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날마다, 브랜드

2018. 4. 9. 07:50리뷰
이 재용

날마다, 브랜드

우리나라 브랜드 경험 디자인을 리드하는 플러스엑스의 수석 기획자가 전하는 내밀한 브랜드 이야기
임태수 지음


교보문고에서 책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예술 분야 순위에 들어있는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사두고 한참 못 보다가 어느 일요일 오후에 집어 들어 단숨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브랜드에 대한 지식을 나열하지는 않는다. 물론 꼼꼼히 읽어 보면 저자가 오랫동안 경험한 여러 가지 숨은 지식과 지혜를 배울 수 있지만, 적어도 겉으로 그것을 나열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의 느낌이라면 한 마디로, '임태수'라는 브랜드를 책을 통해서 경험했구나- 라는 것이었다. 브랜드에 관한 지식을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수필집을 읽은 것 같은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책은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답게 매우 꼼꼼하게 독자가 어떤 경험을 할지를 치밀하게 설계해 두었다. 그러나 그 치밀한 설계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겉으로는 '뭘 가져가든지 말든지'하는 여유로운 느낌이 든다. 그의 주장대로, '좋은 브랜드는 싸우지 않는다' 경쟁 브랜드와 싸우지도 않지만, 독자들과도 싸우지 않는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를 들어 볼 수 있게 비워 놓은 페이지라든지, 큰 글씨로 천천히 읽게 만들어 놓은 페이지, 또 가끔 나오는 저자의 솔직한 목소리가 초등학교 문제집 퀴즈 답안처럼 페이지 하단에 거꾸로 씌어 있는 것이나, 전체 차례의 구성 등이 모두 세밀하게 '임태수'라는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장치된 책이다. 보통의 '추천사'가 있는 자리에 책에 대한 추천이라기보단,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브랜드에 대한 '동의'를 담은 것도 특이하다. 서체의 선택이나 편집 디자인, 그리고 삽화까지 모두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서 꼭 무언가의 '주장'이나 '결론'을 기대하기보단, 그냥 '임태수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에 대해 작은 공간에서 독자 서너 명이 함께 이야기를 나눈 느낌이다. 그는 항상 모임은 네 명 이하로만 하려고 한다 하니, 나는 두 번째나 세 번째 참여 독자쯤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