큼 다른 사람이 패배하는 것이 무척 중요.

(한 사람이 다양한 플레이어의 유형을 섞어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율의 합이 100%가 아닙니다)

76p.
MDA 프레임워크 :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게임 디자인 프레임워크

M(Mechanics) : 기법. 게임의 기능적 요소 담당. 핵심적으로 디자이너가 게임속에 포함된 각종 장치를 조정하고 플레이어의 행동을 유도하는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줌.
D(Dynamics) : 역학. 플레이어가 기법과 상호작용하는 것.
A(Aesthetics) : 미학.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받는 느낌. 기법과 역학이 혼합되어 상호작용하며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 


<게임 기법 자세히 들여다보기>

1. 패턴인식 136p
“플레이어는 주변 세계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의미와 구성 요소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알아내려고 합니다. … 일단 패턴이 드러나면 플렝어는 이에 기반해서 주변 세계를 나름대로 재배치합니다. 이러한 성과만으로도 플레이어는 보상받은 느낌을 갖게 되죠." 예) 기억게임(카드 뒤집어보고 기억해서 짝찾기), 같은 아이템조합하기(비쥬얼드Bejeweled같은 게임) 등

2. 수집 138~139p “수집은 인류의 가장 강력한 본능 중 하나"
수집 행위에 활용할 수 있는 게임 기법의 예
- 모을 수 있는 가상 물품
- 희귀성 : 물건이 가치있으려면 어느 정도 희귀해야 함
- 반환 : 특정시간에 활동해야 얻을 수 있음
- 무역 메커니즘 : 무역과 같은 복잡한 경제 시스템을 통해 유저가 정교한 수집 행위 하게 하기

3. 놀라움과 의외의 즐거움 140p
“우연한 즐거움을 서비스에 녹여낸다면 플레이어를 오랫동안 몰입시킬 수 있습니다."
예) 슬롯머신, 이스터에그, 포스퀘어의 더치백배지

4. 정리하고 질서잡기 142p
“많은 플레이어가 뭐든지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 시간/임무/처리량 관련 도전과제(다이너대시, 쇼콜라티에 같은 게임)

5. 선물하기 143p
“선물은 유대감을 표현하는 일상적인 행동이자 사교와 확산의 수단으로 쉽게 활용됩니다."

6. 집적대기와 로맨스 144p
“친근하고 매력적인 방법으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로맨스로 이어질 작은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
예) 쿡찌르기(페이스북), 매력도 평가 등

이외의 게임기법으로 성과 인정, 리더십, 명성 얻기와 주목받기, 영웅 되기, 지위 얻기, 육성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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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코스터의 재미 이론

라프코스터 지음(2005)
A theory of fun for game design by Raph Koster

간단 독후감

이 책은 게임의 ‘재미’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해 게임은 하나의 학습도구이며, 매체이며,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 전반부는 인지과학이나 심리학 등이 나오면서 ‘재미’에 대해 정교하게 파헤치고 책 후반부로 갈수록 게임이라는 매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애정을 듬뿍 담아 이야기한다. "게임이 진정으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야 한다.(188p)"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저자는 자신이 게임 디자이너로서 일하며 느낀 인간에 대한 통찰을 곳곳에 잘 심어놓았다.


인상적인 내용

32p.
"만약 누군가에게 많은 곡예사가 나오는 영화를 보여주면서 곡예사의 수를 세라고 하면, 그는 아마 곡예사들 뒤에 서있던 커다란 분홍색 고릴라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뇌는 관계가 없는 것을 잘라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최면 상태의 사람에게 무언가를 묘사하라고 요구하면, 그는 보통 때보다 사물이나 상황을 훨씬 더 자세히 묘사한다는 사실도 이미 알려져 있다.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인지한다."

"무언가에 대해 그려보라는 요구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실제 대상을 그리기보다는 그 대상에 대해 머리 속에 가지고 있는 일반화된 이미지를 그릴 가능성이 크다. 사실, 우리의 의식을 이용해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그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뇌는 우리가 실제의 세게를 보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33p.
"하나의 패턴을 파악하면, 우리는 보통 그 패턴에 싫증을 내고는, 이를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버린다."

