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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1 00:37

[심리학 산책 6] 드라이브

'심리학 산책'은 UX 디자이너를 위해 심리학 책들을 총 10회에 걸쳐서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연재 의도와 전체 책 목록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연재 소개] UX 디자이너가 읽어야할 심리학 책 10가지


DRIVE 드라이브 :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
- 다니엘 핑크 지음 / 김주환 옮김

Drive: The Surprising Truth About What Motivates Us
- by Daniel H. Pink


동기 1.0~3.0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 다르게 표현하자면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힘은 과연 무엇인가? 이것은 심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물음이었습니다. 현대심리학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던 행동주의가 그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 책은 인간 행동의 동기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는 동기를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운영체계'로 비유하는데, 이 운영체계는 동기 1.0부터 동기 3.0까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발전해 왔다고 설명합니다. 

동기 1.0은 생존 자체를 위한 생물학적, 본능적 욕구입니다. 음식을 구해서 먹는 것,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 등이죠. 심리학에서는 이런 욕구로 동기를 설명하는 것을 'drive theory'라고 지칭하는데, 국내에서는 보통 '추동 이론'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 쓰인 'Drive'가 일상적인 개념으로서 넓은 의미의 동기를 의미하고 있는 것과는 약간 다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인간의 행동 동기를 '생존 본능'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겠지요. 동기 2.0은 '보상을 추구하고 처벌을 피하려는 욕구'입니다. 심리학 산책 첫번째 책에서 읽었던 스키너의 실험을 기억하시지요? 그 실험으로 대표되는 '행동주의'가 바로 이런 동기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고 살면서 다양한 형태의 조직을 통해 산업과 경제를 발전시켜 온 데에는 이러한 동기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상과 처벌로만 운영하는 조직에서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죠. 인간의 행동은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외적 보상이나 처벌과 관계 없이 뭔가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행동도 있습니다. 이것을 설명하는 것이 동기 3.0, '내재 동기'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 '내재 동기'의 힘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동기 2.0과 3.0의 차이를 뉴튼의 고전물리학과 현대 양자역학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그 느낌이 오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전경제학의 한계를 넘고자 행동경제학이 나타난 과정에 빗대어 설명되기도 합니다.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심리학 산책을 함께 해 오신 분들이라면 이런 비교 설명은 쉽게 이해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내재 동기에 비교한다면 '보상과 처벌'은 외재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동기를 설명하는 이론은 여러 가지인데, 외재/내재 동기로 나누는 구분은 상당히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틀입니다. 


보상과 처벌 : 동기 2.0
이 책은 내재 동기의 강력함을 말하는 데에 방점이 찍혀있기는 합니다만, 외재 동기에 대해 무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보상과 처벌이 한계가 있지만 그것이 가진 힘은 인정하고 그 힘이 발휘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외재 동기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의 테레사 애머빌 등의 연구자들은 연산적 업무에서는 외적 보상과 처벌이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편 발견적 업무에서는 외적 보상이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중략) ... 애머빌은 이를 '창의성의 내재 동기 원리'라고 불렀다. "내재 동기는 창의성을 유도하지만, 통제적인 외재 동기는 창의성에 해가 된다" (p.45)

외재 동기와 내재 동기의 역할 구분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내재 동기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필요 조건으로서, 또는 내재 동기에 대한 방해물의 제거로서 최소한의 외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월급, 계약금, 복지혜택, 갖가지 특전 등이 소위 '기준선 보상'을 이룬다. 공정하고 적절한 수준의 기준선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는 자신이 처한 부당한 상황과 불안한 환경에만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p.51)
예컨대 이탈리아에서는 정부가 혈액기증자들에게 유급휴가일을 주겠다고 발표하자 기증자의 수가 늘어났다. 이타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법으로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p.70)

또한,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든 기계적인 일에 외적 보상을 활용하더라도 아래와 같이 좀 더 세심하게 접근한다면 효과가 배가된다고 합니다.

- 이 일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다. 
- 일이 지루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 자신만의 방식으로 임무를 완성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창의성을 다치지 않도록 보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적 보상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 점은 이 책의 좋은 균형감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내재 동기 : 동기 3.0
그럼, 내재 동기는 과연 어떤 것인가?  이 책에서는 3가지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기결정성이론은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에서 시작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타고난 심리학적 요구가 세 가지 있다. 바로 유능성, 자율성, 관계성이다. (p.102)

