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배치의 원근법
2010. 8. 31. 15:50ㆍUX 가벼운 이야기
르네상스 이래 원근법은 2차원의 평면에서 3차원의 입체를 표현하기 위한 기교로서 널리 활용되었는데, 시각적인 효과면에서 볼 때, 근경-중경-원경에 따른 시각적인 깊이감을 줌으로써 시선의 흐름을 유도하여 작가의 의도대로 '화면을 순차적으로 읽을 수 있게'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근,현대회화에서 선형원근법 뿐 아니라 면적, 형태, 컬러, 명도 등의 다양한 요소를 통하여 그 효과를 증대, 발전시키고 있죠. (난해한 근 현대회화를 감상할 때 자연스럽게 시선의 흐름을 느끼면서 감상하는 방법을 연습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원리는 정보디자인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데요, 화면에서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즉, 어떤 정보부터 보아야 하는지, 어떤 정보가 중요한 것인지, 어떤 정보가 부차적인 것인지 등에 따라 시각적 요소들을 그룹핑한다거나 순차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도록 의도적인 조정을 하게 됩니다.
[Adward Tufte]
작가의 의도에 따라 필요 요소들의 의도적인 부각과 우선순위 부여, 생략과 감춤이라는 기교면에서 볼 때, 서비스나 어플리케이션에서 주요 기능과 부차적 기능의 중요성에 따라 안배하여 배치하는 UI설계 측면과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다보면 숨겨진 기능들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중요한 기능들은 전면에, 직관적인 형태를 띠고 있으면서 부차적인 기능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기능들은 누가 알려 주기전엔 도저히 알 수 없을만큼 교묘하게 숨기고 있기도 합니다.
사용하고픈 기능이 숨겨져 있으면 어떤 때는 답답하고 화가 나겠지만 바로 이렇게 우선순위에 따라 드러내는 기능과 감추는 기능의 원근법 적용을 통하여 애플은 직관적인 UX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애플 '광팬'이 많은 이유도 이러한 원근법의 적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때문이 아닐까요?
[http://taptaptap.com/blog/10-useful-iphone-tips-and-tricks/]
[위와 동일 출처]
애플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러한 팁을 교육시키고 있는데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러한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알수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불평을 할수도 있지만, 퍼소나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설명을 기꺼이 찾아서 습득하면서 즐겁게 사용하는 퍼소나를 위한 기능들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퍼소나에 따라 '기능들에 대한 인지적 거리'조절을 통하여 중요한 기능들이 더욱 쉬워지고, 복잡한 기능들도 유용성을 잃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http://www.apple.com/iphone/tips/]
실무를 하다보면 드러내는 것보다는 감추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이 기능을 좋아할 사용자도 있으니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해야 한다, 자기에게 필요 없는 기능이면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니 문제 없는 것 아니냐...'이런 논리로 두서없이 기능들이 전면으로 나오면서 무엇부터 사용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UI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기능배치에서의 원근법은 단순히 따르기만 하는 되는 법칙이 아니고 우선순위에 따라 보여지는 수준을 면밀히 검토하고 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적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