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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8 07:50

신입 디자이너의 ‘UX 디자인 워크숍’ 체험기: 문화인류학 전공생이 디자인 전공생들을 만났을 때

pxd는 커넥트재단이 주최하는 ‘UX Design Membership 2015’의 일환으로 지난 9월 21일부터 10월 8일까지 <UX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본 워크샵은 Contextual Inquiry 기법을 토대로 ‘공간 경험 디자인’ 학습에 목표를 두었는데요. 네다섯 명으로 구성된 각 조가 카페/패스트푸드/코리안푸드 3가지의 주제 중 하나의 매장을 선택하여, 매장의 매니저 혹은 사용자를 위한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Mobile 연계 서비스' 기획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UX Design Membership은 커넥트재단이 국내 IT 기업인 coupang, Kakao, LINE, NAVER, SK Planet과 함께 예비 디자이너의 출발과 성장을 돕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UX/UI 디자이너를 꿈꾸는 디자인 관련 전공생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http://blog.naver.com/connect_org)


교육 스케치


context 중심의 UX 서비스 설계에 초점을 두어 총 9회의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워크숍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간략히 훑어보겠습니다.

1) 매장의 물리적 공간 관찰 후, ‘디자인 씽킹 교육도구’를 이용한 Physical Modeling 작업
*참고) 디자인 씽킹 교육도구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
디자인씽킹 교육도구 제작기 (1/2) story.pxd.co.kr/1115

2) 하루 동안 매장 매니저/사용자의 행동 관찰한 후, Sequence Modeling 및 Artifact Modeling 작업

3) 매장 매니저/사용자 심층인터뷰를 토대로 퍼소나(Persona) 작업

4) 터치포인트 및 메시지를 고려해 서비스 콘셉트 설정 후, 서비스 제안에 알맞는 아이데이션 작업

5) 조별 피드백 및 중간발표

6) 와이어프레임(Wireframe) 스케치를 통한 서비스 화면 설계

7) Paper prototyping을 이용한 조별 상호 경험 테스트(Usablity Test) 후, 서비스 화면 수정


8) Paper prototyping과 레고를 이용한 사용자 시나리오 작성


9) 최종발표 및 피드백

그럼 이제 워크숍 진행을 도운 일원으로서, 교육 공간에서 느꼈던 감상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마치 일기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깨달음을 적어나갈 것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교육의 장이 각자에게 어떤 ‘장(帳)’이 되었을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앞서 제 소개를 간략히 드리자면, 저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자 pxd 교육팀의 신입 디자이너입니다. 그리고 이번 워크숍의 교육 담당자였던 송영일 책임연구원을 따라, 강사도 학생도 아닌 조금은 애매한 위치에서 학습장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경계에 선 사람’이었기 때문에 교육 내용에 온전히 몰입할 수도, 거리를 둘 수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경계적 위치’는 제 스스로를 교육의 구성원인 동시에 교육 공간을 관찰할 수 있는 외부인으로 만들었고, “학습장이 제게는,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어떤 장이 될 수 있을까? 질문을 안고 워크숍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1) ‘나’를 찾아가는 수업
"오늘 수업하면서 배운 것이나 느낀 것들을 돌아가면서 얘기해봅시다"

"프로토타입을 다른 조원에게 테스트 받으면서, 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구나 알 수 있었어요. 제 생각과는 달리 다른 버튼을 누르기도 하고, 버튼을 눌렀을 때 어떤 화면이 나타날지 예측을 못하기도 하고... 저도 모르게 가진 생산자의 마인드를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팀별 작업을 해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수업 시작과 끝에 원형으로 의자를 배치해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주로 지금의 기분을 한 마디로 표현하거나 최근 갖고 있는 고민을 터놓기도 하면서, 수업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주로 그날 배운 것에 대한 느낌과 아쉬움을 공유하는 회고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시간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왜 UX를 학습하고 있는지’, ‘어떻게 학습해야 할지’, '지금 내가 부족한(혹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탐색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으며, UX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죠.

저 또한 학생들 사이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공유 시간을 가지면서 느낀 점은,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터놓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배운 것의 의미를 되짚고 이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도 들어봄으로써, 다층적인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기와 듣기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화 가능성’과 ‘사고의 확장성’은 서로를 자극하기도 하고 자신의 성장을 이끌어주기도 하였습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자신을 확인하듯, 타인과 경험 및 생각을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진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보다 넓은 맥락에서 스스로를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2) 사례와 실습 위주의 수업

앞서 교육 스케치에서 알려드렸듯이, 이론 강의보다는 디자인 씽킹 도구를 활용한 '액티비티'로 워크숍의 문을 열었습니다. 실습을 통해 관찰하는 법을 스스로 학습하며, ‘왜 관찰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먼저 생각해보게 한 것이죠. 학생들 스스로 학습의 '궁금증과 필요성'을 찾게 하니, UX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또한 명확하고 획일적인 가이드 라인을 주기보다는 실무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를 하였는데요. 예를 들면, Sequence Modeling과 Paper Prototyping의 실제 사례를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했습니다. 일정하게 정해져있는 지침이나 결과물에 대한 특정한 프레임이 없이, 먼저 시도를 해서 그런지 조별마다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이 제작되었습니다. 뚜렷하지 않은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 때로는 혼란스럽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자신의 관점을 갖고 실행하면서 주체적으로 깨닫는 것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경쟁이 심화될까봐 두려워요”

