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기술의 결합, Spotify
2016. 3. 2. 07:50ㆍUX 가벼운 이야기
많은 음악 서비스 중 항상 감탄을 자아내는 서비스가 있다면 단연 Spotify이다. 뛰어난 디자인, 감각적인 플레이리스트, 작은 디테일에서 느껴지는 음악적 센스와 즐거움들은 들을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을 안겨다 준다.
[스포티파이의 메인화면, Genre & Moods, 그리고 플레이리스트]
특히 플레이리스트는 인기 차트나 장르를 넘어 분위기, 장소, 시간 등 맥락에 따라 선별된 곡들로 잘 구성되어 있어 스포티파이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스포티파이의 핵심인 플레이리스트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단계 진보하고 있어 인상적인 부분들을 정리해보았다.
음악적 인사이트와 빅데이터 기술의 만남, Discover Weekly
2014년 스포티파이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음악을 분석하는 기술 기업인 Echo Nest를 인수하였다. 이후 Echo Nest는 현재 스포티파이의 Music Intelligence부문을 담당하며 새로운 기능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 Echo Nest의 기술은 스포티파이의 여러 부분에 녹아들어갔지만 최근 내놓은 Discover Weekly는 가장 큰 결과물이다.
[Echo Nest 홈페이지에 소개된 핵심 기술]
Discove Weekly는 나만을 위해 잘 짜인 믹스테이프와 같다. 매주 월요일마다 스포티파이의 7천5백만 사용자들은 30개의 추천 음악 리스트를 받는다. 이 음악들이 얼마나 사용자들의 입맛에 잘 맞는지 극찬이 이어졌고 나 또한 월요일 아침마다 이 리스트를 기다리고 재생을 하며 새로운 음악 발견을 즐긴다. Discover Weekly는 지난 6월 서비스 론칭 이후 12월까지 총 17억 번의 스트리밍이 일어났다고 한다.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이가 만옥이를 위해 만들어준 믹스테이프]
[데이터가 만들어주는 나만을 위한 믹스테이프 Discover Weekly]
Discover Weekly의 배경에는 상당한 기술력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음악 취향과 스포티파이에 있는 20억 개의 플레이리스트 데이터를 분석하여 만들어진다. 사용자가 들은 음악, 저장한 음악을 바탕으로 음악 취향을 해석하고 수백만 개의 플레이리스트를 스캐닝해 추천할만한 곡을 골라내 매주 추천해준다. 알고리즘은 Collaborative filtering이라는 기술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아래의 그림이 잘 설명하고 있다.
[Discover Weekly의 큐레이션 구조도. 아마존의 추천 시스템과 비슷하다]
가장 중요한 음악적 취향을 분석하고 이를 중심으로 적절한 곡을 찾는 과정에서 스포티파이가 가진 사용자에 대한 인사이트와 디테일한 장르 분석이 흥미롭다.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분석할 때 단순하게 어떤 곡을 들었다고 해서 이 사람의 취향으로 해석하지 않고 실제로 듣는 것과 좋아하는 음악은 차이가 있으며 상황에 따라 하나의 사용자가 여러 사용자의 얼굴을 가질 수 있다고 크게 가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간, 음악 타입, 활동, 얼마나 규칙적으로 듣는지 등을 고려하여 7천5백만의 사용자의 Taste Profile을 만든다. 동시에 머신러닝으로 6천만 개의 곡을 해석해 만들어낸 1,387개의 서브 장르는 사용자의 뮤직 프로필과 스포티파이의 곡 분석에 적용된다. Pop이 아닌 Pop Christmas, 혹은 Deep Sunset Lounge, Acoustic Morning과 같은 디테일한 장르 구분은 사용자의 취향과 이에 맞는 음악을 매칭 해주는 허브가 된다.
[Music Taste Profile]
[항상 진행중인 장르맵]
그렇지만 스포티파이는 모든 과정이 기계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음악은 감성의 영역이기에 기계가 패턴을 이용해 수학적으로 음악과 사용자들의 행태를 구분을 해놓으면 그것에 대한 해석과 결정은 음악적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의 손길(Human Touch)이 끊임없이 들어가고 감성을 가진 사람의 손길과 판단이 서비스에 거대한 스케일로 적용되도록 기계와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음악적 인사이트와 빅데이터 기술이 만들어낸 스포티파이의 Discover Weekly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그 어떤 곳 보다 한 명 한 명의 사용자의 입맛에 맞추어 매주 믹스테이프를 전달하고 있다.
컨텍스트를 완벽하게 장악한 Running과 Party
스포티파이의 특징 중 하나는 'Right moment, Right music'이다. 음악을 듣는 것은 그 상황과 컨텍스트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스포티파이는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장르나 인기차트를 메인으로 제공하는 여타 서비스와 달리 Running / Workout / Focus /Dinner와 같은 독특한 카테고리를 메인에서 제공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의 뮤직 카테고리]
그중 최근 Party와 Running의 플레이리스트는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컨텍스트를 더 과감하게 품어 훨씬 밀접하게 인터랙션 하는 UX로 진화했다.
1. 실제 디제잉을 하는 것 같은 Party
[Spotify의 Party]
Party는 스포티파이에서 제공하는 전문적으로 만들어진 믹스셋을 Mood에 맞게 사용자가 설정한다. 그 설정에 맞춰 자동으로 하단의 플레이리스트가 전환되는데 Mood를 설정하는 인터랙션이 정말 실제 디제잉을 하는 것처럼 만들어져 있어 재미있다. 또한 다음 음악으로 넘기거나 Mood를 전환할 때 이미 Play 되던 음악을 뚝 끊고 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플레이를 하면서 BPM을 전환하고 다음 음악의 하이라이트와 자동적으로 맞추는 과정을 통해 전환되어 파티에 맞게 음악이 끊김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다. 마치 전문적인 DJ가 음악을 트는 것과 같은 느낌을 사용자가 직접 느낄 수 있다.
2. 달리기 속도에 맞춘 Running
[Spotify의 Running 인터페이스]
Running은 사용자의 달리기 속도에 맞추어 자동적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맞추어 준다. 처음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하면 스마트폰 센서를 이용해 사용자의 달리기 속도를 체킹하고 달리기를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속도를 체크해 적합한 템포의 음악으로 재생해준다. 달리기를 하는 사용자의 맥락을 속도라는 매개를 사용해 완벽하게 파고드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기대되는 Spotify의 진화
처음 스포티파이를 마주했을 때 정말 짜릿할 정도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스포티파이의 매력에 빠져 사용하면서 차츰 알게 된 스포티파이의 음악과 기술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은 앞으로 스포티파이의 지능적인 진화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최근 비디오 스트리밍을 내놓고, 앞으로 공연 콘텐츠와의 결합까지도 준비 중인 스포티파이가 또 어떠한 UX를 들고 음악 생활에 파고들며 진화를 보여줄지, 음악을 사랑하는 UX 디자이너로서 그 모습을 상상해보는 일도 꽤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다.
*이 글은 저의 개인 브런치에 이미 공개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 https://brunch.co.kr/@hmin0606/7
[참고##서비스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