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8. 07:30ㆍpxd 다이어리 & 소소한 이야기
미래의 자동차 산업은 누가 주도하게 될까?
무인 자동차, 전기 자동차, 그리고 서비스로서의 자동차(우버) 등 자동차의 미래를 보여주는 선명한 지표들이 나오면서, 이런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사실 어떤 특정 기업이 미래의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할 것 같다.
자동차의 본질을 이해한 회사가, 자동차의 미래를 주도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본질은 무엇일까? 당연히 현재의 자동차가 주는 본질적 가치는 'A 장소에서 B 장소까지 사람과 물건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계속 유지된다면 현재의 자동차 회사들이 미래를 주도하게 될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위 질문이 흥미로운 이유는, 아마도 자동차의 본질이 변할 것이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전화기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전화기란 멀리 떨어진 사람과 음성으로 소통하는 기계이다. 만약 이 본질이 계속 유지되었다면, 아마 전화기 회사가 여전히 전화기의 미래를 주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화기의 본질' 다시 말하면 '스마트폰의 본질'은 더 이상 음성 통화가 아니다. 이제 우리가 말하는 스마트폰은 항상 들고 다니는 컴퓨터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한 회사, 즉 컴퓨터를 잘 만들던 애플이 새로운 전화기의 미래를 좌우하고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역시 과거의 본질을 잘 이해했던 노키아 같은 회사는 망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본질이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해 보면, 어떤 회사가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지 예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무인 자동차의 완성에 의해 아마 운전을 하는 사람은 없어지고, 교통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수동으로 운전하는 자동차는 차츰 도로 진입이 제한되다가 마침내 금지될 것이다. 대로부터 흡연자를 몰아 내듯이, 고속도로와 도시의 도로부터 수동 운전자를 몰아 내서, 결국은 시골길까지 모든 수동 운전차를 몰아 낼 것이다. '운전사'라는 직업도, 신호등도 없어지고, 자동차 보험도 없어질 것이다. (혹은 전혀 다른 형태의 생산자 책임 보험이 될 것이다)
아주 어마어마한 부자들은 자기 자동차를 갖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운전 가능한 자동차는 극소량만 생산될 것이라, 그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겠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런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도로가 없기 때문에 실제 재벌 수준이 되어야 사람이 운전 가능한 자동차와 그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전용 트랙을 갖고 있어서 '의미 있는' 소유가 되지 않을까?
마치,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말을 소유하고, 말을 타고 다녔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더 적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말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 지금 말을 소유하고 있는 이른바 '마주 클럽'은 부의 상징처럼 다루어 지는 것처럼, 미래에는 아마 '차주 클럽'이 부를 상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기차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이런 상상도 하게 된다.
아마 우리의 아이들이 간혹 이런 대화를 하지 않을까?
아이1: 지난 주말에 '자동차'라는 걸 타 봤어!
아이2: 으익 그거 뒤에서 막 이상한 검은 연기 나오면서 다니는 거 아니야? 더럽지 않았어?
아이1: 냄새가 좀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운전하니까 너무 재미있던데?
아이2: 그런게 길에 막 돌아다니지 않으니까 천만 다행이다.
이 대화의 요즘 버전은 아마 이런 식일 것이다.
아이1: 지난 주말에 '말'을 타 봤어!
아이2: 으익 그거 뒤에서 막 똥 싸고 냄새 피우면서 다니지 않아?
아이1: 냄새는 나도, 직접 조종하니까 재미있던데?
아이2: 그런게 길에 막 돌아다니면서 똥 싸던 시절이 있었다는데, 그 시절 사람들이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다.
자동차는 소유의 개념이 없어지고, 필요할 때 빌려 쓰는 개념이 될 것이다. 물론,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좀 더 비싼 차를 대여하거나 아니면 무료 자동차를 빌릴 수 있을 것이다. 버스나 택시의 개념은 없어지고 그것을 대체하는 다른 교통 수단이 생기되 이름은 여전히 버스나 택시일 수도 있다.
서비스로서의 자동차에서는, 자동차를 누가 만들었느냐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사고가 날 것도 아니고, 주행에서 안정감의 차이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닐 것이다. 기술은 평준화 될 것이다. 책을 만드는 기술의 차이가 없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 책이 어느 인쇄소에서 만들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출판사만 중요할 뿐이다. 해외 여행갈 때, 우리는 '항공사'를 골라 타지 보잉을 탈지, 에어버스를 탈지 고민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미래 자동차의 '본질'은 무엇일까?
나는 '특정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미래 자동차의 본질이라고 본다. 물론 A에서 B로 이동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능하다. 마치, 컴퓨터가 스마트폰의 본질이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물론 전화는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장소를 이동하는 기술은 너무 보편화되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큰 차이도 나지 않는다면, 그 다음은 어쩔 수 없이 걸려야 하는 그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즐겁게 보내는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 보자. 어떤 기업이 이 일을 가장 잘 하는지. 애플이 전화기를 팔 거라는 상상을 하던 시절로 되돌아 가서 생각을 해 보자.
스타벅스.
아마 미래에는 내가 시간이 비어서 고정된 스타벅스에 가거나, 누군가를 만나러 고정된 스타벅스에 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을 차 한 잔 마시면서, 혹은 누군가와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움직이는 스타벅스"가 제공할 수 있다. (물론 A장소에서 B장소로 이동하는 건 덤이다)
예전 사람들은 다 집에서 손님과 함께 차를 마셨다. 그러나 현대에는 아주 부자가 아니라면 집에 그런 공간을 갖기 힘들다. 대신 우리는 언제라도 빌려 쓸 수 있는 멋진 스타벅스라는 공간을 시간제로 사용할 수 있다. 엉뚱하게도 음료를 사면 이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사업 모델이다. 스타벅스의 핵심은 '커피'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관한 문화라고 이해한다면, 이제 자동차도 그럴 것 같다. 아마 강남에서 '카푸치노'를 사면 종로에 내려줄 것이다. 황당하게도 음료를 사면 공간을 이동시켜주는 사업 모델이다.
'스타벅스에선 공부가 잘돼요'라는 말을 어른들이 들으면 시끄러운 찻집에서 공부를 한다니 하면서 혀를 차겠지만, 미래에는 '스타벅스 차에선 잠이 잘 와요'라면서 차를 타고 내리지 않는 젊은이들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걸 우리들이 이해 못할지 모른다.
어느 날 자동차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공상이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사진- 스타벅스 말차 라떼>
말, 차, 스타벅스.
우리는 이렇게 한 산업의 근본적인 본질이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그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고 자만하다간 노키아 같은 운명을 맞게 되고, 미래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애플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지, 그 본질이 바뀌는 미래를 이해하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공상은 공상일 뿐. 비난하지 말아 주시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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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 언급한 친환경차, 전기차, 자율주행 자동차는 우리 정부/업계에 따르면 2020년에 상용화될 계획이다. 아마 모든 차가 그렇게 변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대략 2025년 이전에는 위와 비슷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동차 교체 주기가 훨씬 길어서 더 오래 걸릴 거라는 예상도 있지만, 어떤 한 제품의 교체 주기는 그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 업계가 임의로 정한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2년마다 교체하면서 컴퓨터는 더 오래 사용하는 이유가 있던가?
[참고##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