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스케치

2017. 8. 31. 07:50리뷰
이 재용

스케치


UX/UI 전문가를 위한 제작 툴 완전 정복을 위한 실전 가이드

크리스티안 크래머 지음

The Sketch Handbook / Smashing Magazine


처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화면을 설계하기 위해 "발표" 도구인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고 디자인을 위해 "사진" 편집 도구인 포토샵을 사용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계속 불편했다.

당연하게도 용도가 다른 툴을 사용하다 보니 괴로운 일도, 웃길 일도 많았다.

새로운 도구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해 왔지만, UX 디자인 시장이 작아서인지 새로운 도구들은 좀체 나타나지 않았다. 잘 해 봐야 파워포인트 플러그인 정도였는데 그마저도 너무 느리고 무거워서 쓰지 못했다.

생산성 향상으로 수익률을 높이고 야근율을 낮추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를 도입했지만, 때론 비싼 새로운 도구는 야근을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에이전시로서 새로운 도구의 도입은 대개 클라이언트와의 갈등을 불러왔다. 피엑스디가 개인용 컴퓨터를 윈도즈 기반에서 맥 기반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 2009년이었는데, 파워포인트에서 작업하다가 키노트에서 작업하니 발표는 멋있어졌지만, 화면 설계서 작성에는 시간이 더 걸리기도 했다. 키노트로 멋지게 정착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결국 맥에서 패러랠즈를 깔아 윈도우 파워포인트를 쓰거나, (당시로써는 엉망인) 맥용 파워포인트를 쓰게 되었다. 결국, 우리가 키노트로 정착을 한 뒤에도 여전히 문제는 남았는데, 문서 결과를 죽어도 PDF가 아닌 파워포인트로 받아야 하겠다는 고객들이 많아서 결국 파워포인트로 변환한 뒤 깨진 화면을 일일이 복원하여 전달하는 코미디도 있었다.

그래픽 디자인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성능을 갖는 컴퓨터를 윈도우 PC로 사는 것보다 아이맥으로 사는 건 두 배쯤 비쌌는데, 생각지도 않게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파일조차 간혹 윈도즈용과 맥용 사이에 호환이 완벽하지 않은 경우가 우리를 괴롭혔다. 어떤 고객들은 레이어가 살아있는 포토샵 파일을 결과물로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를 찾는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던 모든 도구들이 제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새로운 도구를 도입했다가 실패하고 퇴출시키기도 했고, 한때는 피엑스디가 직접 만들지 못하니까 이런 툴을 만드는 곳에 투자를 하기도 했다.


이제는 많은 곳에서 당연하게 사용하는 스케치는, 이런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나타난 듯하다. 2010년 9월에 나왔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알려진 것은 아직 몇 년 되지 않았고, 스타트업이 아닌 회사들은 아직도 모르는 곳이 더 많다.

국내에 스케치 사용법에 관한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데, 아마도 아직은 수요가 작아서이기도 하고, 또 기존의 파워포인트/포토샵 숙련자들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체계적으로 스케치 사용법을 설명한 책이 나왔다는 점은 반갑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고,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팁이 되기도 하겠지만, 책 후반부에 있는 여러 대안들과 플러그인들에 대한 소개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우선 Adobe XD 나 Figma, Gravit의 성능이 궁금하다. 또 프로토타이핑에서 저자가 강력히 추천하는 Craft도 빨리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토샵에서도 되긴 하지만) 스케치와 어울려 제플린Zeplin.io으로 화면 가이드를 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용/공유하기 위한 버전 관리 툴도 있다. (피엑스디에서는 Brand.ai를 사용하고 트루밸런스에서는 앱스트랙goabstract.com를 사용한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마치 많은 영역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듯한 착각이 드는데 실은 이러한 디자인 생산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불편함을 느꼈고, 그걸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봇물 터지듯 우리에게 소개된 결과인 듯 하다.

화면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점 줄어드는 때라는 것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생산성을 높여주는 새로운 도구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 이 글은 웹액츄얼리의 증정본을 읽은 후 작성했습니다.


[참고##프로토타이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