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xtual Inquiry 방법론을 이용해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만들기
2015. 10. 21. 07:57ㆍUX 가벼운 이야기
pxd에서 진행하는 UX 프로젝트의 대상은 대부분 IT기기 - 모바일, 웹, 태블릿 - 등의 ‘화면’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UX 프로젝트의 범위가 꼭 이렇게 IT 기기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어떤 경험을 할까”라는 관점 아래 컨텍스추얼 인쿼리(Contextual Inquiry) 방법론을 주로 활용해 진행한 <어린이 놀이터 UX 프로젝트>는 IT 기기가 아닌 ‘놀이터’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다음 세대의 건강하고 창의적인 성장’을 미션으로 하는 벤처 기부(Venture Philanthropy) 펀드 C-program과 pxd가 공동 투자해 진행한 프로젝트로, 2014년 2월부터 7월까지 약 6개월간 진행되었습니다. 보안유지가 필수인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본 프로젝트는 산출물을 자세하게 공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컨텍스추얼 인쿼리를 진행하려는 분들께 참고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컨텍스추얼 인쿼리에 대해 추가적으로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한 추천 포스팅
- Contextual Inquiry 개념과 실무 노하우(1/2) http://story.pxd.co.kr/966
- Contextual Inquiry 개념과 실무 노하우(2/2) http://story.pxd.co.kr/967
본 프로젝트는 “최고의 놀이터 디자인은 무엇일까” 혹은 “놀이터가 아이들한테 무슨 도움이 될까”의 물음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질문은 어른들과 놀이터 디자이너의 시각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놀이터 사용자인 아이들의 관점에서 놀이터의 사용경험과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어떤 경험을 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아이들 중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놀이터가 주로 이용되는 12시부터 7시까지 놀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개략적으로 정리를 해본 ‘놀이터의 하루(A Day in the Playground)’입니다. 1) 12시부터 1시까지는 주로 어린이집 아이들이 놀이터를 이용하고, 2) 2시쯤이 되면 학원을 다니지 않는 초등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뛰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이후 3) 4시쯤이 되면 학원을 갔다 온 초등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두 시점에 초등학생들이 나타나고, 4) 세네시쯤 유모차 부대라고 할 수 있는 미취학 아동들이 부모님들과 함께 나타납니다. 관찰 결과에 따라 놀이터의 주된 이용자들을 어린이집, 미취학 아동, 그리고 초등학생으로 분류해, 이들이 놀이터를 찾는 시간대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방해요소를 고려한 놀이기구로는 ‘그물 놀이’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을 그물에 태우고 밀어주면서 누구나 쉽게 어울려 놀 수 있는 기구인데요. 그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역할이 정해지기 때문에, 취향이나 성격을 크게 타지 않으면서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바닥 놀이’입니다. 좀 더 명확한 규칙이 있다면 아이들은 충분히 잘 어울려 놀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 거리가 떨어지면, 바닥 놀이터 부근으로 가서 놀이를 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그룹을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혼자 놀러온 아이들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같이 노는 경험을 촉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슬그머니’라는 개념으로 표현해 보았는데요. 혼자 놀러온 아이가 다른 아이들 곁에 다가갈 구실을 만들어주는 밧줄 놀이 기구나, 자연스럽게 놀이 그룹에 낄 수 있게 하는 열린 언덕 공간이 '슬그머니'의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미끄럼틀이나 그네는 아이의 놀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움직이고, 가르쳐주고, 배울 수 있는 놀이시설이 필요합니다. 부모님과 아이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그네와, 어른들이 이용법을 더 잘 알아서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이용법을 물어보는 땅따먹기 바닥 그림이 그 예시입니다.