저자는 위 3가지 요소를 자율성, 숙련, 목적이라는 개념으로 전환하여 각 한 장씩을 할애하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요소에 대한 개념과 이론뿐만 아니라 현실의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은 사례들은 회사 업무와 관련된 것이어서 직장인들이라면 더욱 관심있게 보게 되겠습니다. 아, 현재 자신의 회사와 비교한다면 씁쓸함을 느끼거나 다른 회사에 대한 부러움만 남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3가지 요인에 대해서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숙련에 대해서는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이 책의 5장에서는 숙련을 칙센트미하이의 '몰입'과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의 '몰입'은 그 자체로도 상당히 유명한 개념으로서 다른 곳에서도 이미 접하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칙센트미하이가 몰입에 대해서 여러 권의 책을 썼고 국내에도 번역서가 나와 있습니다. 제가 '심리학 산책' 목록을 만들 때 후보에 넣기도 했었는데, 이 책에서 어느 정도 개념이 소개되고 있으니 일단 여기서 간단히 만나보시고 관심 있으시면 칙센트미하이의 책들을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친절한 대중서
이 책은 전반적으로 친절한 책입니다. 동기의 여러 수준을 차근차근 밟아가며 읽기 쉬운 문체로 풀어가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 있습니다. 또한 책 후반에는 앞부분의 내용을 직장과 자녀 교육에 실제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툴키트가 있고, 그 뒤에는 추천도서 목록과 대가들의 이야기, 책 내용 요약과 토론 가이드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경제 변화와 기업 전략, 미래 트렌드 등의 폭넓은 주제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읽기 좋고 활용하기 좋은 대중서를 만드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인지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보입니다.  우선, 툴키트는 의도는 좋았으나 그 내용에 책 앞부분의 내용에서 필요한 부분을 요약한 정도에 그치고 있네요. 툴키트라는 목적에 맞도록 내용이나 형식이 보완되었다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내재 동기와 외적 보상의 관계에 대해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의 이분법이 그렇듯이, 내재/외재 동기도 단순한 배타적 관계로 보이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보다는 미묘하고 복잡합니다. 심리학에는 내재 동기와 외재 동기를 다단계나 연속적인 차원으로 설명하는 연구나 이론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 두 가지가 독립적인 성격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고 합니다. 역자 해제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 그 부분도 빠뜨리지 마시고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UX 디자이너에게
저자도 언급했습니다만, 외적 보상과 내재 동기의 이론적인 측면으로는 심리학 산책을 통해 이전에 접했던 행동주의, 행동경제학 등의 개념과 닿아 있습니다. 그런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 동기를 심리학의 큰 틀에서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특히 행동주의에 대해서는 스키너의 쥐 실험 정도로만 이해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그것이 주는 인상보다는 훨씬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읽고 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직장 생활이나 학교 생활을 떠 올리게 되겠죠. 실망감이 먼저 올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사례들은 주로 서구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사회는 여전히 '동기 2.0'의 운영체계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우리 사회 역시 변화하고 있고 그 속에서 새 버전 '동기 3.0'의 씨앗이 있을지도 모르니 눈을 크게 뜨고 한번 잘 찾아보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생활이 어떤 동기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책에는 내재 동기를 외재 동기와 대비하여 설명하기 위해 I유형과 X유형을 구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신은 주로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고, 저자의 설명이 얼마나 잘 맞는지 따져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그러나, I유형과 X유형은 사람을 분류하는 방식으로도 설명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상황이나 조건에 의해 영향을 더 받는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자신이 대체로 어떤 유형이라도 반대 유형으로 행동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특히 UX 디자이너라면 일의 조건과 상황, 다시 말해 'UX 디자인'을 통해서 어떻게 외적 보상과 내재 동기의 힘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늘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내재 동기에 의한 행동이 잘못된 보상에 의해 외재 동기로 바뀌어 버릴 수 있듯이, 외재 동기로 움직이던 것을 내재 동기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생각해 봅시다.

이렇게 UX 디자이너로서 생각해 볼만한 문제를 다시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생각해 볼 문제
 - 내 주변의 직장/학교 생활을 이 책의 개념으로 설명해 본다면? 그 중에서 동기 3.0에 해당하는 사례는?
 -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은 I유형과 X유형 중에 어느 쪽에 가까운가?  그 반대 유형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면 어떤 상황이었나?
 - X유형의 일을 I유형으로 바꾸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 동기가 중요한 UX 디자인의 문제, 내재 동기를 잘 활용한 UX 디자인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글에서 언급되는 X, I 유형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립니다.
  1. X유형의 행동이란 내재적 욕구보다 외부적 욕구에 의해 가열되며 행동 자체에 만족하기 보다는 결과에 따른 외적 보상에 관심을 갖는 행동을 의미한다.
  2. I 유형의 행동이란 외부적 욕구 보다 내재적 욕구에 의해 가열되며 행동 자체의 내재적 만족에 관심을 갖는 행동을 의미한다.

[참고##심리학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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