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과 일상

2020. 6. 11. 07:50pxd 다이어리 & 소소한 이야기
Sungi Kim

집에 3D프린터가 있어도, 마음먹고 3D 모델링하고 프린팅을 하는 일은 좀처럼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생기면 한 번씩 지잉지잉 프린팅을 하는데요, 제가 만든 것 중 pxd story에 공유하지 않았던 세 개의 작업을 글로 공유합니다. 사실 프린팅이 일상은 아니고, 프린팅한 것이 제 일상 속에 있죠 😅

3D 프린팅은 UX Design과는 관련이 없지만, 재밌는 주제이니 pxd 동료들에게 가끔(1년에 한 번?) 기회가 되면 공유하려고 합니다. 하나 더 있죠. Home IoT. 하지만 아직도 이 둘은 모두의 일상 속에 스며들기에는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제가 관련 글을 한 100개 쓸 때쯤이면 그렇게 되려나요.

 

작업 1. 인덕션 스위치 커버 만들기

이사를 오고 나서, 그리고 우리 고양이 프라이데이가 조금씩 크고 나서, 싱크대와 인덕션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설거지를 하는데 프라이데이가 인덕션을 왔다 갔다 하다가 인덕션 전원 스위치를 누르고 온도를 올리기까지 했어요. 이러다 언젠가 정말 불이 나겠다 싶어서 급하게 대충 막아놓고 지내다가, 얼마 전에 전원 스위치가 있는 부분을 가릴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그런 장치 판매하는 것이 있는지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마땅한 것이 없었죠. 대신 신박한 방법이 하나 있긴 했는데, 물티슈 커버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3D printer로 뽑으면 되니까 일단 구조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정을 시켜야 하니 아랫부분이 하나 있고, 필요할 때 열고 닫을 수 있어야 하니 윗부분이 따로 있고, 그 둘을 연결시키려면 힌지구조가 있어야 하고, 쉽게 열리면 안 되니까 간단한 잠금 구조(플라스틱의 텐션을 사용하던지 정말 고정시키는 구조를 만들던지)가 필요하고........ 를 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모델링하기가 귀찮아졌습니다. 집안을 돌아다니며, 서랍을 뒤지며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다가 역시 또 자석과 양면테이프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3D Printing과 자석, 양면테이프는 최고의 조합이에요.

사진으로 대충 다 파악 가능하듯, 인덕션에 붙일 부분과 커버가 될 부분에 자석을 두 개씩 심고, 커버 쪽은 자석을 붙이고 그 위를 다시 얇은 판으로 덮었습니다. 그리고 양면테이프로 인덕션에 붙였어요. 끝!

프린팅 소스는 아래 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www.thingiverse.com/thing:3820249

 

작업 2. 3D Printing과 집성목으로 만드는 책 선반

지난 추석 연휴를 맞이하기 전,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내 공간의 중심은 항상 컴퓨터와 책상이었습니다. 컴퓨터도 하고, 만들기도 하고, 보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처음으로 집안 공간의 중심을 컴퓨터가 없게 꾸며봤습니다. 작은 거실에 낮은 소파와 작은 테이블, 책들을 놓기로 했어요. 책을 놓기 위해 벽 한쪽에 긴 책 선반을 만들기로 했고, 먼저 멀바우 집성목 판재를 샀습니다. 그리고 다리 대신 책을 옆으로 쌓아서 다리 역할을 하게 했죠. 일단 전반적인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고, 본격적으로 다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다리를 뭐로 할까 계속 고민을 하다가, 역시 직접 만들어야지. 황동 튜브로 다리를 만들기로 하고, 그 튜브들을 잡아줄 지지대를 프린팅했습니다.

그 결과.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어요.

프린팅 소스는 아래 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www.thingiverse.com/thing:3879706

 

작업 3. 3D Printing과 크리스마스를

(작년 겨울에 쓴 글입니다) 한동안 3D Printer가 놀고 있다가, 녀석이 요즘에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데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만들 것이 생각나면 모델링해서 한두 개 뽑고 오랫동안 쉬고 했었죠. 최근에는 그런 쓸모있는 물건 말고도 간단한 장식품이나 피규어 같은 걸 뽑아봐야겠다고 생각해서 thingivers를 돌아다니다가, Low-poly 모델링들이 귀여울 것 같아 그런 애들을 많이 뽑아봤습니다.

Low-poly modeling은 3D Printer로 뽑기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층층이 쌓인 결이 살짝 보이더라도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고, 단색으로 만들어도 귀엽습니다.

요 얼마 전에는, Low-poly로 만들어진 헌팅 트로피를 출력해봤습니다. 사슴인데, 사슴의 뿔이 얇고 복잡해서 제대로 뽑힐까 걱정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잘 뽑히더군요. 물론 아래의 텅 빈 공간을 메워줄 서포트가 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것을 뿔과 조심히 분리해내는(캐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사실 힘들었어요...

이제 12월이 다가오니,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초록색 필라멘트도 사서 Low-poly 나무도 이것저것 뽑아보고, 다른 동물들도 다른 색들로 뽑아서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놓아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나요? 집안의 장식이 필요하다면 이제는 3D Printing으로.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위 글은 제 브런치에도 발행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