관찰한 결과, 놀이는 4단계를 거치는데요. 첫 번째는 혼자 나온 아이들이 앉아 있거나 떠돌고 있는 ‘대기’의 상태입니다. 그러다가 세네 명이 모여서 ‘놀이 그룹을 형성’합니다. 그룹이 이루어지면, 서로 ‘상호자극’을 하면서 무슨 놀이를 할 것인지 맞추어 나갑니다. 마지막으로 즐거운 놀이가 일어나고 이를 ‘Magic Circle’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Magic circle의 속성에 대해 더 설명해 드리면, 대다수의 놀이터 게임들은 ‘지옥, 천국, 감옥’ 등 특정한 공간이 지정되면서 진행됩니다. 즉, 적절한 놀이기구와 충분히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공간의 물리적 성격과 별개로 새로운 공간의 성격이 부여될 때, 게임이 형성되는 것이죠. 따라서 놀이터는 단순히 놀이터라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서 아이들의 ‘무대’가 됩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놀이터에 왔냐’고 물어보면 아이들이 대체로 ‘무언가 벌어질 거 같은 기대’, ‘의외의 것이 일어날 거 같은 기대’ 정도로 놀이터에 왔습니다. 바로 이러한 기대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들만의 연결과 상호자극의 결과로, 놀이터라는 공간에서 환상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지옥탈출’을 할 때 진짜 지옥이 생긴 것처럼 느끼고, ‘경찰과 도둑’을 할 때 내가 진짜 경찰이 되고 친구가 진짜 도둑이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 아이들은 몰입하면서 무대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경험을 갖는데요. 놀이터는 현실 세계와 상상의 세계가 접목되는 공간이며, 어른들의 목적이나 기대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만든 규칙이 지배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선생님이든, 기구든 무언가가 놀이터에서의 아이들의 사회적 형성을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죠.
아래 영상은 놀이터 프로젝트의 PM이었던 송영일 책임연구원이 지난 9월 초 광주에서 열린 '플레이어스 포럼'(다음 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놀이’의 중요성에 주목)에서 <어린이 놀이터 UX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한 강연입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어떤 경험을 할까”라는 관점 아래 컨텍스추얼 인쿼리(Contextual Inquiry) 방법론을 주로 활용해 진행한 <어린이 놀이터 UX 프로젝트>는 IT 기기가 아닌 ‘놀이터’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다음 세대의 건강하고 창의적인 성장’을 미션으로 하는 벤처 기부(Venture Philanthropy) 펀드 C-program과 pxd가 공동 투자해 진행한 프로젝트로, 2014년 2월부터 7월까지 약 6개월간 진행되었습니다. 보안유지가 필수인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본 프로젝트는 산출물을 자세하게 공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컨텍스추얼 인쿼리를 진행하려는 분들께 참고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컨텍스추얼 인쿼리 방법론이란?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공간과 맥락 속으로 들어가서 +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 공감을 통해 사용자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는 '정성적 조사’ 방법으로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주어진 공식에 따라 정량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컨텍스트(Context)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탄력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 열린 조사 방법이다.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공간과 맥락 속으로 들어가서 +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 공감을 통해 사용자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는 '정성적 조사’ 방법으로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주어진 공식에 따라 정량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컨텍스트(Context)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탄력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 열린 조사 방법이다.
*컨텍스추얼 인쿼리에 대해 추가적으로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한 추천 포스팅
- Contextual Inquiry 개념과 실무 노하우(1/2) http://story.pxd.co.kr/966
- Contextual Inquiry 개념과 실무 노하우(2/2) http://story.pxd.co.kr/967
6개월간의 리서치를 한 장의 그림에 담아내기
6개월간 100시간 이상 여러 곳의 놀이터를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학부모와 아이들을 한 시간 반이 넘게 10회 이상 인터뷰한 결과를 이 한 장의 장표로 정리해보았습니다. ‘6개월 동안 고생해서 만든 게 고작 이 한 장이야?’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하지만 이 한 장의 장표에는 하루 동안 어떤 사용자가 어느 시간대에 놀이터에 방문하는지(A Day in the Playground),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의 유형은 어떻게 나뉘는지, 아이들을 따라나온 부모에는 어떤 유형이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이 진짜 재미있어하는 놀이는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 결과들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컨텍스추얼 인쿼리가 위와 같은 산출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눈에 모든 컨텍스트와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는 큰 그림(지도, Map)은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전달력을 지닙니다.