워크숍 평가 결과가 이어서 진행되는 기업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평가 받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고 경쟁이 심화되지 않을까 두려워했습니다. 서로가 같은 학습장을 공유하는 동료이지만, 동시에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죠. 그럼에도 수업 분위기는 꽤나 화기애애했는데요. 워크숍 시작 전, 학습터가 혹여나 전쟁터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했던 거와는 달리,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강생들이 평가자의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민하기보다는, 진짜 ‘자신의’ 색깔과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평가에 대한 부담 때문에 그런지 평가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가이드에 유념하는 듯 보였지만, 이내 '내'가 담겨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의 예상과 달리 수업이 진행된 데에는 수업 중 스스로에 대해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갖으며 '나의 가치와 관점'에 대해 고민하고, 조원 간의 협업 과정에서 '동료가 갖는 중요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각자의 의견이 합쳐지면서 보다 나은 결과물이 탄생될 때 시너지를 얻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며 상호 호혜적 관계를 형성한 것이죠. 수강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장 뿌듯했던 점은 그들이 UX 디자인에 대해 배울 때도, 협업을 하면서도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화인류학 전공생이 본 UX


이번 워크샵을 하면서 제 스스로 세웠던 목표는 '문화인류학의 관점을 잃지 않으면서도 UX 디자인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UX 디자인에 대한 경험도, 문화인류학에 대한 경험도 많지 않은 학생이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주간의 워크숍에서 들었던 생각을 문화인류학과 연결해보려 합니다.


1) ‘경험’을 디자인 한다는 것

우선 전공 수업 시간에 배웠던 존 듀이의 얘기를 해보려합니다. 존 듀이는 ‘경험을 통한 성장’을 강조합니다. 김진우의 <경험 디자인: 잡스, 철학자 듀이를 만나다>라는 책을 보면, “존 듀이는 우리의 삶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시작과 끝이 있으며 다른 경험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경험을 ‘진정한 경험(real experience)’이라고 정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경험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비일상적 편린을 발견하고, 그 순간들을 특별한 의미로 채워가면서 삶을 충만하게 성장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여기서 저는 워크샵 교육 중 언급되었던 ‘한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UX 디자인’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불편한 상황에 너무나도 잘 적응하지만, 디자이너는 그 불편함을 포착해내고 개선해줌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사람들에게 선사합니다.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UX 디자인과 존듀이가 말한 ‘진정한 경험’이 어딘가 닮아있습니다.


2) 공간과 사람을 ‘관찰’한다는 것

문화인류학에서 사용하는 주방법론 중 하나는 ‘참여관찰’입니다. 오랫동안 타 지역에 거주하면서 그곳의 문화나 집단을 관찰하고 실제로 집단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생활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보다 깊은 관계(라포, rapport)를 형성해 문화 혹은 사회의 숨은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문화적 맥락 속에서 사람들의 행동 특성뿐만 아니라 표정과 말투까지도 관찰하며, 수치화할 수 없는 내재적, 상징적 의미를 파악하죠. 그런데 연구자가 연구집단의 한 구성원이 되다보니, 문화를 해석하는 데 있어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위치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평소 참여관찰법을 토대로 문화 연구를 해왔던 제가 UX 디자인 워크샵을 들으며 가장 새로웠던 지점은 사용자들의 행동을 패턴화하는 Sequence Modeling 작업이었습니다. 행동패턴을 분석하고 행동의 intent(의도), trigger(유발요소), breakdown(방해요소)를 발견하여 패턴과 함께 하나의 장표(Map)로 정리를 하는 방식이 새로웠습니다. UX 디자인(특히나 Contextual Inquiry 방법론) 또한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관찰을 통해 형상적인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단계별로 이미지화 하는 점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조사를 통해 사용자를 유형화고 퍼소나를 작성하는 점이 특이했는데요. 그 사람의 특성을 뽑아내 니즈(needs)를 분석하고 불편함을 개선해주는 것이 중요한 UX 디자인과 달리, 문화인류학은 현상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데에 초점이 있습니다. 문화인류학은 타인의 경험을 연구함으로써,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데요. 그의 경험을 통해 보편적 현상을 끌어내기도 합니다. ‘구체적 보편성’에 대해 언급한 문화인류학자 엄기호는 “보편적인 건, 추상적인 게 아니라 구체적인 거”라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편성을 발견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개념을 찾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3)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

저는 문화인류학 수업을 들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문화인류학이 ‘연구와 탐구’에 초점을 둔 학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문화인류학은 분석적이고 해석적인 학문이며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에, (모든 인류학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해결은 행정가나 정치가 등의 몫이 됩니다. 현지연구의 결과가 '문화기술지(또는 민족지, ethnography)'의 형태로 기록되지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결과물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에 갈증을 느낀 저는 ‘공공 인류학(Public Anthropology)’이라는 좀 더 실용적인 학문과 실생활에 변화를 주는 디자인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UX 디자인은 실패에 두려워하지 않고 반복을 통해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높이고 실행이 가능한 '기능적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보다 나은 경험을 선사하죠.


워크샵이 시작되기 전에는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고, 워크샵 중에는 학생들을 관찰하며 ‘워크샵에서의 문제는 무엇인지, 다음 워크샵은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학습자들뿐만 아니라 저 또한 3주간의 ‘교육 공간의 경험을 디자인’을 했던 것이죠. 그러는 사이 제 스스로도 ‘나의 경험’을 디자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UX에서 내가 진짜 궁금한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안고 워크샵에 참여했고, 워크샵이 진행될수록 “교육의 공간이 나 혹은 학생들에게 어떤 ‘공간’이 될 수 있을까”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 스스로도 이 공간에서 ‘진정한 경험’을 했습니다. 배움은 스스로 물음을 던질 때, 그리고 동료와 상호작용을 할 때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육자의 input과 학습자의 output이 동일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달음을 느낄 때 더욱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보다 제게 더 뜻깊은 경험은 제가 앞으로 어떤 경험 디자인을 하고 싶은지 이전보다 구체화된 것인데요. 바로 세상과 단절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계'를 연결해주는 경험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디자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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