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I KOREA 2026] AI와 알고리즘을 이용한 정성 조사 스케일업과 시각화

2026. 3. 12. 07:50pxd AI툴 이야기
yewon.jang

리서처라면 한 번쯤 해 봤을 작업이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포스트잇에 옮겨 적고, 비슷한 것끼리 모으고, 패턴을 찾는 일인데요. 손으로 하나하나 붙이다 보면 어느새 벽 한 면이 가득 차 있죠. 그런데 데이터가 200개, 2000개가 되면 어떨까요?

올해 HCI KOREA에서 pxd가 던진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학회 주제는 "AI, 일상(日常), 이상(理想), 상상(想像)"으로, AI가 우리의 일상과 경험을 어떻게 바꾸는지 탐구하는 자리였는데요. pxd는 그 답을 리서치 현장에서 찾았습니다. 오래된 방법론에 AI를 결합해, 정성 조사의 스케일을 완전히 바꿔보고자 하는 시도를 공유합니다.

 

AI와 알고리즘을 이용한 정성조사 스케일업과 시각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퍼소나 자동화 (pxd UX Tech Lab 한상택 소장)

AI와 알고리즘으로 대규모 정성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시각화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기존 정성조사는 소수 사용자 대상의 수작업 분석에 의존해 왔다. 정성조사의 주요 분석 도구인 어피니티 다이어그램과 퍼소나 방법은 모두 '클러스터링 기반 세분화'라는 공통 구조를 가진다. 기존에는 직관과 경험 중심의 분석을 하였으나, 텍스트 임베딩, 클러스터링, LLM을 활용한 알고리즘을 통해 체계적이고 재현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시간 절약을 넘어 다양한 관점의 탐색과 더 깊은 인사이트 도출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도출된 계층적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시각화 방법도 함께 다룬다.

 

MBTI와 사용자 조사의 공통점?

MBTI와 사용자 조사의 작동 원리가 똑같다면, 믿어지시나요? MBTI에서 외향/내향, 감각/직관처럼 사람을 나누는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따라 유형을 분류하는 작업은 사실 사용자 유형을 세분화하는 작업과 같은데요. 이 기준을 UX에서는 "행동 변수"라고 부릅니다.

사용자 조사의 핵심도 결국 이 행동 변수를 찾는 일입니다. 모든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을 하려다 보면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디자인이 나오기 쉽거든요. 그래서 리서처는 사용자를 유형별로 나누고, 각 유형이 어떤 문제를 겪는지 파악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행동 변수를 찾고, 사용자를 분류하는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더욱 그렇고요.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군집화입니다.

군집화는 미리 정해진 기준 없이, 데이터 스스로 패턴을 드러내게 하는 방법입니다. 기계는 데이터 간의 거리를 계산해서 가까운 것끼리 묶습니다. 텍스트 데이터라면, 텍스트 임베딩 기술로 의미를 숫자로 변환한 뒤, 비슷한 의미끼리 묶어내는 것입니다.

발표에서는 데이터 분석으로 숫자 속에 숨어 있던 사용자 패턴을 찾아낸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사용자의 특성을 숫자 벡터로 표현하여, 비교적 단순한 계산만으로도 유사한 행동 패턴을 묶어낸 사례들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인의 하루 24시간 활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은퇴자·직장인·학생 등 생활 유형이 뚜렷하게 구분되었습니다. 또한 GA와 트랜잭션 데이터를 군집화해 감에 의존하지 않는 Data-driven Personas를 도출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평균값이나 개별 지표만 보았을 때는 차이가 명확히 보이지 않았는데요. 사용자 행동을 벡터화한 뒤 군집화를 적용하면, 하나의 패턴으로 드러납니다.

출처: A Day in the Life of Americans, Nathan Yau

 

사용자 조사 실무, AI Multiplier로서의 어피니티버블

pxd는 이 군집화 기술을 리서치 업무에 직접 적용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툴이 어피니티버블(affinitybubble.com)입니다.

어피니티버블의 베이스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입니다. 사용자 발화를 계층적으로 묶어나가며 패턴을 찾는 방법론인데, 원래는 포스트잇으로 손수 작업합니다. 직관적이지만 느리고, 데이터가 많아지면 사람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어피니티버블은 이 과정을 텍스트 임베딩과 군집화로 자동화하고, 결과를 보로노이 트리맵으로 시각화합니다. 계층적 데이터의 구조와 크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어떤 주제가 얼마나 많이 언급됐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왼쪽: Nielsen Norman Group / 오른쪽: Affinity Bubble

 

발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 한마디였습니다.

"빨리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보고 인사이트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10배 빠르게 작업할 수 있다면, 같은 시간 안에 10배 많은 관점으로 탐색할 수 있습니다. 어피니티버블이 AI Multiplier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앱 리뷰를 분석하더라도 사용자 행동 목표 기준으로 볼 수도 있고, 긍부정 기준으로 볼 수도 있고, 시간대별로 볼 수도 있습니다. 관점을 바꿀 때마다 새로운 인사이트가 나옵니다.

현재는 사용자 세분화에 집중한 퍼소나 도구도 개발 중인데요. 행동 변수를 자동으로 추출하고 맵핑해 주는 툴로, 리서처가 행동 변수를 "마음의 눈으로 보라"는 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마치며

발표가 끝난 후 수집한 청중 반응도 흥미로웠습니다. "질적 인터뷰에서 인사이트 뽑는 시간이 단축될 것 같다", "회사에서 아직 아날로그 방식을 쓰는데 새로운 방식이 필요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기술 개념을 퍼소나 도출, 시각화라는 실무 맥락에 연결해서 와닿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사용자 조사의 핵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용자 조사는 패턴을 찾고, 사용자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AI를 적용해서 달라진 건 그 일을 할 수 있는 규모와 속도, 그리고 관점의 수입니다. 앞으로 어피니티버블과 함께 확장할 수 있는 정성 조사의 가능성,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피니티버블 사용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