그러면 이제 좀 더 자세히 프로젝트의 조사 및 진행 결과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본 놀이터
본 프로젝트는 “최고의 놀이터 디자인은 무엇일까” 혹은 “놀이터가 아이들한테 무슨 도움이 될까”의 물음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질문은 어른들과 놀이터 디자이너의 시각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놀이터 사용자인 아이들의 관점에서 놀이터의 사용경험과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어떤 경험을 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아이들 중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놀이터의 하루를 관찰하기
놀이터가 주로 이용되는 12시부터 7시까지 놀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개략적으로 정리를 해본 ‘놀이터의 하루(A Day in the Playground)’입니다. 1) 12시부터 1시까지는 주로 어린이집 아이들이 놀이터를 이용하고, 2) 2시쯤이 되면 학원을 다니지 않는 초등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뛰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이후 3) 4시쯤이 되면 학원을 갔다 온 초등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두 시점에 초등학생들이 나타나고, 4) 세네시쯤 유모차 부대라고 할 수 있는 미취학 아동들이 부모님들과 함께 나타납니다. 관찰 결과에 따라 놀이터의 주된 이용자들을 어린이집, 미취학 아동, 그리고 초등학생으로 분류해, 이들이 놀이터를 찾는 시간대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놀이터 내 초등학생 그룹의 두 가지 유형
모여 노는 아이들, 패밀리형과 파티형
어느 시점에 놀이터에 가더라도 조금만 관찰하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놀이터가 몇 개의 그룹과 혼자 떨어져 있는 몇 명의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죠. 먼저 그룹의 유형부터 설명드리면, 첫 번째 유형인 ‘패밀리형’은 그룹 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학원시간이나 학급이 같은 경우 많습니다. 또 다른 유형인 ‘파티형’은 혼자 놀이터에 나왔다가 그날 즉석에서 그룹을 형성하거나, 몇 번 만나지 않은 어색한 사이에서 알음알음 모인 그룹입니다. 패밀리형과 달리 파티형은 놀이 과정에서 문제들이 자주 발생해 놀이 지속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무엇이 파티형 아이들의 상호자극을 방해하는 것일까
우선 엄마의 부름, 학원 시간 등 1)외부적 상황 요인이 있습니다. 내부적인 요인은 2) 성격과 선호 차이에 따른 것인데요. 아이들은 낯을 많이 가리고 관계를 맺는 데 어설퍼 모임이 깨지는 경우가 많았고, 내향적인 성격이나 뚜렷한 선호, 자기 중심적인 놀이 진행 등으로 관계가 쉽게 어긋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친구들도 패밀리가 형성되고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면, 잘 어울려 노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방해요소는 식상해진 놀이기구로 3)함께 놀 거리가 부족한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파티형 아이들은 서로 서먹서먹해 말 걸기가 어렵기 때문에, 명확한 놀거리가 있어야만 자연스럽게 그룹을 형성해 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제시하는 놀이 규칙이 달라 4)미숙하게 놀이 규칙을 제시하는 경우 놀이가 중단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명확한 놀이공간을 제공하자
방해요소를 고려한 놀이기구로는 ‘그물 놀이’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을 그물에 태우고 밀어주면서 누구나 쉽게 어울려 놀 수 있는 기구인데요. 그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역할이 정해지기 때문에, 취향이나 성격을 크게 타지 않으면서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바닥 놀이’입니다. 좀 더 명확한 규칙이 있다면 아이들은 충분히 잘 어울려 놀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 거리가 떨어지면, 바닥 놀이터 부근으로 가서 놀이를 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그룹을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혼자 놀이터에 방문하는 아이들의 두 가지 유형
혼자 노는 아이들, 방문객형과 지킴이형
이번에는 그룹이 아니라 혼자 떨어져 있는 아이들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길게 체류하는 아이들은 ‘지킴이형’, 짧게 체류하는 아이들은 ‘방문객형’이라고 이름 지었는데요. 두 유형 모두 다른 그룹에 끼어 놀기를 어려워했는데요. 특히나 지킴이형 같은 경우 체류 시간이 길지만 노는 시간은 짧고, 혼자 여러 놀이터를 돌아다니면서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재밌게 놀고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
