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 : 슈타이들 展
2013. 5. 7. 00:01ㆍGUI 가벼운 이야기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으로 책 한 권 들고 산책하기 좋았던 봄날, 서촌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 : 슈타이들 展'에 다녀왔습니다.
장소: 대림미술관
기간: 2013.04.11 - 10.06
시간: 오전10:00 - 오후 6:00 (매주 월/추석/설날 휴관)
촬영: 가능
전시를 둘러보기에 앞서 슈타이들. 대체 누굴까?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세계적인 출판디렉터 슈타이들을 소개 합니다.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dl) - 사진과 이미지 중심의 아트북 거장
ㆍ다수의 Photobook Awards 및 디자인 상 수상으로 예술성을 인정받음
ㆍ샤넬(Chanel), 펜디(Fendi), 엘리자베스 아덴(Elizabeth Arden) 등 상업브랜드와의 협업 진행
ㆍ현재까지도 매 년 400권이 넘는 책을 꾸준히 출판
ㆍ자신의 이름을 딴 'Steidl Verlag' (기획부터 인쇄까지 종합적인 출판예술을 진행) 설립하여 운영 중
- 내용출처. 대림미술관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명성에 맞지 않게 전시를 잘 열지 않는 슈타이들이 아시아 최초로 진행하는 전시회라서 더 기대가 되는데요, "아날로그 프린팅과 아날로그 책이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길 바란다"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회는 슈타이들과 작업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책과 여러 작업물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출판장인과 아티스트들이 어떤 작업 과정을 거쳤으며, 그 결과물은 어떠한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귄터 그라스 (Gunter Grass) - 199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전 항상 드로잉을 합니다. 제가 드로잉을 하지 않을 때는 글을 쓸 때 입니다" 라는 말로도 유명한 귄터 그라스는 조각/그래픽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를 제작하는 등, 여러 방면의 예술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는 진정한 아티스트 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귄터 그라스는 슈타이들과 함께 책의 이미지를 어떻게 표지로 만들었을까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작업을 비교하면서 완성된 표지도 같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다이아니타 싱 (Dayanita Singh) - 아날로그 사진/책 제작가
"책은 작은 미술관이다"라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다이아니타 싱의 아코디언 형식의 센터레터를 주목해 주세요.
책 속의 이미지는 출판 기획부터 최종 선택까지 모든 작업을 함께한 슈타이들의 섬세함이 드러나 그녀의 책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작은 미술관' 인데요, 미술관등, 예술작품을 경험하기 힘든 오지의 사람들에게 문만 열면 전시관도 되고 도서관도 되는 이 멋진 책장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3. 에드 루쉐 (Ed Ruscha) -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잭 케루악의 소설 온더로드를 모티브삼아 작업한 에드 루쉐와의 작업 '온더로드(On the road)'.
20번 넘게 독일과 미국을 횡단하며 모든 사진은 슈타이들이 선택하여 출판된 이 책은 300권 한정의 희귀본으로 가격은 무려 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합니다.
온더로드(On the road)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사람들이 책을 만지는 촉감을 위해 표지를 제작했으나 책을 구매한 독자가 3일 후 환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너무 쉽게 더러워 진다' 였는데요, 이에 슈타이들과 에드 루쉐는 앞으로의 판매본에 '책을 보고 싶으면 장갑을 착용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흰 장갑을 동봉했다고 합니다. 한 권의 책이 가지는 예술적 가치를 존중하는 슈타이들과 에드 루쉐의 기질이 잘 드러나는 일화입니다.
4. 슈타이들과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샤넬이야기
슈타이들은 책에 실리는 타이포, 그리고 각 이미지와 어울리는 타이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다양한 타이포를 가지고 각 작업물에 맞게 타이포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하는 것에 많은 열정을 보인 슈타이들. 아래 보이는 'Q'는 슈타이들이 특히 애정을 가지고 좋아하는 타이포라고 합니다.
샤넬의 폰트 역시 슈타이들 작품인 것은 유명한 사실 입니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 역시 타이포와 종이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어 그의 드로잉과 컨셉이 지금의 샤넬 폰트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합니다.
관람객의 많은 관심을 받은 것 중에 아래 보이는 종이 기둥이 있었는데요, 바로 2009년 샤넬의 패션쇼에 사용되었던 종이 기둥을 가져와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칼 라거펠트의 종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조형물입니다.
5. 로버트 프랭크 (Robert Frank) - 현대사진의 거장
현대사진의 바이블이라 불리우는 The Americans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The Americans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찍은 사진 28,000장 중에 83장만을 선택하여 제작한 책으로 미국보다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당시 미국의 적나라한 모습이 담겨있기에 정작 미국에서는 출간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The Americans는 발간 50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간된 것으로 사진 교정, 종이, 제본, 인쇄까지 개정판 역시 모두 슈타이들의 감독하에 진행된 작업이라고 합니다.
6. 짐 다인 (Jim dine) - 팝 아티스트의 선구자로 에칭. 실크스크린 판화의 거장
한 소재로 여러번 작업하는 작가로 유명한 짐 다인은 슈타이들과 함께 20여년 동안 같이 작업한 아티스트입니다. 피노키오 시리즈로 유명한 그의 판화와 함께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의 많은 호응을 받았던 작품은 바로 천장에 매달린 책 - 핫 드림 52권의 책 시리즈인데요,
한 주에 한 권 출간한다는 짐 다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책은 500셋트 한정판이라고 합니다. 천장에 매달린 채 전시되어 각각의 책을 살펴보는 것에 있어 더욱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대림미술관에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적 조향사 게쟈 셴이 작업하고 칼 라거펠드가 패키지 디자인한 'Paper Passion' 향수와 더불어 슈타이들이 작업한 책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습니다.
슈타이들은 책 예찬론자로서 책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과 그 의미에 대해 항상 강조해왔습니다. 그가 출판 작업에 쏟는 열정의 근본은 무엇일까요? 바로 슈타이들의 책에 대한 이해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책은 읽기 위해서만 만든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세대를 이어가는 책. 그것이 바로 그가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한 자세입니다.
한 권의 잘 만들어진 책의 예술적 가치를 위해 그는 지금도 책의 제본사이즈, 종이, 타이포 등을 직접 채택하고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든 것이 이뤄지는 그가 설립한 슈타이들 빌레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슈타이들은 내한전시에 앞서 사람들에게 "책은 오감을 사용하여 보는 것"임을 강조하며, 이번 전시가 아이패드와 같은 기기를 통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임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이번 주말,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 슈타이들 전시와 함께 서촌 주변으로 책 한권과 함께 산책하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전시와 작가##]
관람팁: 오쁘띠베르
마스터쉐프 준우승 박준우씨가 오픈한 오 쁘띠 베르 Aux Petits Verres... 세 가지 타르트가 주메뉴로 여기서 직접 굽습니다. 5오프닝때 보여진 그의 성격상 재료 아끼지 않고 본래 레시피에 충실할 것 같네요. 집에서 좋은 재료로 손수 맛있게 구워준 타르트가 먹고 싶다면 갈만할 듯... 우리은행 효자동점 건물끼고 왼편으로 1-2분 걸어가면 한옥 제비다방 맞은편에 있습니다. 대림 미술관에서 걸어서 5분거리라 전시회 보고 가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