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위기 관리: 통계 숫자와 고객 경험

2010. 7. 19. 12:36UX 가벼운 이야기
無異

아이폰4 안테나 이슈에 대해 기자 회견을 통해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가 저한테는 회견 전에 틀어준 유튜브 동영상 처럼 "사기 싫음 말등가"와 "범퍼 먹고 떨어져" 로 들렸습니다. 애플빠에 가까운 저에게 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쳤을까요?


고객 경험

애플은 고객 경험을 파는 회사입니다. 이번 신형 아이폰 광고도 기능이나 스펙을 나열하는게 아니라 애플을 사용하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과 그들의 삶 속에서 가치를 주는 스토리를 전달하도록 치밀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자 얼굴을 바꾸고 개개인의 고객 경험이 아닌 산술평균화된 숫자를 내보였습니다.


출처: 애플 via engadget


잡스가 말하는 안테나 문제의 본질은
1.다른 스마트폰들도 다 똑같다. 라는 물타기와
2.사실 별 문제도 아닌데 언론의 과장이 너무 심하다.라는 통계 숫자 나열입니다.

물타기도 문제이지만 고객의 경험에서 나오는 문제를 통계 숫자로 덮으려는 모습이 눈에 걸립니다.


문제의 모델링 

우리나라 평균 자녀수가 1.15명이라고 하는데, 애 하나를 키우다가 0.15명의 아이를 또 낳은 아빠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평균화된 숫자는 고객의 경험을 전혀 나타내지 못합니다. 통계 숫자들은 사실이 아니라 의도를 보여주는데, 이번에는 사용자의 문제를 희석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용자의 문제를 알고 싶을 때는 정량적인 조사가 아니라 정성적인 조사를 위주로 합니다. 숫자는 거들뿐이죠.


통화 단절의 사용경험

숫자만 보면 형체가 없는것 같지만 실제 안테나 수신 불량을 겪은 고객은 분명하게 존재하고,  그 경험은 전화를 사용하면서 겪는 가장 최악의 경험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통신 사정이 좋아서 엘리베이터나 지하 주차장에서 아주 예외적으로 통화 단절을 경험할 때가 있는데요. 그것이 일상이 될 때의 스트레스는 더 크겠지요. 통화 단절은 사용자만이 아니라 통화 상대에게도 전해져서 불만은 배가 됩니다. 동일한 통화 단절을 계속 경험하면 "너 전화 바꿔라" 같은 짜증섞인 말도 들어야 하고요.


통계 숫자놀이

다시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면, 고객 센터에 안테나에 대한 불만이 0.5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고 통화 단절이 이전 세대폰에 비해 1%포인트 미만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문제를 가진 고객이 적게 보이도록 하고 있지만) 암튼 그럼 대다수의 사용자는 아무 문제가 없고 그 작은 소수의 고객이 전체의 1%포인트의 차이를 만드려면 그들은 얼마나 통화 단절이 늘었다는 걸까요?

0.55%라는 숫자가 안테나에 문제가 없다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htc는 자기네 고객센터의 안테나 문제는 0.016%라고 밝혔습니다. 모든 폰이 불완전하다고 하는데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34배정도 더 불완전하면 좀 문제가 있는 거잖아요.

drop call rate도 실제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인식하도록 실제 단절율 보여주는 대신 이전 세대폰과의 차이를 표시합니다. 고객 불만 센터 자료는 퍼센트를 사용하다가 이번에는 100건당으로 표시합니다. 1%는 통화량에 따라 어떤 큰 수 있수도 있지만 우리는 보통 자연수에 익숙하다보니 1보다 작으면 그냥 없다고 느끼게 되니까요. 참고로 아이폰의 통화 단절율은 뉴욕에서는 30% 라고 하기도 합니다.



We want to make all our users happy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기업 이념은 절대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을 하겠다는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디자인 같은건 없으니까요.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빛나는 엣지를 무디게 한다면 사람들이 애플을 좋아할 이유가 없지요. 물론 저는 아이폰을 또 살거에요. 사기 싫음 말등가.
[참고##스티브 잡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