혼자 놀러온 아이들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같이 노는 경험을 촉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슬그머니’라는 개념으로 표현해 보았는데요. 혼자 놀러온 아이가 다른 아이들 곁에 다가갈 구실을 만들어주는 밧줄 놀이 기구나, 자연스럽게 놀이 그룹에 낄 수 있게 하는 열린 언덕 공간이 '슬그머니'의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 나온 부모의 두 가지 유형
아이들을 따라 나온 부모, 내 시간 확보형과 아이 집중형
마지막으로 부모님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부모님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은 부모님들이 놀이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놀이터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내보내는 곳이지 그곳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거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습니다.놀이터에 나온 부모님의 유형를 살펴보면, ‘내 시간 확보형’과 ‘아이 집중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내 시간 확보형’은 사방이 막혀있는 놀이터의 입출구 공간에 서서 주로 스마트폰을 합니다. 이들은 대체로 워킹맘들이고, 일 처리를 병행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 집중형’은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경험을 갖는 것을 추구합니다. 엄마들의 경우 두 유형을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는 경향이 컸지만, 아빠들의 경우 아이들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아이 집중형의 아빠는 아이를 어떻게 놀아주어야 할 지 몰라 그저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드는 놀이를 제공하자
일반적인 미끄럼틀이나 그네는 아이의 놀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움직이고, 가르쳐주고, 배울 수 있는 놀이시설이 필요합니다. 부모님과 아이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그네와, 어른들이 이용법을 더 잘 알아서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이용법을 물어보는 땅따먹기 바닥 그림이 그 예시입니다.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상호자극을 경험하는 무대
놀이 진행 4단계
관찰한 결과, 놀이는 4단계를 거치는데요. 첫 번째는 혼자 나온 아이들이 앉아 있거나 떠돌고 있는 ‘대기’의 상태입니다. 그러다가 세네 명이 모여서 ‘놀이 그룹을 형성’합니다. 그룹이 이루어지면, 서로 ‘상호자극’을 하면서 무슨 놀이를 할 것인지 맞추어 나갑니다. 마지막으로 즐거운 놀이가 일어나고 이를 ‘Magic Circle’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Magic circle의 속성에 대해 더 설명해 드리면, 대다수의 놀이터 게임들은 ‘지옥, 천국, 감옥’ 등 특정한 공간이 지정되면서 진행됩니다. 즉, 적절한 놀이기구와 충분히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공간의 물리적 성격과 별개로 새로운 공간의 성격이 부여될 때, 게임이 형성되는 것이죠. 따라서 놀이터는 단순히 놀이터라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서 아이들의 ‘무대’가 됩니다.
상호자극에 의한 환상적 경험
아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놀이터에 왔냐’고 물어보면 아이들이 대체로 ‘무언가 벌어질 거 같은 기대’, ‘의외의 것이 일어날 거 같은 기대’ 정도로 놀이터에 왔습니다. 바로 이러한 기대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들만의 연결과 상호자극의 결과로, 놀이터라는 공간에서 환상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지옥탈출’을 할 때 진짜 지옥이 생긴 것처럼 느끼고, ‘경찰과 도둑’을 할 때 내가 진짜 경찰이 되고 친구가 진짜 도둑이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 아이들은 몰입하면서 무대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경험을 갖는데요. 놀이터는 현실 세계와 상상의 세계가 접목되는 공간이며, 어른들의 목적이나 기대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만든 규칙이 지배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선생님이든, 기구든 무언가가 놀이터에서의 아이들의 사회적 형성을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죠.
아래 영상은 놀이터 프로젝트의 PM이었던 송영일 책임연구원이 지난 9월 초 광주에서 열린 '플레이어스 포럼'(다음 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놀이’의 중요성에 주목)에서 <어린이 놀이터 UX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한 강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