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리서치] 블록체인이 만드는 팬덤의 진화 #4편

2025. 1. 15. 17:03Blockchain UX 이야기
Yoonyoung Jung

pxd UX리서치팀은 지난 17개월 동안 약 8건의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0명 이상의 팬과 아티스트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블록체인이 만드는 팬덤의 진화' 시리즈를 통해 팬 활동이 블록체인 기술을 만나 그리는 새로운 팬 활동의 모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Cycle 4] 비음원 콘텐츠: 발행 및 판매 ↔ 소비/탐색/공유

WEB2: 포토카드를 매개체로 얻는 유대감과 소속감

마케팅의 일환으로 팬덤이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한국소비자원에서 실시한 ‘팬덤 마케팅 소비자 문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팬은 주로 구매하는 팬덤 마케팅 품목으로 77.8%가 ‘음반’으로 응답했으며, 구매 목적으로는 음반 수집 및 음악 감상 외 ​​‘음반에 포함된 굿즈 수집’이 52.7%로 가장 많이 나타났습니다.

아티스트 지원 활동에 적극적인 팬덤은 음원/앨범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1인이 다수의 앨범을 구매하는 행태를 보이는데요. 이에 따라 빚어진 팬덤 마케팅 상품 중 하나는 앨범에 각종 구성품 굿즈를 랜덤으로 동봉하여 팬이 수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포토카드’는 다양한 굿즈 중 가장 인기 있고, 높은 음반 판매율을 이끄는 구성품입니다. 동봉된 앨범의 콘셉트에 맞춘 아티스트의 셀카가 담긴 포토카드는 강력한 소장 가치를 지니며, 팬이 여러 버전으로 출시되는 포토카드를 모두 수집하게끔 하는 동력이 됩니다. 실제로도 팬은 더 많은 음반을 구매하거나, 팬 커뮤니티 내 교환 및 애프터마켓 N차 거래에 참여함으로써 본인들의 수집 욕구를 충족하죠. 포토카드 거래자를 자동 매칭해 거래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서비스(포카마켓)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입니다. 이러한 팬심을 악용해 가품 포토카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거래 사기가 발생하기도 하고, 희소성이나 수요가 높은 포토카드는 과도한 시세 형성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포카마켓 앱 및 마켓플레이스 이미지

이렇게 여러 불편을 무릅쓰고 다양한 경로로 획득한 포토카드는 이른바 ‘예절샷'이라는 문화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 인증하고 기록하며, 이를 다른 팬이나 SNS에 공유함해 팬 활동에 새로운 차원의 소속감을 부여하죠. 이처럼 포토카드는 팬덤 내에서 순환 경제 구조가 형성되고 파생 서비스가 생길 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절샷' 문화 (출처: 트렌드DA 네이버 포스트]

 

WEB3: 온체인으로 옮겨온 수집 경험

연예 기획사 하이브는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진행한 '2022 공동체와 함께하는 하이브 회사설명회'에서 팬 경험 확장을 위한 노력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 기업 두나무와 합작 법인 레벨스를 설립해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NFT 플랫폼 ‘모먼티카'를 선보였죠. 모먼티카는 아티스트의 사진과 영상 콘텐츠를 ‘테이크(Take)'라는 명칭의 NFT로 소장 가능한 플랫폼입니다. 팬은 모먼티카 앱에서 테이크를 구매해 수집하고,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수집 현황은 ‘컬렉트보드’라는 기존 오프라인의 ‘포카 앨범'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먼티카 예절샷 촬영 예시 이미지 (출처:Momentica)

또한 WEB3가 익숙하지 않은 팬이 앱을 쉽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UX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내가 보유한 테이크를 동일한 혹은 다른 아티스트의 테이크로 교환할 수 있게 하는 ‘셔플' 기능입니다. 오프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던 기존 포토카드 교환 경험을 모먼티카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죠. 보유 중인 테이크와 함께 자신의 일상 사진을 찍고 다른 유저들과 공유하는 ‘예절샷' 기능이나, 테이크를 보관할 액자를 꾸밀 수 있는 ‘탑로더’ 기능 또한 최대한 기존 오프라인 경험과 유사하도록 디지털 환경 내에서 구현해냈습니다. 그 밖에도 NFT라는 기술용어 대신 테이크라는 명칭을 부여하거나, 모든 구매는 별도 토큰 없이 인앱 결제로 이루어지게끔 하는 노력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앱에 업로드되는 유저 콘텐츠의 빈도와 업로드하는 유저 ID의 다양성을 확인했을 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한 디지털 수집 행위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팬 활동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맞지만, 팬 활동에 실질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지속성이 있는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포카의 가치는 인형처럼 항상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포카의 물성이 가장 중요한데, 구매한 이후에 실체가 없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체감이 어려워 만족도가 낮았어요. 실제로 그걸 가지고 뭘 할 수 있지도 않아서 그 NFT 포카는 지금 저한테 존재감이 없는 상태예요.
소속사가 워낙 홍보를 많이 하니까, 뭔가 싶어서 구매를 해봤어요. 근데 포카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공급자)이 NFT라는 트렌드에 태워서 합리화를 하려는 게, 한 장 한 장의 고유성이 인정된다고 하지만 잘 공감되지 않아요. 어떤 권위 있는 사람이 증명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고, 권위자가 하는 주입처럼 느껴질 뿐이죠.

