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0. 07:30ㆍUI 가벼운 이야기
선택에 관하여 가장 널리 인용되는 연구 중 하나는, 스탠포드 대학원생이었던 Iyengar의 쨈 판매량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짧게 요약하면, 쨈 시식대에서 24가지 종류의 시식을 했을 때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들었지만 3%만 구매했고, 6가지 종류를 맛보게 했을 때는 30%가 구매했다는 내용이다(참고)
이에 따라 많은 선택을 제공하면 더 많이 선택할거라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믿음과 반대로, 선택지를 많이 제공할수록 사람들은 더 적게 선택한다고 하여 이를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이라고 불렀다. 1990년대 중반에 실행된 이 연구는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상식'이 되었다.
이러한 주장으로 매우 유명한 책이 2004년 Barry Schwartz 교수의 선택의 심리학(초판 번역서 제목은 선택의 역설, The Paradox of Choice: Why More is Less)이다. 사회 행동학 교수인 그는, 선택의 가지수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불행해 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선택이 늘어나면 행복해지는 부분이 있지만 언제나,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그는 TED 연설 The Paradox of Choice에서 이렇게 말했다. 은퇴 자금 투자 펀드 연구에서, 펀드를 더 많이 추천하면 할 수록 가입하는 확률이 떨어졌다. 사람들에게 너무 중요하니까 좀 더 고민해 보려고 미루다가 결국 가입 못 하게 되는데, 추천한 펀드가 많으면 많을수록 고민을 더 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종류가 너무 많으면 어느 하나를 고른 뒤에도 자기가 안 고른 어떤 것 중에서 자기에게 더 잘 맞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만족도가 떨어진다. 결국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선택하기는 더 어렵고, 선택한다고 해도 만족하기 힘들다.
이렇듯 선택이 많아지면 구매도 떨어지고, 만족도도 떨어지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많은 선택 가운데 둘러쌓여 있는 것일까? 이상하지 않나? 왜 안경점의 수많은 안경테를 당장 없애지 않는걸까? 왜 스타벅스는 수만가지 음료가 가능하다고 선전할까? 네이버는 왜 첫 화면에 수백 개의 링크를 걸어 두고 줄이지 않는 걸까?
선택의 역설의 역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선택의 역설의 역설을 이야기한다.
Financial Times에 소개된 Benjamin Scheibehenne의 실험에 의하면, 쨈 실험을 따라한 여러 실험을 했지만 선택지의 많음이 판매를 방해하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론 선택의 개수가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있는듯 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애당초 쨈 실험도 믿지 않았지만, Scheibehenne의 실험도 얼마나 믿어야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선택지가 많으면 피곤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상식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정말 "일괄적으로" 구매가 떨어진다거나, "일괄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법칙 따위는 없을 것 같다. 선택지의 숫자와 선택의 확률은, 그냥 단순하게 말해서 둘 사이 관계는 너무 복잡해서 한 마디로 말할 수 없을 듯 하다.
UX에서 선택
UX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도 통하는 일반적인 법칙을 만들고 신봉하기 보다는, 자신이 설계하려는 UI에서 최대한 선택의 개수를 줄이려 하거나, 적어도 효율적인 UI가 되는데 가장 좋은 선택지의 개수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더 나아가, 단지 효율을 생각하는 UI가 아니라 만족스런 경험을 위한 UX라면, 오히려 선택지를 늘려 풍부한 옵션(콘텐트)가운데 선택했음이 만족으로 남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구체적인 사용자(퍼소나)가 구체적인 데이터를 다루는 상황을 생각하면 최적의 개수를 유추할 수 있다.
더 이상 쨈 얘기는 그만하자.
(이미지 출처:http://www.sitepoint.com/offline-design-inspiration-part-3-food-packaging/)
[참고: PWC 김이식 상무의 구매 결정 단계와 선택지 개수의 역할]
(편집자)정보 탐색 단계에선 더 많은 선택지가 유리하고, 대안 평가 단계에선 더 적은 선택지가 유리하다는 김이식 상무의 권고안은 직접적으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적용할 수 있지만, '기능이 많아야' 팔리고, '기능이 적어야' 쓰기 쉬운 정보 제품 UX 설계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품을 파는 입장에서는 2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고객을 우리에게 오게 만드는 것이 첫번째고, 온 고객에게 파는 것이 두번째다. (아주 중요해서 2가지 지표를 꼭 관리해야 한다.)
정보의 다양한 수집 단계
대개의 경우 고객이 우리에게 올 때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곳을 고른다. 대부분의 경우 고객은 아직 어떤 것을 살 것인가를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예외도 많다. 면세점 화장품이 그렇다) 그래서 다양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 매장을 가지고 있는 판매 형태의 경우 이 내점 순간이 가장 중요하고 이 때 대부분의 매출이 결정 된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상품 구성의 다양함을 강조한다. 마지막에 사느냐 마느냐보다 우선 우리 가게로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정단계
다양하게 살펴본 후 결정 단계에 진입하면 하나씩 줄여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종류가 많을수록 어렵다, 왜? 여러번 해야 하니까가 아니라 선택의 기준이 많기 때문이다. 상쾌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선택하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데 여러 개일 수록 기준이 여러 가지가 나오고, 기준이 많을수록 선택이 어렵다는 것이다, 즉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과목이 많고 총점은 모를때 누가 가장 공부를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각 변수에 가중치를 둔 다항식을 머리로 만들고 풀어야 한다. 대부분 몇개 풀다가 어려워서 KO. 즉 선택 기준의 문제이다. 간혹 숫자가 많아도 결정이 쉬운 때가 있는데, 숫자는 많아도 기준은 하나인 경우가 그렇다.
권고안
그러면 매장에 선택을 많게 해야 하나 적게 해야 하나? 상황에 따라 다른 경우가 몇 개 있으나, 보편적인 답은 많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A매장에서 B매장으로 이동하는 비용이 크니까, 다른 곳으로 쉽게 가지도 못 하지만 일단 다른 곳에 간 경우 돌아오기도 어렵기 때문에, 최초 내점에서 승부가 끝나기 때문이다.(인터넷 판매, 면세점 화장품 등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선택을 못하는 것은 어떻게 해결하나? 답은 선택을 도와주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 가장 쉬운 답은 판매 직원이 선택을 정리해 주는 것이다. 이것은 이런 이유로 고객에게 안 맞고 이것은 이런 이유로 고객에게 안 맞고를 정해준다(판매사원이 권위가 있을 수록 좋다. 의사, 약사, 그 상품 전문가 등) 마지막 최종 선택은 기준만 남기고 빠지는 센스는 잊지말자. 그렇지 않으면 "당했다"라고 생각할테니.
2. 아니면 좀 물러나서 선택의 기준만 정해주는 것도 좋다.(소비자가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경우. 여성의류 등)
3. 아니면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다른 장치를 둔다. 예를 들면 선택의 기준을 보여주는 더미 상품을 같이 배열한다. 아주 비싼 물건이나 아주 형편없는 물건이나 아무도 사지 않지만 비교를 할때 고객 자신의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기준과 범위를 알려줄 수 있다.
(이 글은 Tech It!에도 실렸습니다. )
[참고##UI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