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중쇄를 찍자!'에서 UX 엿보기

2018. 3. 26. 07:50UI 가벼운 이야기
위승용 uxdragon

최근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를 보았다. 우선은 만화 출판업과 관련된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여서 봤지만, 그 안에 UX와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중쇄를 찍자!'는 마츠다 나오코의 만화가 원작이며 2016년 2분기에 TBS 테레비에서 방영된 화요드라마이다. 여기서 '중쇄'는 만화가 잘 팔려서 책을 다시 인쇄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주인공인 쿠로사와 코코로(쿠로키 하루)는 이전에 유도 선수였으나 부상으로 인해 만화 출판사(주간 코믹지 바이브스)에 운 좋게 취직하게 되었다. 이후 만화 편집자로서 발전해나가는 성장드라마이다. 성장드라마여서 그런진 몰라도 만화 출판업이 어떻게 업무를 수행하는지를 비중 있게 다루어서 재미있었다. (일본 드라마 스타일이 잘 안 맞는 분들은 재미없게 느끼실 수도 있다)

이런 밝은 분위기의 드라마이다.


해당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UX와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사용자 VOC를 통한 문제 개선하기

해당 드라마의 만화 출판사에서는 작가의 순위가 매주 매겨진다. 몇 주 째 최하위 만화의 편집자는 고심 끝에 3달간의 독자 앙케이트를 읽어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여 강제로 휴재된 만화가에게 설명하고 향후 작품에 어떤 점을 반영하면 좋을지를 말한다. 그리고 격려의 글을 적은 한 독자의 앙케이트를 만화가에게 건넨다.

UX 디자인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이미 출시된 앱의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면 이전 앱 사용자의 VOC(Voice of customer)를 수집하여 기존 앱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파악하고, 리뉴얼할 신규 앱에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개선할지 파악하기도 한다. 때로는 고생했던 프로젝트의 서비스가 론칭한 뒤 칭찬의 메시지가 담긴 메시지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만화와는 다르게 UX/UI의 결과물은 조금은 딱딱하고 정돈된 느낌이라 고객에게 기쁨, 감동, 재미와 같은 가치를 주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래도 '정말 불편한 사용성의 개선'이나 '고객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와 같은 기본적인 가치를 제공했을 때 고객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움직이는 것 같다. 마이크로 인터랙션의 사례 같은 소소한 부분에서의 배려 같은 것들도 말이다.


2. A-B 테스트 및 Prototyping의 활용

해당 드라마의 만화 출판사에서는 신진 작가의 첫 단행본 출간을 앞두고 표지를 고심한다. 전통적인 출판업에서의 표지는 판매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드라마에서는 표지 디자인을 전문 디자이너에게 의뢰한다. 그 후 디자이너의 시안을 받아 만화책에 임시로 덮어보고 동료들에게 A-B 테스트를 수행한다. 동료들은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안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주인공은 동료들의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하여 시안을 결정한다.

결정된 시안으로 디자인이 완성되기 전에 주인공은 실제 서점에서 책이 어떻게 보일 지를 프로토타이핑한다. 서점의 매대에 종이로 덮은 프로토타이핑 만화책을 올려 보고 나서 얻은 인사이트로 돋보일 수 있는 흰색 배경을 디자이너에게 의뢰하게 된다. (드라마라서 그렇겠지만) 결과적으로 책은 아주 잘 팔린다.

A-B 테스트나 프로토타이핑은 UX 업계에서 흔히 하는 방법론 중 하나이다. 작업한 시안을 동료에게 빠르게 물어보기도 하고, 실제 사용자에게도 어떤 안이 좋을지 물어보기도 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빠르게 테스트하고 빠르게 실패를 해 볼 수 있다. 때로는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나 혁신의 포인트를 얻기도 한다.


3. 신입을 이끌어주는 선임의 역할

해당 드라마에서의 편집자의 주 업무는 주간지 연재를 하는 만화가의 일정관리, 시나리오/콘티 검토, 글자 교정, 인쇄 등 작가가 주간지 연재를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일이다. 출판사에 연재하는 기존의 만화가를 주로 서포트 하지만, 신진 작가의 발굴에 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주인공은 신진 만화가 두 명을 발굴한다. 두 명의 만화가는 서로 잘하는 부분이 달랐다. 한 명은 시나리오를 잘 짜는 만화가, 한 명은 그림을 잘 그리는 만화가였다. 둘 다 장단점이 명확했다. 이때 주인공의 도움도 있었지만, 본인 스스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결국에는 어떻게든 극복해 낸다.

UX 디자이너도 이처럼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UX 디자이너를 이제 막 시작하는 신입사원들은 장단점이 비교적 명확하다. 발산을 잘 하는 디자이너, 수렴을 잘 하는 디자이너, 아이디어를 잘 생각해내는 디자이너, 핵심을 꿰뚫어 보는 디자이너 등... 내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모른다면 여러 가지 프로젝트와 경험을 통해 알아야 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UX 디자이너도 처음에는 그냥 막연히 잘 하는 디자이너를 지향했다면 '어떤' UX 디자이너가 될지 본인만의 수식어를 만들어야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장점과 단점이 명확했던 신입 때의 나의 모습을 회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신입과 일을 할 때 어떻게 하면 드라마의 주인공(출판사의 직원)처럼 신입의 잠재력을 이끌어주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UX 프로젝트는 혼자 진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동료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인이 단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걸 메꿔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프로젝트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팀이 존재하는 것이다.


4. 작가와 편집자 그리고 독자와의 관계

해당 드라마에서는 만화 출판사의 편집자, 만화가 그리고 독자 이렇게 세 대상이 존재한다. (물론 영업, 판매, 디자이너 등 더 많은 직군도 조명하고 있긴 하다) 편집자는 만화가가 독자에게 작품을 선사하기 위한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편집자는 자기가 선택한 작가를 믿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아 준다. 이인삼각 처럼 둘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을 지향한다.

UX 직군에서의 기획자와 PM 그리고 사용자도 이러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PM은 기획자/디자이너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팀원을 믿고, 팀원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성장을 도와야 한다. 이는 결국 좋은 UI로 사용자에게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며

여기까지 '중쇄를 찍자'라는 일드와 UX와의 공통점을 살펴보았다. 출판업, UX 직군뿐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UX를 하는 기획자,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로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을 하려면 사람에 대한 관심과 공감이 필요하다. 이러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일을 수행한다면 좀 더 일이 즐겁고 보람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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