 

pxd가 만난 NFT 포토카드 구매자는 포토카드의 본질적인 가치는 팬이 일상 속에서 늘 곁에 두고 소지함으로써 아티스트와의 유대감을 증폭시키고, 이를 팬 커뮤니티에 공유해 소속감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기존의 경험에서 착안해 유사하게 서비스화하긴 했지만, 아직 본질적 가치를 체감하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더불어 포토카드가 실물 없이 디지털로만 제공되다 보니, 개별 카드가 갖는 희소성 또한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물론 오프라인 경험을 디지털로 완벽하게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존 경험의 본질적인 가치를 블록체인 기술로 어떻게 극대화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NBA 선수들의 시즌 중 퍼포먼스 데이터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다이내믹 NFT 컬렉션 The Association처럼, 앨범/음원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나 차트 순위에 따라 포토카드가 시각적으로 변화한다면 팬덤의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소장 욕구도 한층 증대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며

4가지 아티스트-팬 활동 사이클을 종합해 보았을 때 두 가지 주요 변화가 두드러졌습니다. 첫째, 블록체인이 엔터테인먼트 산업 구조를 더 투명하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둘째, 체감하기 어려웠거나, 단방향적으로 주어지던 보상 및 영향력 행사권을 팬덤에게도 분산하고 아티스트와 더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사례에서 언급된 서비스는 대부분 서비스의 초기 단계로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기대가 됩니다. 이 서비스들은 한결같이 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이루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팬이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팬 활동 형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WEB3 팬 활동 혁신: 주목해야 할 3가지 관점

앞으로 WEB3 팬 활동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할까요? 팬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3가지 관점에서 더 구체적인 고민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아티스트↔팬 관계

  • 어떻게 하면 블록체인을 활용해 팬과 아티스트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긴밀한 소통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팬덤이 아티스트에게 적절한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팬덤 영향력을 아티스트와 더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도록 활용할 수 있을까?

2. 창작↔경제 순환 구조

  • 어떻게 하면 창작물에 대한 아티스트의 기여를 공평하게 책정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팬이 아티스트의 창작물을 더욱 활발하게 공유/소비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팬의 활발한 참여를 독려하는 보상체계를 만들 수 있을까?

3. 기존 팬활동 경험 확장

  • 어떻게 하면 디지털/블록체인 공간에서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드러낼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블록체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질적인 경험과 불안을 줄일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팬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서는 팬과 아티스트 간의 특별한 관계성에서 파생되는 가치들을 지켜내고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기존의 문화가 만나 더 나은 답을 찾아 변화하는 과정을 기대해 봅니다.

 

. 정윤영, 최하은 - UX 리서처

Reference.

본문에서 언급되는 pxd 진행 조사
1) ‘WEB3 팬덤 플랫폼 수용도 조사 - 팬 관점' |  케이팝 장르 아이돌 및 스트리머 팬 / 인터뷰
2) ‘WEB3 팬덤 플랫폼 수용도 조사 - 크리에이터 관점' |  스트리밍 플랫폼 활동 크리에이터  / 인터뷰
3) ‘NFT 티켓 사용 경험 조사’ |  최근 6개월 이내 NFT 티켓 활용 공연 참석자 8인 / 인터뷰 및 화면 평가
기타) ‘Social Token’, ‘Personal Token’, ‘Fan Token’, ‘Music DAO’, ‘Sports & Blockchain’ 등 블록체인 분야 데스크 리서치
참고 자료
1) 2023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블록체인 활용한 티켓…“본인확인 하느라 입장에만 30여 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0022
2) 팬덤 마케팅 소비자 문제 실태 조사 https://www.kca.go.kr/smartconsumer/sub.do?menukey=7301&mode=view&no=1003476914
3)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을 기반으로 한 케이팝 상품 분석 - 포토카드와 케이팝 팬을 중심으로 https://www.dbpia.co.kr/pdf/pdfView.do?nodeId=NODE11426956
4) 커뮤니케이션 소비로서의 팬덤:아이돌 팬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1150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