51p.
"게임은 인식에 대한 것이며, 패턴을 분석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54p.
"게임의 재미는 숙달로부터 온다. 숙달은 이해로부터 온다.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것은 퍼즐을 푸는 행위 그 자체이다. 재미의 반대 개념은 ‘지루함’이다. 게임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을 때, 우리는 지루함을 느낀다. 지루함은 두뇌가 새로운 정보를 원한다는 신호로써 흡수할 새로운 패턴이 없을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75p.
"도둑잡기 놀이에서 소꿉놀이에 이르기까지, 놀이는 인생을 살아가는 기술을 배우기 위한 것이다."

102p.
"게임은 이야기보다 ‘숙달과 관련된 감정’을 더 잘 표현한다. 이야기도 물론 그런 것을 표현할 수는 있다. 애초에 게임을 통해 이야기가 가장 잘 전달하는 감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다. 오히려 이야기가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재미를 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더 적절할 것이다."

110p.
"즉 재미는 ‘맥락적’이다. 그래서 어떤 활동에 참가하는 ‘이유’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학교를 진지하게 생각하면 학교는 재미없는 곳이 된다. 학교를 연습이 아니라 실전의 공간으로 여긴다면 성적의 높고 낮음, 사회적 지위 및 입는 옷에 따라 주류 집단에 속할지 아니면 가장자리에 앉게 될 지가 결정될 것이다."

130p.
"우리는 누구나 권태로움을 싫어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것도 허용한다. 단, 게임이나 TV쇼와 같이 예측이 가능한 상자 안에서만 가능하다. ‘예측불가능성’이란 배워야 할 새로운 패턴을 의미하므로 우리에게 재미를 준다. 즉 우리는 재미를 위해서, 다시 말하면 배우기 위해서 ‘예측불가능성’을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 현실 속에서 이러한 것을 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이렇게 해서, 예측 불가능한 요소와 학습 경험을 묶어 위험이 전혀 없는 하나의 공간과 시간 속으로 옮겨 놓은 것이 바로 게임이다."

136p.
게임의 경험을 학습하는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능
- 다양한 피드백 시스템 : 대결의 결과가 완벽하게 예측가능하면 안된다. ex) 체스
- 기술의 숙달 문제 : 높은 수준에 이른 플레이어들이 쉬운 대결에서 얻는 것이 별로 없도록 해야 한다. (주워먹기, 양민학살 방지)
- 실패에 다른 대가 : 최소한의 기회 비용이든 그 이상이든 지불할 대가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 요소들을 살펴보면, 왜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게임들이 플레이어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겨루는 시합의 형태를 띠고 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60p.
"그렇다면 다른 매체에 비해 닫힌 형식 시스템인 게임은 결코 예술이 될 수 없다는 말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이는 단지 게임 디자이너가 게임을 가지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를-뭔가 큰 것, 뭔가 복잡한 것, 뭔가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 뭔가 정답이 하나가 아닌 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플레이어가 한번이 아니라 반복해서 게임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게임이 제시하는 갖가지 도전 과제에서 완전히 새로운 측면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게임도 예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88p.
"게임은 이제까지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게임은 주로 인간의 행동이 (대부분의 경우) 가장 노골적이고 원시적인 형태로 진열되는 무대의 역할을 담당했다.
 게임이 인간의 조건을 묘사하는 것과 인간의 조건이 게임 속에 존재한다는 것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후자는 학문적인 의미에서 흥미로울 수 있으나 놀라운 일은 아니다. 사실 인간의 조건은 어디서나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의 의도와 같이 우리는 인간과 게임간의 ‘관계’를 고찰함으로써 인간 내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이 진정으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야 한다."

226p.
"우리 아이들은 게임을 하면서 나를 거북하게 만드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 그러나 달걀을 깨지 않고 오믈렛을 만들 수는 없다.
 게임이라는 매체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게임의 경계를 넓혀 나가야 하며, 이것이 사람들을 거북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게임이 단지 오락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때로는 충격을 주고, 불쾌하게 만들고, 또는 뿌리 깊숙이 박힌 믿음을 위협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른 모든 매체가 그렇게 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참고##독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